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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별세…항공산업·민간 항공외교 巨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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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유제훈 기자] 대한민국 항공산업의 역사인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8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서 별세했다. 조 회장은 국내 항공산업 및 민간 항공외교를 반석 위에 올려 놓은 인물이다.


조 회장의 삶은 대한민국 민간 항공 역사다. 그는 지난 1949년 고 조중훈 전 한진그룹 명예회장의 4남1녀 중 장남으로 태어났다. 인하대학교를 졸업한 조 회장은 1974년 대한항공에 입사했고, 1980년 상무를 거쳐 1992년 사장으로 승진했다. 1999년 대한항공 대표이사 회장직에 오른 조 회장은 조 전 명예회장이 별세한 이듬해인 2003년 한진그룹 회장직을 물려받아 국내 최대 국적항공사의 수장이 됐다.

◆대한민국 민간 항공 중흥기 이끈 조양호…민간 항공의 선구자 = 조 회장이 회장직에 오를 당시 대한항공은 위기에 직면해 있었다. KE801편 추락사고(1997년), KE8702편 활주로 이탈사고(1998년), KE8509편 추락사고(1999년) 등 인명사고가 잇따라 발생하며 항공사의 생명인 '안전'에 상처를 입었다.


파급효과는 적지 않았다. 대한항공은 사고 여파로 세계 최대 항공동맹체였던 '스타얼라이언스(Star alliance)'에 가입하는 대신 '스카이팀(Sky team)'을 창설하는 데 그쳐야 했다. 국제적 신뢰도에 손상을 입은 것도 뼈아픈 대목이었다.


그러나 조 회장은 미국 최대 항공사인 델타항공에 컨설팅 용역을 맡겨 조직문화를 일신하는 등 대한항공 재건에 적극 나섰다. 실제 1999년 사고 이후 현재까지 20년간 대한항공에서 별다른 인명사고가 발생하지 않았다.

이후 조 회장은 2000년대 초ㆍ중반 공격적 투자를 통해 대한항공을 굴지의 글로벌 항공사로 키워냈다. 9ㆍ11테러로 항공시장이 얼어붙으면서 주요 글로벌 항공사들이 투자를 꺼린 반면, 조 회장은 에어버스 A380, 보잉 B787 등 신형 항공기 도입을 적극 추진하는 '역발상' 경영으로 위기를 기회로 바꾼 것이다.


항공업계 한 관계자는"2006년 이후 항공산업이 회복세를 보이면서 글로벌 항공사들은 뒤늦게 항공기 발주에 나서며 혼란을 겪었다"면서 "당시 미래 항공수요와 항공기 시장 판도를 정확하게 짚은 것"이라고 말했다.


중흥기를 거치며 대한항공은 올해 매출액 12조6512억원, 취항 국가 44개국(124개 도시), 보유항공기 166대의 글로벌 항공사로 발돋움 했다. 1999년 회장직 취임 당시(매출액 4조8322억원, 취항도시 26개국 73개 도시, 보유항공기 수 111대)와 비교하면 괄목할 만한 성장이다.


◆민간 항공외교의 巨木…평창유치부터 IATA 총회 서울 개최 = 조 회장은 생전 수차례 한국 '민간 항공외교'의 숨은 산파역을 맡았다. 지난해 열린 평창동계올림픽이 대표적이다. 조 회장은 2009년 9월 평창동계올림픽 유치위원장을 맡았을 당시 2년 간 34차례의 해외 행사, 50차례의 해외 출장 일정을 소화한 바 있다. 이동 거리만 64만㎞에 달한다. 이는 지구 16바퀴에 해당하는 거리다.


오는 6월 열릴 국제항공운송협회(IATA) 연차총회의 서울개최를 이끌어낸 것도 조 회장이다. 조 회장은 지난 10여년간 집행부의 일원으로 회원사들을 설득, 항공업계의 유엔총회로 불리는 IATA 총회를 서울에 유치했다. 조 회장은 이번 총회에서 의장직을 맡아 행사를 총괄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조 회장은 이 때문에 정치권력에 의한 고난도 겪어야 했다. 조 회장은 지난 2016년 당시 급작스레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원장 자리에서 사퇴한 바 있는데, 훗날 그 배경으로 최순실씨 등 국정농단 세력이 꼽힌 것이다. 조 회장은 당시 국회 청문회에 출석해 "최순실씨와 만난적이 없다. (물러난 것은) 임명권자의 뜻으로 생각하고 물러났다"고 담담히 말하기도 했다.


조 회장의 별세 소식이 전해지자 항공업계는 침통한 분위기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조 회장은 선친의 수송보국(輸送報國)의 뜻을 이어 받은 한진가의 2세이자 한진가의 장자였다"며 "그가 남긴 대한민국의 항공 발자취는 오래오래 기억되고 남을 것"이라고 안타까워 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그는 대한민국의 항공산업이 나아가야 할 방향과 비전을 제시한 항공업계의 큰 어른이자, 대한민국 항공산업의 위상을 높인 항공 선구자였다"고 말했다.




유제훈 기자 kalama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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