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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미니즘 정신병” vs “여성혐오 범죄”…‘이수역 폭행 사건’ 본질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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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역 폭행 사건' 논란.사진=독자제공·연합뉴스

이수역 폭행 사건' 논란.사진=독자제공·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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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한승곤 기자] 지난 13일 서울 이수역 인근 술집에서 벌어진 남녀 쌍방 폭행 사건이 성 대결로 치닫고 있는 가운데 이 사건의 본질을 보자는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애초 사건의 발단 자체가 ‘탈코르셋’ 등 페미니즘 발언에서 불거진 만큼 폭행 사건 이면에 깔린 한국 사회에서 만연한 ‘성별 혐오’를 들여다보자는 것이다.
반면 그럼에도 여성들의 욕설과 조롱 등은 이해할 수 없다는 반론도 나오고 있다. 여성운동을 강요하지 말라는 주장이다. 하지만 이 여성들은 남성들이 먼저 페미니즘을 비하해 욕설했다는 입장이다. 사건의 원인을 제공했다는 것이다. 그런가 하면 시시비비를 떠나서 여성 1명의 뒤통수가 크게 다친 것은 당연히 처벌받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당시 이 여성과 시비가 붙었다고 주장하는 커플 중 여성은 이 사건에 대해 15일 0시51분께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글을 올려 “술 마시던 여성들이 ‘한남 커플’, ‘흉자’ 같은 단어를 쓰면서 비아냥거렸습니다. 항의하다가 말싸움으로 번졌습니다”라고 주장했다.

남자 일행의 개입 과정에 대해서는 “남자분들이 ‘왜 가만히 계시는 분들(저희 커플)에게 그러냐며 거들어주셨습니다. 그러자 여성분이 남자분들을 (카메라로) 찍기 시작했습니다. 남자친구는 싸움을 말리든 도와주든 하자고 했으나, 저는 괜히 안 좋은 일에 낄까 봐 자리를 떴습니다.”라고 설명했다.
사진=KBS 뉴스 캡처

사진=KBS 뉴스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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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여성 일행은 사실이 아니라고 적극적으로 반박하고 나섰다. 여성 중 1명은 15일 ‘KBS’를 통해 “페미니즘 관련적인 얘기를 했어요. 근데 저희가 들은 단어는 메갈 X이다 속닥속닥하고. 저희도 불쾌해서 ‘한남’ 그런 단어들이 나온 거죠”라고 설명, 남성들이 먼저 페미니즘 비하 발언을 해 욕설을 했다고 반박했다.

또 사건 당시 찍은 영상을 제시하며 한 남성이 계단에서 팔목을 잡고 밀었다고 주장했다. 영상에서 여성은 팔목을 잡힌 채 “계단에서 밀지 말라고! 밀지 말라고!”라고 말한다.

이와 관련 남성들은 경찰 조사에서 “여성들이 ‘남성 혐오’ 발언을 했고, 계단에서 혼자 뒤로 넘어졌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성의 이 같은 반박이 나오기 전 인터넷에는 여성 측이 남성 측에 거친 욕설을 하는 영상이 올라와 반대로 ‘남성 혐오’, ‘페미니즘은 정신병’ 등 여성들을 향한 거친 비난이 쏟아졌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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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수역 폭행 사건, 왜 페미니즘과 관련 있나…한남 vs 메갈

‘한남 커플’ 중 ‘한남’은 한국 남자의 줄임말로 여성 중심의 커뮤니티에서는 비하 목적으로 쓰인다. 남성 혐오 커뮤니티 ‘워마드’에서 ‘한남’이라고 검색하면 총 4, 3591개의 글이 쏟아진다. 모두 남성을 괴롭히거나 살해하자는 취지의 내용이다.

하지만 이 ‘한남’ 말 자체는 그냥 생겨난 것이 아니다. 지난 2006년 여성 비하 용어 ‘된장녀’가 처음 등장한 이후 여성 커뮤니티에서 ‘고추장남’ , ‘김치남’ 등의 단어를 통해 똑같이 대응하는 일종의 ‘미러링’ 시도 끝에 생겨난 말이다. 애초에 ‘된장녀’ 라는 말이 없었다면 ‘한남’ 이라는 남성 비하 말도 생겨나지 않았으리라는 것이다.

이수역 폭행 사건에서 불거진 ‘한남’을 둘러싼 논쟁은 법정에서도 논란의 중심에 섰다. 지난 2015년 12월 여성 커뮤니티에 남성 작가 A 씨를 ‘한남충’으로 지칭하는 글을 써 올렸다가 모욕 혐의로 기소된 B 씨는 지난해 7월 벌금 30만원을 선고받았다.

B씨는 반론으로 “한남충이라는 표현이 경멸적이라고 하더라도 이는 한국 남성 전체를 대상으로 한 것이므로 집단 범위가 매우 넓어 모욕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한남충’이라는 표현에서 ‘충’은 벌레라는 뜻으로 부정적 의미가 강하고 피해자 개인을 대상으로 문제의 글을 써 모욕의 고의가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의 이 같은 결정에 여성들은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지난 10여 년간 온라인상에는 여성혐오 발언이 난무했어도 관련 규제가 강하지 않았던 데 반해, 남성 비하 발언에는 강력한 제재가 적용됐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해 4월 ‘메갈’ 소리를 들은 한 여성이 경찰에 모욕죄로 C 씨를 고소했지만, 경찰은 “‘메갈 X, 메갈 냄새 난다’ 등으로는 고소가 안 된다. ‘XX’ 등의 직접적인 욕만 고소할 수 있다”며 신고를 반려했다.

여성은 결국 고소를 포기할 수밖에 없었지만, 경찰 태도에 대해서는 국민신문고를 통해 민원을 넣어 경찰의 행위가 잘못됐다는 답변을 받았다. 경찰이 고소 관련 의견을 제시할 수 있으나, 기소 가능성이 없다는 이유로 고소 절차를 시작하지 않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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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 사회, 여성 상대로 하는 차별·혐오 범죄 잇따라

“평등을 위해 차별은 끊임없이 말해져야 한다.”

2016년 7월 ‘강남역 여성살해사건’ 추모참여 후 인권침해를 당한 피해자 20명과 한국성폭력상담소, 한국여성민우회, 한국여성의전화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여성인권위원회로 구성된 공동대응단이 집단소송 기자회견을 할 때 나온 말이다.

남녀차별은 임금 격차에서 선명히 드러난다. 우리나라의 남녀임금격차는 2018년 기준 36.7%로 경제개협력개발기구(OECD)가 해당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2000년부터 지속해서 불명예스러운 1위를 차지하고 있다. OECD 회원국 중 유일하게 30% 넘으며 OECD 평균인 14.1%와 두 배 이상의 차이를 나타낸다.

이를 연간으로 환산하면 여성은 남성과 똑같이 1년을 일하고도 5개월 23일을 더 일해야 남성의 임금과 같아진다. 1일 노동시간으로 보면 하루 8시간 근무를 기준으로 여성은 오후 3시부터 무급으로 일하는 셈이다.

이런 가운데 여성을 상대로 하는 각종 범죄는 한국 사회에서 여성 혐오가 만연하다고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고 있다.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불법촬영(몰카) 범죄는 2011년 1,523건에서 매년 늘어 2016년에는 5,185건으로 3배 이상 늘었고 전체 성범죄에서 차지하는 비율도 2006년 3.6%에서 2015년 24.9%로 급증했다.

또 불법 촬영 리벤지 포르노 등 사이버 성폭력 발생 건수는 2012년 2400건에서 2017년 6470건으로 2.5배 이상 늘어났다. 지난해의 경우 하루 평균 18건에 달하는 몰카 범죄가 발생했다.

이어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 지원센터’에 접수된 리벤지 포르노 피해는 올 상반기 1,295건으로 피해자의 약 60%는 성관계 영상이 존재하는지 몰랐고 서로 아는 사이에서 영상을 촬영한 경우가 70%에 달했다. 극심한 고통을 호소하는 여성은 실제로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까지 벌어졌다.

이수역 폭행 사건 과정서 ‘한남’,‘메갈’,‘페미니즘’,‘정신병’,‘탈코르셋’,‘여혐’,‘남혐’ 등의 단어가 쏟아진 만큼 해당 사건을, 주점에서 벌어진 단순 폭행 사건으로 볼 수 없는 이유다.

한편 이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동작경찰서 관계자는 “사건의 중대성을 고려해 강력팀을 투입, 사건 경위 등에 대해 엄정하게 수사 중”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여성의 머리가 다친 것에 대해서는 “목격자 진술 확보에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경찰은 남성 3명과 여성 2명을 쌍방폭행 혐의로 불구속 입건해 조사하고 있다.




한승곤 기자 hs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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