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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사라진 서울상도…반쪽 유치원만 덩그러니

최종수정 2018.09.12 11:09 기사입력 2018.09.12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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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상도유치원 현장 가보니

11일 서울 동작구 서울상도유치원 건물 철거 후 모습. 사진=김민영 기자

11일 서울 동작구 서울상도유치원 건물 철거 후 모습. 사진=김민영 기자


[아시아경제 김민영 기자]이창우 동작구청장은 상도유치원 붕괴 사고와 관련해 지난 9일 “구민의 안전을 책임진 구청장으로서 금번 사고로 인해 심려 끼쳐 드려 진심으로 죄송하다”며 고개를 숙였다. 그러나 이 사과는 유치원 건물과 함께 무너진 원생 120여명의 일상과 동심(童心)을 회복시키는데 아무런 위안이나 도움이 될 수 없었다.

11일 오후 아시아경제가 찾아간 서울 동작구 서울상도유치원 붕괴 사고 현장. 지하 1층, 지상 3층짜리 유치원 건물(면적 2261㎡) 한쪽 약 1000㎡가 케이크 잘린 듯 잘려 나갔다. 건물 상단에 붙어 있던 ‘서울상도유치원’ 글자 중 ‘서울상도’가 사라졌다. 지난 6일 밤 인근 다세대주택 공사장 흙막이 옹벽 붕괴로 기울어진 부분이 철거된 것이다.

남아 있는 유치원 건물 바로 앞에는 철거 잔해물이 어지럽게 널려 있었다. 유치원과 초등학교가 함께 사용하는 운동장은 공사 차량 주차장으로 변했다. 건물 외벽 가림막 설치를 위한 철제 구조물들도 운동장 바닥에 어지럽게 널려 있었다. 인부들이 흉측하게 변한 유치원 외벽에 가림막 작업을 했다. 이 작업은 12일 끝난다. 이렇게 되면 상도동 붕괴 사고는 일단 진정 국면으로 접어든다.
지난 7일 서울 동작구 서울상도유치원 건물 철거 전 모습. 사진=김민영 기자

지난 7일 서울 동작구 서울상도유치원 건물 철거 전 모습. 사진=김민영 기자


하지만 학부모들과 아이들이 받은 상처는 심각하다.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이날 상도초에 임시로 마련된 돌봄교실에 등원한 상도유치원 원아는 약 40명에 불과했다. 전체 원아 122명 중 3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한다. 등원한 아이들은 낯선 공간과 몸에 맞지 않는 시설물 등으로 어려움을 호소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남아 있는 유치원 건물을 그대로 사용할 지, 유치원이 새로운 건물을 임대할 지 아니면 아이들을 다른 유치원으로 보낼 지 등도 결정되지 않았다.

수사당국은 동작구와 시공사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민중당 서울시당은 11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연 뒤 이창우 동작구청장을 직무유기와 허위공문서 작성 등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앞서 서울 동작경찰서는 시공사가 흙막이 옹벽을 부실하게 설치했는지 등 공사 과정에서 어떤 문제가 있었는지 들여다보고 있다. 구와 시공사에서 관련 자료를 제출받아 검토 중이다.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등 혐의가 드러나면 정식 수사로 전환할 계획이다.

이날 만난 상도동 주민들은 관계 당국의 뒷북행정에 분노를 금치 못했다. 상도동에 25년째 살고 있는 60대 여성은 “지난 4월 공사 위험성이 제기됐다는데 아무런 조처를 하지 않은 구청을 더 이상 믿지 못하겠다”고 했다. 상도초 3학년 아들을 둔 학부모 김미옥(37ㆍ여)씨는 “이번 사고의 철저한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이 반드시 있어야 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오후 2시반께 하교 하던 초등학생들은 공사차량에 운동장을 빼앗긴 아쉬움을 드러내기도 했다.
앞으로 구는 외부 전문가가 참여하는 사고조사위원회를 꾸려 사고원인 조사에 나선다. 이 조사위에는 구에서 임명한 건축ㆍ토목 전문가뿐 아니라 국토교통부와 서울시ㆍ시교육청 추천위원이 참여한다. 유치원 학부모 대표의 참여 방안도 논의 중이다. 사고 직후와 철거 작업 때 구성한 1ㆍ2차 조사위가 구청의 ‘셀프 조사위’였다는 비난을 감안한 조처로 보인다.

김민영 기자 my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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