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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 필수"vs"보험사 음모"…말 많은 자전거 안전모 의무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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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1일 강화도에서 열린 자전거 대회 참가자들.

지난달 31일 강화도에서 열린 자전거 대회 참가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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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 오는 28일부터 시행되는 자전거 안전모 착용 의무화를 놓고 말이 많다. 찬성 측은 안전을 위해 꼭 필요하다는 하다는 의견이지만, 반대 측은 실효성이 없고 오히려 자전거 이용 활성화에 독이 될 것이라는 지적을 내놓는다. 결국 단속ㆍ처벌ㆍ보상시 불이익 등으로 이어져 경찰과 보험회사에 돈만 벌어다 줄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자전거 안전모 착용 의무화를 둘러 싼 논란을 살펴보자.
2일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지난 3월 개정된 도로교통법이 이달 28일부터 시행됨에 따라 자전거 탑승자의 안전모 착용이 의무화된다. 얼핏 보면 '당연한 조치'로 논란의 여지가 없어 보이지만, 자전거 동호인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엇갈릴 정도로 시끄러운 상황이다.

가장 큰 쟁점은 안전에 도움이 되느냐다. 정부 등은 의료 통계 및 실험 결과를 바탕으로 안전모를 꼭 착용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우선 지난해 5월 국립중앙의료원이 2012년부터 2016년까지 사고를 집계해보니 자전거 사고로 가장 많이 다치는 신체 부위는 머리(38.4%)였다. 특히 20-59세 성인에 비해 9세 이하의 어린이는 머리 손상(50.0%)이 많았다. 이는 안전모 등 안전장구 착용률 차이 때문이었다. 10~20대 이하는 안전장구 착용률이 5% 안팎에 불과했다. 햐20~59세는 23.5%, 60대 이상은 10.4%로 훨씬 높았다.

이에 따라 의료원 측은 "미성년 자전거 운행자의 머리 등의 손상을 예방하기 위한 보호장구 착용 교육 및 지도가 강화될 필요가 있다"며 "어린이의 보호자는 어린이가 자전거를 탈 때 안전모를 착용하도록 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지난해 5월 한국교통안전공단이 실시한 시험 결과도 안전모 착용 의무화 논리를 뒷받침해준다. 자전거 탑승자가 충돌사고 또는 부주의 등으로 인해 넘어질 경우, 안전모를 썼을 때 성인은 8분의1, 어린이는 12.5분의1 정도로 머리가 받는 충격이 줄어드는 것으로 조사됐다.
행안부는 이를 바탕으로 김부겸 장관이 지난달 31일 열린 자전거 대회에 참석해 안전모 착용을 홍보하는 등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행안부 관계자는 "안전모 착용 의무화를 실시한 가장 큰 이유는 당연히 안전 문제 때문"이라며 "사고와 부상자 수ㆍ정도를 감소시킬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31일 강화도에서 열린 자전거대회에서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이 어린이와 함께 안전모 체험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행정안전부

지난달 31일 강화도에서 열린 자전거대회에서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이 어린이와 함께 안전모 체험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행정안전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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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반대 측은 사람들이 쓰려하지 않는 상황에서 벌칙도 없는 만큼 '실효성'이 없으며, 이로 인해 안전에도 크게 도움이 안된다는 입장이다. 특히 결국 자전거 이용을 위축시키는 등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입장이다. 오히려 자전거 도로의 확충, 차량과의 경계선 보강 등 인프라 구축이 더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실제 서울시가 지난달 16일부터 17일까지 여의도 따릉이 대여소 7곳을 모니터링한 결과 비치된 안전모 착용률은 3%에 그쳤다. 이용자 1597명을 상대로 한 모바일 설문 조사에서도 '안전모를 착용하지 않았다'는 응답이 85%, '착용했다'는 응답이 15%에 그쳤다. 쓰지 않은 이유에 대해선 위생(34%), 날씨(24%), 단거리 불필요(22%), 헤어스타일 등(20%)의 순서였다.

오영열 자전거 문화공간 '약속의 자전거' 대표는 "유럽의 경우 안전모를 의무화하지 않아도 머리 부상 비율이 훨씬 낮은데, 이는 자전거를 안전하게 탈 수 있는 인프라를 구축해 놓았기 때문"이라며 "호주가 1998년 의무화 이후 자전거 인구가 5분의 1로 줄어든 전철을 밟을 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오 대표는 이어 "최근 경의선ㆍ경춘선의 평일 자전거 휴대 탑승이 급지되는 등 자전거 인프라 구축에 역행하는 조치가 잇따르고 있다"며 "정부가 대중교통과의 연계성 확충, 안전 인프라 조성 등 자전거 환경 인프라를 구축하는 데에는 신경쓰지 않고 개인에게 안전의 책임을 떠넘기고 있는 것같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일각에선 자전거 안전모 착용 의무화가 경찰ㆍ보험회사의 짓이라는 '음모론'까지 나온다. 장기적으로 결국 단속ㆍ처벌, 벌칙 조항 등이 신설돼 경찰과 보험회사만 덕을 볼 것이라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 3월 개정된 도로교통법상 자전거 안전모 착용이 의무화 됐지만, 이례적으로 단속ㆍ처벌 조항은 빠져 있는 상태다. 행안부는 자전거 이용 활성화에 역행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
오자 "원래 법안에도 단속ㆍ처벌 조항이 없었고 앞으로도 그럴 계획이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자전거 동호인들의 우려는 여전하다. 한 동호인은 "보나마나 조금 시간이 지나면 사고 감소ㆍ안전 강화 등을 명분으로 경찰이 단속ㆍ처벌 조항을 신설해 매년 막대한 '딱지'를 발부해 벌금을 거둬가려고 할 것"이라며 말했다. 민사상 책임 비율이나 보험회사의 보상금 지급 등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현재 자전거 사고에 대한 민사 소송에서 안전모를 안쓰고 사고를 당했을 때 본인의 책임 인정 비율은 15% 인데 착용 의무화로 더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보험회사가 약관을 변경해 면책 조항이나 개인 부담률을 높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오영열 대표는 "지금도 보험회사들이 자전거보험 가입을 회피하는 등 보상에 굉장히 소극적"이라며 "자전거 동호인들 상에선 안전모 의무화에 따라 보험 보상시 불이익을 당하게 될 것이라는 얘기가 나돌고 있다"고 전했다.

반면 행안부 측은 "걱정할 게 없다"는 입장이다. 행안부에 따르면 현재 안전모를 쓰지 않고 자전거를 이용하더라도 벌칙이 없는 훈시 규정 위반에 따른 형사적 책임은 지지 않는다. 민사 소송에서도 안전모 의무화와 관계없이 현재도 자전거 사고시 안전모를 착용하지 않는 이용자의 과실에 대해 일부 책임을 인정하고 있다. 2013년 발생한 경북 영천의 자전거-자동차 사고에서 재판부는 자전거 운전자의 안전모 미착용에 따른 책임비율을 15%로 인정했다. 행안부 관계자는 "손해보헙협회 및 보험사 등 확인결과 의무화 후에도 과실 비율이 많이 달라지지 않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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