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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골목에서 사라진 ‘밤의 황제’…생활고에 알바 뛰는 조폭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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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新 조폭 리포트 中]
한 쪽에선 '억대 수입' 다른 한 쪽에선 '알바'…조폭들도 빈부격차
조직 와해로 생활고 겪는 조폭들돈 없으면 '형님' 대접 못 받아

[2018 新 조폭 리포트 上]현직 조폭이 말하는 ‘요즘’ 건달…“대부분 조직 사실상 와해”

뒷골목에서 사라진 ‘밤의 황제’…생활고에 알바 뛰는 조폭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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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송승윤 기자, 이관주 기자] 부산 지역을 주 활동 무대로 삼은 거대 조직 A파의 전 조직원 B(31)씨는 얼마 전 10여년간의 조직 생활을 청산하고 손을 씻었다.

고등학교 시절부터 몸담은 조직은 핵심 조직원이 잇따라 구속되거나 사망하는 등 수난을 겪으면서 와해됐다. 함께 조직 생활을 시작했던 선배와 동료들도 하나둘 자신의 몫을 챙겨 살 길을 찾아 떠났다. 하지만 B씨는 이렇다 할 사업장조차 손에 넣지 못했다.

결국 수년간 생활고에 시달리던 B씨는 최근 10여년간의 조직 생활에 종지부를 찍었다. 그는 요즘 낮에는 중고차 매매 단지에서 딜러로 일을 하고 밤에는 대리운전 기사로 생활한다. 한때 고급 수입차를 타고 떵떵거리던 B씨였지만 이젠 겨우 입에 풀칠이나 하는 신세가 됐다. 수중에 있는 돈은 원룸 보증금 500여만원이 전부다.
C씨도 이와 비슷한 경우다. 어느새 30대 후반이 된 C씨는 아내에 두 자녀까지 뒀다. 그러나 그는 소속 조직이 여러 계파로 나뉘는 과정에서 어디에도 소속되지 못했다. C씨의 조직은 일부 조직원들만 유지한 채 사실상 이름만 남았고 그도 남은 조직원 중 하나가 됐다.

그나마 모은 돈으로 시작한 개인 사업마저 실패하자 C씨는 처자식을 먹여 살리기 위해 공사판을 전전하는 중이다. 20여년을 충성하며 청춘을 모두 다 바친 조직은 C씨에게 전과 10범이란 주홍글씨만을 남겼다. 그는 "온몸을 뒤덮은 문신이 이렇게 부끄러워질 줄 몰랐다"고 고백했다.
(사진=영화 '범죄와의 전쟁' 스틸컷)

(사진=영화 '범죄와의 전쟁' 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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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인에겐 '야인시대' 드라마로 널리 알려진 1세대 조직폭력배, 이른바 '낭만주먹'이라 불리던 이들이 사라진 이후 대한민국에서 조폭은 말 그대로 '조직적으로 폭력을 휘두르는 집단'에 불과하게 됐다. 자연스레 그들만의 의리도 없어진 지 오래다.

이제 4세대로 접어든 요즘 조폭들 사이에선 자금을 갖고 있는 이가 우두머리다. 돈이 곧 의리인 셈이다.

특히 이들은 돈이 되는 것이면 무엇이든 가리지 않고 뛰어들고 있다. 과거엔 속칭 '나와바리(담당 구역)'라 불리는 조직 간 경계가 뚜렷했으나 최근에는 구역과 상관없이 타 조직 소속 조직원끼리 뭉쳐 하나의 사업을 하는 경우도 많다.

(사진=영화 '우아한 세계' 스틸컷)

(사진=영화 '우아한 세계' 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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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기관의 단속으로 사실상 해체되다시피 한 조폭들은 계속 음지로 숨어들고 있다. 예전처럼 대놓고 활동을 못 하게 되자 점조직 형태로 활동하면서 전통적인 사업 분야였던 보도방 운영, 대부업 외에도 다양한 분야에 포진했다. 그중에서도 불법 도박 사이트 운영이 가장 만만한 돈벌이 수단이다. 일부 지역에선 금괴 밀수에 손을 대거나 팀 단위로 성매매를 알선하는 경우도 많다.

이 과정에서 그들끼리도 '빈부격차'가 발생하게 됐다. 비교적 빨리 사업을 선점한 이들은 억원대 수입을 올리면서 건실한 사업가로 신분세탁을 한 반면 생활고에 시달려 알바까지 하는 이들도 있다. 이합집산에 따라 돈을 많이 가진 이를 중심으로 세력이 뭉치게 되면서 선배라 할지라도 궁핍한 이들은 '형님' 대우조차 못 받을 정도다.

이와 관련, 일선 경찰서의 한 강력계장은 "단속과 내부 분열 등으로 인해 점점 조폭 수가 줄어들면서 생활이 어려워진 이들이 도태되는 경우가 많아졌다"며 "주로 40~50대 조폭을 중심으로 이런 경향이 두드러진다. 과거 잘 나갔던 이들도 돈이 없으면 비참한 말로를 맞게 되는 것이 이 세계"라고 전했다.





송승윤 기자 kaav@asiae.co.kr
이관주 기자 leekj5@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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