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루킹에게 불법 정치자금 수수 의혹을 받던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가 23일 서울 중구의 한 아파트에서 투신해 숨졌다. 이날 투신장소인 노 원내대표의 자택 앞에서 경찰 관계자들이 사건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문호남 기자 munonam@
[아시아경제 성기호 기자, 유제훈 기자] 여론 조작 혐의로 수사 중인 '드루킹(김동원ㆍ구속기소)' 측으로부터 정치자금을 수수했다는 의혹을 받아온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가 극단적인 선택을 하면서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고(故) 노 원내대표는 22일 오후 4박5일간의 여야 원내대표 미국 방문 일정을 마치고 귀국했다.
특검 수사 착수 이후 처음 청구한 구속영장이 법원의 문턱을 넘지 못하면서 노 원내대표가 극단적인 선택을 하면서 향후 관련 수사는 난항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경찰에 따르면 노 원내대표의 유서 등에는 '드루킹 관련 금전을 받은 사실은 있으나 청탁과는 관련이 없다'라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노 원내대표는 불법 정치자금 수수 의혹으로 인해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으로 보인다. 그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정의당 상무위원회와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 모두 불참했다.
당은 서둘러 진화에 나섰다. 이정미 대표는 19일 라디오에 출연해 "현재 정의당으로서는 노 원내대표의 말씀을 믿고 있다"며 "지금 언론에서 명백한 결과가 아니라 추측과 수사 과정이 그냥 막 흘러나오고 있는 상황이기에 특검이 빨리 수사 결과에 대해 명백한 결론을 내놓는 것이 시급한 일이라고 보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노 원내대표도 미국을 방문 중이던 지난 19일(현지시간) 워싱턴에서 기자들과 만나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국회의원도 아닌 상태인데 강의료로 2000만원을 줬다는 보도가 있다. 제가 아니더라도 이게 대한민국에서 있을 수 있는 일이냐"며 강하게 부인했다. 하지만 귀국 직후 취재진의 질문에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아 수사와 관련해 심경에 어떤 변화가 생긴 것이 아니냐는 추측이 나왔다.
한편 노 원내대표가 스스로 목숨을 끊으면서 앞선 정치인들의 자살에 다시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고(故) 성완종 전 새누리당 의원 역시 이명박 정부 시절 자원 외교 비리 의혹과 관련한 수사를 받던 2015년 4월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성 전 의원은 숨지기 전 '성완종 리스트'로 정치권을 흔들어놓기도 했다.
고(故) 김종률 전 통합민주당 의원은 한 벤처기업의 부실 회계를 묵인하는 대가로 돈을 수수한 혐의로 경찰의 수사를 받다 한강에 투신해 숨졌다.
이 밖에 고(故)안상영 전 부산시장, 고(故)박태영 전 전남지사, 고(故)이준원 전 파주시장 등도 각종 의혹 사건으로 구속되거나 수사를 받는 와중에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정치인의 죽음과 관련해서는 '정치 보복'이라는 비판도 뒤따랐다. 대표적 사례가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이다. 노 전 대통령은 '박연차 게이트'로 검찰에 소환되는 등 곤욕을 치르다 2009년 투신, 서거했다.
노 전 대통령의 서거로 국민적 공분이 거세지면서 검찰은 당시 여당(한나라당)에서조차 '망신 주기 수사를 했다'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이명박 정부 역시 정치 보복이라는 국민적 비판에 직면했다.
실제 이후 당시 수사를 지휘한 이인규 전 중앙수사부장은 노 전 대통령에게 정치적 타격을 준 '논두렁 시계' 사건은 당시 국가정보원이 언론 보도를 기획했던 것이라는 취지의 폭로를 하기도 했다.
성기호 기자 kihoyeyo@asiae.co.kr
유제훈 기자 kalama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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