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루킹 부인했던 노회찬, 압박 못이기고 극단 선택

드루킹에게 불법 정치자금 수수 의혹을 받던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가 23일 서울 중구의 한 아파트에서 투신해 숨졌다. 이날 투신장소인 노 원내대표의 자택 앞에서 경찰 관계자들이 사건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문호남 기자 munonam@

드루킹에게 불법 정치자금 수수 의혹을 받던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가 23일 서울 중구의 한 아파트에서 투신해 숨졌다. 이날 투신장소인 노 원내대표의 자택 앞에서 경찰 관계자들이 사건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문호남 기자 munon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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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성기호 기자, 유제훈 기자] 여론 조작 혐의로 수사 중인 '드루킹(김동원ㆍ구속기소)' 측으로부터 정치자금을 수수했다는 의혹을 받아온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가 극단적인 선택을 하면서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고(故) 노 원내대표는 22일 오후 4박5일간의 여야 원내대표 미국 방문 일정을 마치고 귀국했다.노 원내대표와 정의당은 그동안 불법 정치자금 수수 의혹에 대해 강하게 부인해왔다. '드루킹 댓글 조작 사건'을 수사 중인 허익범 특별검사팀은 지난 18일 드루킹 측근인 도모 변호사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나 기각됐다. 도 변호사는 20대 총선 전인 2016년 3월 자신의 경기고등학교 동창인 노 원내대표에게 불법 정치자금 5000여만원을 건넨 혐의를 받고 있다.

특검 수사 착수 이후 처음 청구한 구속영장이 법원의 문턱을 넘지 못하면서 노 원내대표가 극단적인 선택을 하면서 향후 관련 수사는 난항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경찰에 따르면 노 원내대표의 유서 등에는 '드루킹 관련 금전을 받은 사실은 있으나 청탁과는 관련이 없다'라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노 원내대표는 불법 정치자금 수수 의혹으로 인해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으로 보인다. 그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정의당 상무위원회와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 모두 불참했다.앞서 정의당은 노 원내대표의 불법자금 수수설을 놓고 내홍에 빠졌다. 당 게시판에는 노 원내대표의 해명을 요구하는 글들이 봇물을 이뤘다.

당은 서둘러 진화에 나섰다. 이정미 대표는 19일 라디오에 출연해 "현재 정의당으로서는 노 원내대표의 말씀을 믿고 있다"며 "지금 언론에서 명백한 결과가 아니라 추측과 수사 과정이 그냥 막 흘러나오고 있는 상황이기에 특검이 빨리 수사 결과에 대해 명백한 결론을 내놓는 것이 시급한 일이라고 보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노 원내대표도 미국을 방문 중이던 지난 19일(현지시간) 워싱턴에서 기자들과 만나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국회의원도 아닌 상태인데 강의료로 2000만원을 줬다는 보도가 있다. 제가 아니더라도 이게 대한민국에서 있을 수 있는 일이냐"며 강하게 부인했다. 하지만 귀국 직후 취재진의 질문에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아 수사와 관련해 심경에 어떤 변화가 생긴 것이 아니냐는 추측이 나왔다.

한편 노 원내대표가 스스로 목숨을 끊으면서 앞선 정치인들의 자살에 다시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고(故) 성완종 전 새누리당 의원 역시 이명박 정부 시절 자원 외교 비리 의혹과 관련한 수사를 받던 2015년 4월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성 전 의원은 숨지기 전 '성완종 리스트'로 정치권을 흔들어놓기도 했다.

고(故) 김종률 전 통합민주당 의원은 한 벤처기업의 부실 회계를 묵인하는 대가로 돈을 수수한 혐의로 경찰의 수사를 받다 한강에 투신해 숨졌다.

이 밖에 고(故)안상영 전 부산시장, 고(故)박태영 전 전남지사, 고(故)이준원 전 파주시장 등도 각종 의혹 사건으로 구속되거나 수사를 받는 와중에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정치인의 죽음과 관련해서는 '정치 보복'이라는 비판도 뒤따랐다. 대표적 사례가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이다. 노 전 대통령은 '박연차 게이트'로 검찰에 소환되는 등 곤욕을 치르다 2009년 투신, 서거했다.

노 전 대통령의 서거로 국민적 공분이 거세지면서 검찰은 당시 여당(한나라당)에서조차 '망신 주기 수사를 했다'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이명박 정부 역시 정치 보복이라는 국민적 비판에 직면했다.

실제 이후 당시 수사를 지휘한 이인규 전 중앙수사부장은 노 전 대통령에게 정치적 타격을 준 '논두렁 시계' 사건은 당시 국가정보원이 언론 보도를 기획했던 것이라는 취지의 폭로를 하기도 했다.







성기호 기자 kihoyeyo@asiae.co.kr
유제훈 기자 kalama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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