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화학ㆍ 재즈 전공 임종윤 한미사이언스 대표 "토털 헬스케어 그룹 지향"
-북경한미약품 성공 일궈내
-10년 후 글로벌 톱10 목표로
[아시아경제 박혜정 기자] '저스트 리슨(Just Listen)'
기업 경영도 앙상블이다. 조직은 수평해야 하고 소통은 직급을 뛰어넘어야 한다. 평소 임 대표는 "치열한 경쟁 속에서 생존을 넘어 성장을 하려면 조직 내부의 협업, 조직 기능의 앙상블이 중요하다"며 임직원들에게 소통을 강조한다.
◆뮤지션에서 제약인으로…음악과 경영의 성공적인 컬래버= 임 대표는 2000년 한미약품 입사 전 미국 보스턴대학에서 생화학을 전공한 뒤 버클리음대에서 재즈 작곡 석사 학위를 받았다. 마니아층을 확보한 언더그라운드밴드 '로맨틱소울 오케스트라' 리더로 활동하며 음반을 내고 공연도 했다. 지금은 활동을 중단했지만 제약 논문을 읽다가 막힐 때면 피아노 앞에 앉아 녹음 버튼을 누른다. 그는 "예술이라는 영역은 뚜렷한 결론도 없고 정답도 없다. 그래서 예술과 음악은 순수 과학 연구와 많이 닮아 있다"고 말하곤 한다.
그의 측근은 "언젠가 한번은 직접 운전을 하면서 장거리 일정을 소화하는 것이 걱정스러워 '운전사를 쓰시는 게 좋지 않겠냐'고 했더니 아주 질색하면서 손사래를 치더라"며 "직원들과도 격의 없이 소통하고 관계사들을 만나며 바쁜 일정을 소화할 때도 늘 표정이 밝다"고 말했다.
◆북경한미약품의 성공…이젠 유럽으로= 임 대표는 경영에서도 적잖은 성과를 내고 있다. 그가 주역으로 나섰던 북경한미약품의 성공 스토리는 중국 진출의 모범 사례로 꼽힌다. 임 대표가 2004년 임성기 회장의 특명을 받고 중국 사업을 챙길 때만 해도 북경한미약품 매출은 1억위안(약 168억원)에 불과했다. 임직원 수도 200명 남짓 했다. 그러나 지난해 매출액은 2141억원, 임직원 2000여명이 근무하는 규모로 성장했다. 중국 연구진 140여명을 보유한 자체 연구소도 설립하고 연간 수백억원을 연구개발(R&D)에 쏟아붓고 있다.
중국의 어린이 의약품시장에서는 독보적 입지를 다졌다. 당시 임 대표는 중국 정부의 1가구 1자녀 정책에 주목하고 '아기와 엄마의 건강을 위한 고품격 제품'을 내세웠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현재 북경한미약품은 중국 아동 의약품시장에서 처방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어린이 유산균 정장제 마미아이가 대표적이다. 마미아이는 2013년 국내 제약사 중 처음으로 중국 공식 인증마크인 중국 유명상표를 획득했다. 한미약품 관계자는 "어린이 의약품 영역에서는 코카콜라와 동등한 위치로 평가받는다"며 "R&D와 생산, 영업이 모두 이뤄지는 현지화에 성공한 유일한 사례"라고 평가했다.
북경한미약품이 중국에서 탄탄한 입지를 다지자 임 대표는 유럽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한미사이언스 관계사인 코리그룹을 통해 사업 다각화를 꾀하는 것이다. 코리그룹은 최근 이탈리아 로마가톨릭대ㆍ제멜리병원과 바이오뱅크인 '마더 앤 차일드 앤 비욘드'를 설립했다. 바이오뱅크는 혈장과 소변, 조직, 세포 등 인체 유래물 전반에 대한 정보를 수집ㆍ보관하고 이를 분양하는 역할을 한다.
◆미래 10년…'글로벌 톱10' 헬스기업 정조준= 바이오뱅크 설립은 한미약품그룹의 미래와 직결된다는 점에서 주목받는다. 임 대표는 그룹의 미래를 '맞춤형 치료'에서 찾고 있다. 의약품을 개발해 공급하는 회사에서 맞춤형 건강관리를 돕는 '토털 헬스케어 그룹'으로 도약하겠다는 것이다. 특히 그는 여성과 어린이 건강에 주목한다. 임 대표는 바이오뱅크의 역할을 궁금해하는 직원들에게 이렇게 설명한다.
"신약물을 테스트해 적용하는 기존 임상시험과 맞춤형 치료는 정반대의 개념이다. 이런 패러다임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많은 시도를 하고 있는데 바이오뱅크가 대표적이다. 바이오뱅크는 엄마와 아기의 건강, 나아가 만성질환과 환경적ㆍ유전적 요인의 연결고리를 찾아가며 제품화하고 있다."
임 대표에게 주어진 또 다른 숙제는 그룹 지주사인 한미사이언스의 역할이다. 기존 지주사들이 관계사의 브랜드 로열티 등으로 매출을 올리는 수동적인 역할에 그쳤다면 한미사이언스는 능동적인 신사업 개발, 글로벌 사업의 전진기지를 지향한다. 이를 통해 '글로벌 톱10 제약사'로 도약하겠다는 것이 임 대표의 포부다. 그는 "10년 후 글로벌 톱10의 헬스기업으로 자리잡고 경제전문지 포천의 기업 순위 50위권에 드는 것이 목표다. 충분히 실현 가능하다"고 자신했다.
박혜정 기자 park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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