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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민의 휴먼 피치] 축구 본고장에 뛰어들어 8년, 리버풀 우승 고대하는 美 야구광 사업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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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헨리 리버풀 구단주 [사진=보스턴 글로브]

존 헨리 리버풀 구단주 [사진=보스턴 글로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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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형민 기자] 8년 전 야구를 좋아했던 미국인 사업가는 '축구의 본고장' 잉글랜드 무대에 도전장을 던졌다. 잉글랜드 프로축구 리버풀의 주인이 됐다. 그가 내건 목표는 "명가 재건"이었다.
"나는 축구를 잘 모른다"면서도 과감히 시작한 도전은 역시나 어려웠다. 2010년 10월 그가 구단을 인수하고 나간 첫 경기에서 리버풀은 0-2로 졌다. 순위는 19위로 곤두박질 쳤고 게다가 상대는 '머지사이드 라이벌' 에버튼이어서 팬들의 비난은 극에 달했다.

혹독한 신고식 후에도 숱한 위기를 겪었다. 그 사이 감독 2명이 경질됐다. 우여곡절을 넘어 이제 축구 입문 8년차가 됐다. 리버풀은 유럽챔피언의 자리를 넘보고 있다. 잉글랜드 프로축구 리버풀의 존 헨리(68) 구단주는 27일(한국시간) 우크라이나 키예프 NSK 올림피스키에서 열리는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을 맞는 기분이 아마도 남다를 것이다.

헨리는 최근 미국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지난 8년을 되돌아보며 "정말 어려운 시간을 보냈다. 내가 미국인이었기 때문에 (자국에 대한 자부심이 강한) 잉글랜드에서 살아남기 더 어려웠다고 생각한다"면서 "축구는 정말 쉽지 않다. 제한된 선수단으로 결과를 만들어 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과 공을 들여야 한다"고 했다. 챔피언스리그를 통해 그는 "보상 받고 싶다. 선수들은 정상을 향한 계단에 올라야 한다"며 욕심도 숨기지 않았다.
헨리는 미국 펜웨이 스포츠그룹(FNC) 최대주주로 리버풀과 함께 미국 프로야구 보스턴 레드삭스 구단도 소유하고 있다. 미국 경제지 포브스는 그의 경제적 가치를 2500만 달러(약 269억원)로 매겼다. 리버풀이 챔스 정상에 오른다면 광고수익 등 경제적인 효과를 등에 업고 헨리의 가치는 더욱 오를 수 있다.

헨리는 사실 자신의 가치보다 팬들의 신뢰가 올라가길 원할 것이다. 구단주로 8년을 있었지만 리버풀 팬들은 아직 헨리의 능력을 의심한다. 그간 행보와 성적이 처음 기대치에 미치지 못했기 때문이다. 챔스 우승은 리버풀 팬들에게 자신을 각인할 확실한 성과다. 리버풀은 2004~2005시즌 '이스탄불의 기적'으로 AC밀란(이탈리아)을 꺾고 우승한 후 이 대회 우승에 목말라 있었다. 헨리에게는 절호의 기회다.

헨리는 2004년 미국 메이저리그(MLB) 월드시리즈에서 '밤비노의 저주'를 풀어 유명하다. 그가 운영한 보스턴은 1918년 팀의 간판 선수였던 베이브 루스가 뉴욕 양키스로 이적한 후 86년 동안 월드시리즈에서 우승하지 못했다. 이를 놓고 야구팬들은 '루스의 저주' 혹은 루스의 애칭인 밤비노를 빗대어 '밤비노의 저주'라고 했다.

헨리는 철저하게 데이터를 통해 몸값이 싸지만 효율성이 좋은 선수들을 영입하는 '머니볼' 이론으로 영입정책을 폈다. 2004년에는 월드시리즈 우승으로 그 결실을 맺었다. 2010년 그가 리버풀의 주인이 될 당시 축구에도 '머니볼' 이론을 적용해 정상에 도전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컸다.

하지만 축구는 야구와 달랐다. 실력을 믿고 적은 몸값으로 효율적인 선수를 영입하거나 혹은 몸값을 믿고 스타를 영입해도 효과를 보는 데는 항상 변수가 많았다. 헨리는 2011년 1월에 한 실수를 통해 "가장 크게 배웠다"고 했다.
당시 그는 페르난도 토레스(현재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를 첼시로 5000만 파운드(약 719억원)에 팔고 받은 돈 중 3500만 파운드(약 503억원)으로 뉴캐슬에 있던 앤디 캐롤(현 웨스트햄)를 영입했다. 캐롤은 당시만 해도 잉글랜드에서 가장 촉망 받는 공격수로 평가 받았다. 헨리는 그의 장래성을 믿고 그런 결단을 내렸다. 하지만 캐롤은 몸값 만큼 활약하지 못하면서 '실패작'이 됐다.

이후에도 시행착오를 겪던 헨리는 핵심 하나를 알았다고 했다. 감독이 중요하다는 것이었다. 선수의 활약여부는 감독이 결정한다는 걸 깨달았다. 그래서 그는 많은 노력을 기울여 위르겐 클롭을 2015년 10월에 사령탑으로 영입했다. 이때 결정이 지금의 리버풀을 만들었다.

영국 현지 축구 전문가들은 이번에 리버풀이 챔스 결승에 오르는 데 클롭 감독의 지도력이 5할 이상을 책임졌다고 분석한다. 올 시즌 정규리그에서 31골, 각종 컵 대회를 포함한 모든 대회에서 44골을 기록한 모하메드 살라의 활약도 클롭의 작품이라는 평가가 많다. 헨리는 "클롭은 중대한 일을 해낸 것이다. 그는 모든 이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고 했다.

헨리의 도전은 챔스 경기 이후에도 계속된다. 그의 가장 큰 과제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우승이다. 리버풀의 프리미어리그 첫 우승은 헨리가 리버풀 구단주가 되면서 팬들과 약속했던 목표였다. 리버풀은 잉글랜드 프로축구 1부리그가 프리미어리그로 1992년 출범한 이후 한번도 리그 우승컵을 들어보지 못했다.

헨리는 이미 다가오는 여름이적시장에 많은 이적자금을 투자하겠다고 했다. 다음 시즌 정규리그 우승을 위해. 헨리는 "유럽클럽대항전이 잉글랜드 리그보다 더 큰 대회인가?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렇다고 동의할 것이다. 하지만 내게는 챔스 이상으로 프리미어리그가 세계 최고의 대회"라고 했다.




김형민 기자 khm19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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