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곳곳에서 폐비닐과 스티로폼 폐기물을 재활용품으로 수거할 수 없다는 내용의 공지가 붙은 1일 서울 용산구 한 아파트단지에서 관리원들이 폐비닐을 정리하고 있다. 중국의 폐자원 수입 규제 등으로 인한 폐자원 가격 급락으로 재활용 업체들이 비닐과 스티로폼 등을 수거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힘에 따라 주민들이 혼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강진형 기자aymsdream@
[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 2일 경기도 김포시 운양동 모 아파트 단지 내 쓰레기 분리수거장에서 주민 A(70)씨가 경비원 B(66)씨를 폭행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A씨가 술에 취한 채 비닐을 분리 배출하려 했지만 B씨가 "이제 비닐을 버리면 안 된다"고 제지하자 홧김에 폭력을 행사한 것이다..
뻔히 예고된 '폐기물 대란'에도 불구하고 정부ㆍ지방자치단체가 늑장 대응하면서 주민들의 생활 불편과 갈등으로 번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단기적인 대책 마련과 함께 생산 최소화ㆍ적극적인 재활용 등 폐기물에 대한 정책의 전반적인 정책 전환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재활용품 시장 상황이 좋을 땐 가구당 월 300~1000원씩의 부수입도 챙겼다. 수거업체들도 고철ㆍ종이에서 나오는 수익 외에 비닐ㆍ스티로폼을 발전소용 고형 연료 등으로 쓰는 중국에 수출해 마진을 챙겼다. 하지만 지난해 7월부터 자체 폐기물로도 수요가 충족된 중국이 외국 폐기물 수입 중단 조치를 내리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도저히 수익을 낼 수 없게 된 수거업체들이 지난달 말 일제히 아파트 단지들에게 '비닐ㆍ스티로폼 수거 중단'를 통보해 온 것이다. 이에 따라 서울, 경기, 인천 등 수도권의 200여개 수거 업체들에게 비닐ㆍ스티로폼, PET병 수거를 맡겨 온 아파트 단지들이 1일부터 폐기물 대란에 처해 있다.
인천 부평의 한 아파트 주민 A(45)씨가 대표적 사례다. A씨는 지난 주 내내 버리지 못한 재활용 비닐을 수거일인 1일 버리지 못해 잔뜩 쌓아 놨다. 수거 중단 소식을 알지 못한 채 '환경을 보호하겠다'는 일념으로 일주일 내내 모아 들고 갔다가 "오늘부터 수거 안 된다"는 경비원들의 호통을 들었다. 경비원들은 "행자부 방침이다. 그냥 종량제 봉투에 버리라"고 말했지만, 뻔히 알면서도 따지거나 '불법'을 자행할 수는 없었다. A씨는 "분리수거 업체들이 돈 때문에 안 가져가는 것을 알지만 아무것도 모르는 경비원들에게 따져 봐야 소용없지 않냐"며 "환경 보호하려는 시민들이 오히려 불법을 저지르도록 정부와 업체들이 유도하는 것 같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서울시나 지자체들도 지역별 폐비닐 배출 현황·업체들의 수거 중단 여부 등 구체적인 상황도 미리 파악하지 않고 있는 등 '뒷짐'만 지고 있었다. 시 관계자는 "1일부터 수거 중단됐으니 이제부터 구청들로부터 자료를 받아서 파악해 보고 현장도 둘러 봐야 상황을 알 것 같다"며 "폐기물 가격을 놓고 업체와 아파트 관리사무소간 이견 때문인 것 같다. 아파트 주민들이 양보해서 풀어야할 문제"라고 말했다.서울의 한 자치구 관계자도 "서울시나 환경부가 보내 온 공문을 아직까지 아파트 관리사무소에 보내지 못해 오늘 오전 중에 마무리 지을 예정"이라며 "그동안 아파트에서 나온 재활용 쓰레기의 배출량은 각자 관리해 왔기 때문에 파악이 안 되고 있다"고 말했다.
조강희 환경브릿지연구소 대표(인천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는 "정부나 지자체가 지난해 7월 중국의 폐기물 수입 중단 조치 이후 뻔히 예상되는 폐기물 대란에 대해 전혀 준비하지 못하면서 불법을 부추긴 꼴이 되고 있다"며 "중국이 폐기물을 더 이상 수입하지 않는 상황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정부와 지자체가 생활폐기물 생산 최소화ㆍ적극적 재활용 등 정책을 근본적으로 전환해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꼭 봐야할 주요뉴스
'최고 12% 금리' 입소문 퍼졌다...용띠맘 사이에서... 마스크영역<ⓒ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