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Dim영역

[오후 한 詩] 충북선/정용기

스크랩 글자크기

글자크기 설정

닫기
인쇄 RSS
다음 생에는
충북선 기찻길 가까운 산골짜기에
볕바른 집을 마련해야지.
3?8일에 서는 제천 장날이면
조치원 오송 충주를 지나오는 기차를 타고
터키석 반지를 낀 고운 여자랑
제천역 전시장을 가야지.
무쇠솥에서 끓여 내는 국밥을 사 먹고 돌아다니다가
또 출출해지면 수수부꾸미를 사 먹어야지.
태백산맥을 넘어온 가자미를 살까
어떤 할미의 깐 도라지를 살까 기웃거리다가
꽃봉오리 맺힌 야래향 화분 하나 사고
귀가 쫑긋한 강아지도 한 마리 사서 안고
돌아오는 기차를 타야지.
손잡고 창 너머로 지는 저녁 해를 보다가
삼탄역이나 달천역쯤에 내려서 집으로 와야지.
아무도 눈치 채지 못하게 산그늘로 숨어들어야지.
소쩍새 소리 아련한 밤이면
둘이 나란히 엎드려 시집을 읽을까,
스메타나의 몰다우를 들을까.
어쨌거나 다음 생에는
충북선 가까운 곳에 살아야지.
[오후 한 詩] 충북선/정용기
AD
원본보기 아이콘


■봄이다. 새 학기가 시작되었다. 새 학기, 그중에 특히 일 학기엔 정말이지 오로지 선심으로(!) 과제물 하나를 보태곤 했었다. 봄이라서 영 마음이 싱숭생숭하거들랑 수업에 들어오는 대신 기차를 타고 봄 맞으러 다녀와도 된다고, 대신 A4 용지 두 장 가득 봄을 담아 오라고. 그런데 아쉽게도 십여 년 넘게 그 과제물을 제출한 학생은 단 한 명도 없었다. 그렇기도 하고 요즘은 대학생들도 학점에 상당히 민감해서 사오 년 전부터는 봄맞이 과제(?)를 아예 그만두었다. 그런데 생각해 보니 내가 좀 지나쳤다 싶기도 하다. 봄을 마중하러 가는 그 살뜰하고 다사로운 마음을 종이에다 옮겨 적으라고 했으니 말이다. 그래, 미안하다. 이번 봄엔 내가 솔선해서 휴강하고 기차 타러 갈까, 그럴까? 채상우 시인




AD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함께 본 뉴스

새로보기

이슈 PICK

  • [포토] 건강보험 의료수가 인상분 반영 '약값 상승' [힙플힙템] 입지 않고 메는 ‘패딩백’…11만개 판 그녀 하이브-민희진 갈등에도 굳건한 1위 뉴진스…유튜브 주간차트 정상

    #국내이슈

  • 마라도나 '신의손'이 만든 월드컵 트로피 경매에 나와…수십억에 팔릴 듯 100m트랙이 런웨이도 아닌데…화장·옷 때문에 난리난 중국 국대女 "제발 공짜로 가져가라" 호소에도 25년째 빈 별장…주인 누구길래

    #해외이슈

  • [포토] 꽃처럼 찬란한 어르신 '감사해孝' 1000개 메시지 모아…뉴욕 맨해튼에 거대 한글벽 세운다 [포토] '다시 일상으로'

    #포토PICK

  • 3년만에 새단장…GV70 부분변경 출시 캐딜락 첫 전기차 '리릭' 23일 사전 계약 개시 기아 소형 전기차 EV3, 티저 이미지 공개

    #CAR라이프

  • 앞 유리에 '찰싹' 강제 제거 불가능한 불법주차 단속장치 도입될까 [뉴스속 용어] 국내 첫 임신 동성부부, 딸 출산 "사랑하면 가족…혈연은 중요치 않아" [뉴스속 용어]'네오탐'이 장 건강 해친다?

    #뉴스속OO

간격처리를 위한 class

많이 본 뉴스 !가장 많이 읽힌 뉴스를 제공합니다. 집계 기준에 따라 최대 3일 전 기사까지 제공될 수 있습니다.

top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