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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한 詩]물방울 속으로/손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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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나의 놀라운 사태는
연 이파리 위
소리 물고 파닥이는 물방울을 보는 일

제 몸에 똬릴 트는
하늘도 해도 털어 내며
굴러 내리는 맨 얼굴의 말 알아듣는 일
바람이 불거나 청개구리가 건너뛰면
또그르르르
한번 또 투명한 심장을 깨는
그 가벼움에 빛 가슴에 점등하는 일

머물던 세상, 손 탈탈 털고
한 방울 바다의
중심으로 뛰어드는 일

밀어라 밀어라 바람아
전율하는 이 가슴을

수평선을 기울였다 펴는
세상 가장 아찔한 상쾌 속으로!

■나는 시인은 믿지 않지만 시는 믿는다. 아니 시를 믿으려고 노력한다. 이유는 간단하다. 내가 시인이라고 해서 그 속내를 알 만큼 친한 시인은 몇 안 되기 때문이다. 대부분은 만난 적이 없거나 만나도 오다가다 한두 번에 지나지 않는다. 물론 가끔 시를 읽고 만나고 싶은 시인이 있기는 하다. 그런데 그렇다고 해서 일부러 찾아가 대면하는 건 좀 겸연쩍은 일인 데다 간혹은 정말 그랬다가 실망하거나 심지어는 자괴감이 일 정도로 절망한 적도 있어서 시만 자꾸 읽는다. 다만 시 속에서 시인을 만나면 그만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잠시라도 만났으면 싶은 시인이 있다. 놀랍거나 새로운 시는 생각보다 흔하다. 연잎 위 "물방울"의 "맨 얼굴의 말"을 듣고자 한참 귀 기울이는 정성스러운 마음은 드물다. 그 간절함 곁에서 딴청 하듯 앉아 낑낑거리는 강아지처럼 잠깐 머물고 싶다. 채상우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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