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기간 짧고 기업 인증으로 직무능력 확인돼
[아시아경제 이민우 기자] #1.대기업 하청 운수회사에 근무하는 김재직(45세)씨는 최근 배송대행업체가 많이 생겨나고 불황이 겹치면서 일거리가 줄었다. 회사에서도 인원을 감축하는 분위기였다. 전업 주부인 아내와 1남1녀의 생계를 책임질 생각에 고민하던 차 정부의 온라인 직무능력 학습 프로그램 '한국형 나노디그리(Nano-degree)가칭)'를 알게 됐다. 김 씨는 택한 건 '전자 물류 전문가' 과정이다. 8개 과목을 12개월 간 학습하는 프로그램으로, 정부가 비용을 지원했기 때문에 부담도 덜했다. 매일 2시간 씩 강의를 듣고 과목마다 실행보고서를 제출했다. 1년 뒤 김 씨는 새 전자물류 전문가로 변신, 전자물류 시스템 개발자로 '상향 이직'했다. 제2의 삶을 시작한 김 씨는 지금도 틈틈이 자신의 영역을 넓힐 나노디그리 과정을 찾고 있다.
#2. 다문화결혼이주여성인 흐엥쿠어(가명, 베트남) 씨는 경남의 농촌으로 이주한 지 8년 째다. 남편이 나이가 들면서 점차 일이 줄어드는 데다 새로운 일자리를 구하기도 여의치 않았다. 그러던 중 다문화지원센터의 한국어 선생님으로부터 한국형 나노디그리의 '스마트농부 과정'을 듣고 참여했다.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농업 아이디어를 만드는 과제를 하면서 고향의 열대작물을 한국에서 재배하는 사업을 떠올렸다. 호응은 폭발적이었다. 다문화가족지원센터를 통해 지방전부에도 전달, 지역 농업의 새 사업 방향으로 채택됐다. 흐엥쿠어 씨는 열대작물 재배방법을 교육시키는 전문가이자 '스마트 농부'로서의 삶을 살고 있다.
위의 내용은 교육부가 최근 발표한 '한국형 나노디그리(Nano-degree)'를 가상으로 적용한 내용이다. '나노(nano)'는 학습 내용의 세분화 및 단기화를, '디그리(degree)'는 학습 내용에 대한 기업의 인증을 뜻한다. 4차 산업혁명 등 미래를 대비하고자 하는 성인이 언제, 어디서나 필요한 직무능력을 비교적 단기간에 습득하고 인증을 받을 수 있는 제도다. 미국의 원격교육업체 유다시티(Udacity)의 나노디그리 프로그램을 본떠 만들었다. 유다시티는 현재 30여개 기업과 협력해 18개 나노디그리 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기존의 국내 성인교육프로그램은 대부분 2∼4년 내외의 장기간(학사ㆍ전문학사)을 요구하거나 단기간일 경우에도 전일제 형식으로 운영돼 직장인들이 이용하기 어려웠다. 기업 입장에서도 기업 요구에 부합하는 교육 제공이 부실하고, 공급되는 프로그램 개발이 아직 미흡하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국내의 한 대기업 경력컨설팅센터에 근무하는 김모씨는 "중ㆍ장년을 위한 직업능력개발 및 생애설계, 은퇴준비 등의 요구는 많지만 프로그램이 미흡한 수준"이라고 털어놨다.
교육부는 내년부터 시범사업 운영을 목표로 우선 산업별협의체, 기업 및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상설자문단에서 4차 산업혁명 등 미래 유망 분야를 선정할 예정이다. 이어 각 분야에서의 대표ㆍ선도 기업을 선정, 업무 협약(MOU)을 체결한다.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 사물인터넷(IoT), 클라우드, 인공지능(AI) 등 정보통신 기술 분야와 연료 전지 자동차, 지능형 자동차, 전기자동차 등 운송 분야, 기후 조절, 유전자변형 동식물, 대체 식품, 대체 에너지 등 에너지 환경 분야가 대상이 될 전망이다.
현영섭 경북대 교육학과 교수는 "나노디그리는 한국이 과거 학력, 학위, 학점 중심의 시스템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이 될 수 있다"며 "나노디그리가 안착하기 위해서는 교육 내용에서의 변화나 융합성을 강조하는 것을 넘어 교육과정 운영 시스템, 산학 연계 방법, 학습 멘토링 제공, 장학금 제도, 과정 운영 플랫폼 등 다양한 요소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민우 기자 letzw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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