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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은 왜 도박에 빠졌나]上. 도박 때문에 도둑질까지…범죄자 전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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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들이 PC와 휴대전화를 통한 온라인 도박에 쉽게 빠져들고 있다. 신종 온라인 불법 도박 중 하나인 일명 '소셜 그래프'는 올라가는 그래프가 멈추기 직전 '스톱' 버튼을 눌러 해당 지점에 적힌 배당률에 따라 돈을 잃거나 따는 시스템이다. 사진 속의 소셜 그래프는 게임당 소요시간이 수초에 불과할 만큼 진행이 빠른 탓에 중독성이 강하다./사진=아시아경제DB

청소년들이 PC와 휴대전화를 통한 온라인 도박에 쉽게 빠져들고 있다. 신종 온라인 불법 도박 중 하나인 일명 '소셜 그래프'는 올라가는 그래프가 멈추기 직전 '스톱' 버튼을 눌러 해당 지점에 적힌 배당률에 따라 돈을 잃거나 따는 시스템이다. 사진 속의 소셜 그래프는 게임당 소요시간이 수초에 불과할 만큼 진행이 빠른 탓에 중독성이 강하다./사진=아시아경제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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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정준영 기자]고등학생인 김준수(가명ㆍ18)군은 지난 5월 우연히 알게 된 온라인 불법 도박에 빠져들기 시작했다. 운 좋은 날은 한 번에 300만원을 따기도 했지만, 잃는 날이 더 많았다. 도박자금 마련을 위해 안방 장롱을 뒤져 외할머니가 어머니에게 물려준 1000만원 상당의 금을 훔치기도 했다. 김군은 불과 한 달 만에 3000만원이라는 큰돈을 잃었다. 이 사실을 알게 된 어머니는 실어증을 동반한 우울증을 겪었고,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던 누나는 수험생활을 중단하고 집안일을 도와야했다. 결국 김군은 가족의 손에 이끌려 도박상담센터를 찾았다.

김군처럼 온라인 불법 도박에 빠지는 청소년들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돈을 잃은 청소년들 가운데 일부는 도박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사채에 손을 대 깊은 수렁에 빠지거나 절도나 인터넷 사기 등 범죄로 빠진다.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가 3년마다 발간하는 '청소년 도박문제 실태조사(2015)'에 따르면 중1~고2 학생 274만5000명 중 14만명(5.1%)이 도박문제 위험 및 문제군으로 조사됐다. '돈내기 게임'을 경험한 청소년은 재학 중 청소년의 42.1%, 학교 밖 청소년의 62.7%에 달한다. 센터는 2015년에 이어 3년 만인 내년에 다시 실태조사에 나선다.

청소년들이 주로 이용하는 온라인 불법 도박은 사설 스포츠 도박과 사다리 게임, 달팽이 레이싱 등 종류가 다양하다. 최근에는 '소셜 그래프'라는 새로 나온 온라인 도박이 유행이다. 소셜 그래프는 올라가는 그래프가 멈추기 직전에 '즉시 출금' 버튼을 눌러 해당 지점에 적힌 배당률에 따라 돈을 지급받는 시스템이다. 대부분 도박은 한 게임당 소요시간이 수초에 불과할 만큼 진행이 빠른 탓에 돈을 따거나 잃는 속도가 빠르고 중독성도 강하다.

불법 도박 사이트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댓글 등을 통해 쉽게 접속할 수 있다. 유튜브에서는 간단한 검색만으로도 게임 방법, 돈을 벌 수 있는 방법 등을 설명한 영상을 접할 수 있다. 또한 인기 인터넷 개인방송인(BJ)도 도박 상황을 중계하는 등 청소년 도박을 부추기고 있다.
전문가들은 청소년들이 도박을 통해 또래 집단과의 소속감, 짜릿함, 어른이 된 듯한 느낌을 받는다고 분석한다. 학교ㆍ가정에서 입시 등 압박에 시달리는 청소년들이 도박을 통해 재미와 함께 자신이 유능하고 자유로운 듯한 느낌을 받으며 도박에 빠지게 된다는 것이다.

센터에 따르면 도박문제로 상담소를 찾는 청소년들은 대부분 200만~300만원 정도의 도박 빚이 있으며, 많은 경우 5000만원을 넘는 경우도 있다. 김동현 강남직업전문학교 심리학계열 교수는 "통제력이 약한 청소년들은 '다음엔 꼭 따겠지(도박사의 오류)'라는 생각에 계속해서 돈을 걸게 된다"고 설명했다.

청소년들은 도박자금을 마련하거나 빚을 갚기 위해 범죄를 저지르기도 한다. 대전에 사는 오지환(가명ㆍ18)군은 도박으로 1000만원을 잃은 후 인터넷 중고 사이트에서 사기거래를 하다 사기죄로 붙잡혔다. '돈을 빌려줄 테니 일주일마다 원금의 50%를 이자로 내라'고 하는 등 '이자놀이'를 하는 청소년들도 있다. 경찰청에 따르면 불법 인터넷도박으로 형사 입건된 10대 청소년은 2014년 110명에서 2015년 133명, 2016년 347명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전문가들은 예방교육만이 근본적인 해결책이라고 입 모아 주장한다. 지난 2월 최도자 국민의당 의원은 학교 내 보건교육에 도박중독 예방교육을 포함토록 하는 '학교보건법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권선중 침례신학대 상담심리학과 교수는 "청소년은 성인과 다르게 도박중독으로 발생하는 피해나 폐해가 빠르게 발생한다"면서 "도박 위험성에 대해 정확한 심리교육을 진행해 도박에 대한 긍정적 태도를 낮춰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준영 기자 labri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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