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수현 현대건설 사장의 감성 마케팅과 빠른 판단력이 반포주공1단지 재건축 조합원을 움직였다. 정 사장은 27일 서울 송파구 잠실체육관에서 열린 반포주공1단지 공동사업시행 건설업자 선정 총회에서 "저희는 신뢰를 잃지 않겠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평균 연령이 70세가 넘는 조합원의 감수성을 자극하기 위해 창업자인 정 명예회장을 언급한 것이다. 결과는 현대건설의 승. GS건설과 막상막하의 경쟁을 펼칠 것이란 예측과 달리 현대건설은 400여표라는 비교적 큰 차이로 시공권을 거머쥐었다.
공격적이고 빠른 판단력도 유효했다. 논란이 됐던 '이사비 7000만원 지원' 카드는 이번 수주전의 최대 승부처로 꼽힌다. 3년전부터 공을 들인 GS건설에 비해 시작은 늦었지만 이사비 7000만원이란 파격적인 조건을 내걸며 조합원들의 주목을 끄는데 성공했다. 이후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국토교통부가 '시장 질서와 맞지 않는 과도한 수준'이라며 제동을 걸자 순간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조합원들 사이에 경쟁사의 방해로 수천만원의 이사비를 지원받지 못하게 됐다는 인식이 급속히 확산되면서 분위기가 순식간에 바뀌었다.
소송 결과에 따라 이의를 제기하지 않겠다는 내용의 '부제소 이행각서'를 조합 측에 직접 제출한 것도 표를 끌어모으는데 힘을 보탰다. 내년 부활을 앞둔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를 피해야하는 조합 입장에서는 사업을 지연시킬 수 있는 불안 요소의 제거로 판단할 근거가 된 것이다.
무엇보다 현대건설은 이번 반포 한강변을 차지하면서 압구정 일대까지 진출길이 확보된 것으로 보고 있다. 압구정 현대아파트에 대한 의미는 남다르다. 현대건설은 1970년대말 정부로부터 경부고속도로 건설 대금으로 한강 공유수면을 받았고 해당 부지를 매립해 아파트를 지었다. 현대차그룹의 역사가 담긴 곳인 만큼 현대건설이 반드시 수주해야하는 사업지다.
특히 강남 주요 지역에 프리미엄 브랜드인 '디에이치'를 내건 랜드마크 단지로 내세울만한 곳을 아직 수주하지 못했다. 얼마전 최고급 브랜드를 내세워 개포주공3단지를 수주하는 등 주택사업 강화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게 변화의 시작이다. 한강 조망 입지를 자랑하는 반포동에 디에이치 브랜드를 선보인다면 압구정 재건축 조합원이 느끼는 디에이치 브랜드 선호도는 높아질 것이라는 게 내부 판단이다.
한편 현대건설은 반포주공1단지(1ㆍ2ㆍ4주구)를 '반포 디에이치 클래스트(Class+est)'라는 이름으로 지어놨다. 70년 건설기술을 집약해 안전, 설계, 친환경, 커뮤니티 시설까지 100년을 내다보는 아파트를 짓겠다는 의지다.
배경환 기자 khba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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