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켈 4연임…마크롱發 ‘유로전 재정동맹화’ 본격화하나

[아시아경제 조슬기나 기자]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의 4연임이 확정되면서 프랑스·독일 주도의 ‘유로존 재정동맹화’도 본격화할 전망이다. 하지만 메르켈 총리의 연립정부이 쉽지 않을 것으로 관측되는 만큼, 유로전 개혁을 향한 하나의 목소리를 모아가는 과정에도 험로가 예상된다.

25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26일 파리 소르본대학에서 열리는 연설에 참석해 유로존 개혁과 관련한 제안을 밝힐 예정이다. 이 자리에서 마크롱 대통령은 유로존 공동예산·공동재무장관 신설 등 경제분야에서부터 난민문제 등까지 언급할 방침이다.

이번 연설은 독일 연방의회 선거에서 메르켈 총리가 이끄는 기독민주당·기독사회당(CDU·CSU) 연합이 승리한 직후 이뤄져 눈길을 끈다. 블룸버그통신은 “마크롱 대통령이 메르켈 총리가 그의 유로존 개혁구상과 관련해 방향을 정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프랑스 정부측 관계자는 “독일의 국내 정치에 간섭하려는 의도는 없다”면서도 “메르켈 총리의 연정이 구성되기 전, 방향을 정하는 것이 더 이치에 맞는다”고 말했다.

그간 메르켈 총리는 총선 승리 후 주요 국정과제로 유로존 개혁을 추진할 것임을 시사해왔다. 특히 지난달에는 마크롱 대통령이 제안한 유로존 공동예산, 공동 재무장관 구상에 대해 원칙적 합의 의사를 나타내기도 했다.

하지만 재원 조달방안 등 각론에 있어서는 입장차가 남아있는 데다, 총선에서 과반의석을 확보하지 못한 메르켈 총리가 연정을 구성하는 과정에서 유로존 개혁을 둘러싼 논쟁이 더욱 커질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어느 당과 연정하느냐에 따라 마크롱 대통령의 유로존 개혁 구상이 힘을 받지 못할 가능성이 큰 셈이다.

연정 참여 가능성이 제기되는 독일 자유민주당(FDP)은 “이탈리아나 프랑스에 우리 돈을 보내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고 경고해왔다. 메르켈 총리는 차기 연정 구성을 위한 정당 간 조합협상을 타결한 이후, 이번에 선출된 19대 의원들의 표결을 거쳐 다시 총리에 오르게 된다.

앞서 메르켈 총리는 4연임 확정 후 기자회견에서 "모든 당은 연정에 참여해 안정적인 연정 형태를 만들어낼 책임이 있다"며 사회민주당(SPD)에 연정요청을 시사하는 발언을 했다. 하지만 마르틴 슐츠 대표가 "메르켈이 이끄는 정부에 속하지 않을 것"이라고 거부의사를 밝힌 만큼, 기민ㆍ기사 연합과 자민당, 녹색당으로 이뤄진 '자메이카 연정'이 가장 가능성 있는 대안으로 꼽힌다.

한편 그는 총선에서 제3정당 지위에 오르며 연방의회에 입성한 극우당 '독일을 위한 대안'(AfD)에 대해서는 "(연정에) 어떤 영향도 주지 못할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조슬기나 기자 seul@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