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효진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박근혜 전 대통령과 '비선실세' 최순실씨를 향한 뇌물공여 등 혐의 1심 재판에서 뇌물 혐의에 대한 유죄 판단과 함께 징역 5년을 선고받았다. 이 부회장이 지난 2월28일 구속기소된 이후 178일 만에 나온 판결이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일부 혐의가 무죄로 판단된 점, 형량이 징역5년에 그친 점 등에 불복해 항소하겠다는 입장을 선고 직후 밝혔다. 사실관계 및 법리적용을 둘러싼 특검팀과 이 부회장 측의 다툼은 당분간 계속된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김진동 부장판사)는 25일 서울 서초동 법원 청사 417호 형사대법정에서 진행한 이 부회장 등의 1심 선고공판에서 이 부회장의 주요 혐의를 대부분 유죄로 인정해 징역 5년을 선고했다.
특검팀에 따르면 이 부회장은 최씨 딸인 정유라씨의 승마지원을 위해 최씨가 지배하는 독일 현지 페이퍼컴퍼니 코어스포츠에 213억원을 지급하기로 약속하고 약 78억원을 지급했다. 또한 최씨의 조카 장시호씨가 운영하는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 16억여원, 미르ㆍK스포츠재단에 204억원을 공여했다.
이 외에도 이 부회장은 뇌물공여 과정에서 삼성전자 등 계열사 자금을 빼돌린 혐의, 재산을 국외로 빼내 은닉한 혐의, 이번 사태에 대한 국회의 청문회에서 위증한 혐의를 받는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과 관련해 "(합병에 따라) 이 부회장의 지배력이 강화되는 효과가 발생한다"면서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 작업과의 밀접한 관련성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승마지원 요구'와 '정유라 지원 인지' 문제에 관해 재판부는 "(이 부회장 등은) 대통령의 승마지원 요구가 정권 실세의 딸인 정유라와 관련돼있음을 알았다"면서 "정유라 지원이 실질적으로 최순실에 대한 지원이고 이는 곧 대통령에 대한 금품 공여와 같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아울러 이 부회장이 지원 행위에 개입하고 지시했는지와 관련해 "(이 부회장은) 최 전 부회장, 장충기ㆍ박상진 전 사장에게 대통령의 요구를 전달하고 승마 지원에 관한 포괄적인 지시를 하며 지원 경위를 보고받고 이를 확인하는 등의 방법으로 지원 행위에 관여했음이 인정된다"고 봤다.
뇌물죄에 동반되는 횡령액은 삼성 소유로 판단한 마필 일부와 차량 구매비용 등을 제외한 64억원이 인정됐다. 최씨와 조카 장시호씨가 운영한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 대한 삼성의 지원금 16억여원도 뇌물로 인정됐고 그만큼의 횡령 혐의도 유죄로 판단됐다.
재판부는 다만 특검팀이 공소사실에서 주장한 뇌물액 가운데 '건네기로 한 약속액' 213억원은 뇌물로 인정하지 않았다. 미르ㆍK스포츠재단에 공여한 돈도 뇌물로 볼 수 없다는 게 재판부의 판단이다. 두 재단은 최씨가 사적 이익을 얻는 수단이었고 박 전 대통령이 적극적으로 관여한 건 인정이 안 된다는 이유다.
법정구속된 최 전 부회장과 장 전 사장은 징역 4년을 선고받았다. 박상진 전 삼성전자 사장은 징역 3년 집행유예 5년을, 황성수 전 삼성전자 전무는 징역 2년6개월 집행유예 4년을 각각 선고받았다.
특검팀은 선고공판 뒤 기자들에게 "항소심에서 합당한 중형이 선고되고 일부 무죄 부분이 유죄로 바로잡힐 수 있도록 끝까지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편 재판부는 이 부회장 등에 대한 양형 이유를 설명하면서 "정치권력과 자본권력의 부도덕한 밀착이 사건의 본질"이라고 지적하고 "정경유착이라는 병폐가 과거사가 아닌 현실이라는 사실로 인한 신뢰감 상실은 회복하기 쉽지 않다"고 강조했다.
재판부는 범행이 오로지 이 부회장만의 이익을 위한 것으로 단정하긴 어려운 점, 대통령의 요구를 쉽사리 무시하긴 어려웠을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유리한 정상으로 양형에 반영했다.
김효진 기자 hjn252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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