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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장 칼럼] 청와대 춘추관에서 보낸 9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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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황진영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 약속한 말 중에 대다수 국민들은 크게 개의치 않지만 청와대 출입 기자들은 예의주시하고 있는 게 있다. 대선 마지막 TV토론 때 나와서 “기자실에서 브리핑을 대변인에게만 맡기지 않고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처럼 수시로 브리핑하는 대통령이 되겠다”고 한 말이다. ‘대통령이 되면 국민과 어떻게 소통하겠느냐’는 질문에 당시 문재인 후보는 그렇게 대답했다.

이 약속을 아예 안 지킨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수시로’ 브리핑을 한 것은 아니다. 문 대통령은 취임 후 처음 단행한 인사인 이낙연 국무총리 후보자 지명을 비롯해 기자들 앞에서 3번 직접 인사 발표를 했다. 브리핑의 기본이라고 할 수 있는 기자들의 질문은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를 지명할 때 딱 한번 받았다. 말 하는 사람마다 ‘수시로’가 다를 수는 있지만 적어도 내가 기대했던 것에는 못 미친다.
문 대통령이 취임한 5월 10일부터 청와대 기자실이 있는 '춘추관'으로 매일 출근하고 있지만 대통령의 육성을 직접 들을 수 있는 기회는 많지 않았다. 기자 수첩을 뒤적여 확인했더니 대통령을 직접 대면한 것은 11번이었다. 대통령이 한미정상회담과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를 위해 미국, 독일을 순방할 때 대통령 전용기에서 잠시 악수한 것까지 포함해서다. 대통령한테 직접 질문할 수 있는 기회는 한 번도 없었다.

대통령이 기자들의 질문을 받아야 하는 이유는 문 대통령이 롤 모델로 삼는 오바마 전 대통령이 잘 설명했다. 그는 퇴임을 앞두고 가진 기자회견에서 “여러분들이 ‘왜 에볼라를 아직 퇴치하지 못했습니까?’라거나 ‘걸프지역은 왜 아직 수렁에 빠져 있습니까?’ 같은 질문을 할 때마다 저는 우리팀에게 ‘다음 기자회견 때까지 이것 좀 해결해 달라’고 말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5월 21일 이후에도 브리핑을 했다면 기자들은 “왜 ‘5대 인사 원칙’을 못 지키느냐”고 물었을 테지만 그럴 기회가 없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의 말이 퇴임을 앞둔 대통령이 기자들한테 하는 공치사가 아니라는 것은, 우리나라 전직 대통령이 증명해 주고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취임 첫 해 기자회견을 한 번도 하지 않았고 2014년과 2015년 신년 기자회견에서는 기자단으로부터 질문지를 미리 받고 기자회견장에 나섰다. 기자회견을 자주 했다고 탄핵까지 막을 수 있었을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좀 더 긴장감을 갖고 대통령직을 수행했을 것이다.
문 대통령은 17일 취임 100일을 맞아 기자회견을 한다. 청와대는 참석을 원하는 청와대 출입기자들은 사전에 신청을 하면 모두 참석할 수 있게 했다. 기자회견 참석을 신청한 내외신 기자가 300명 내외라고 한다. 기자회견 시간은 60분으로 예정돼 있다. 청와대가 참석 기자들의 문호는 넓히면서도 기자회견 시간을 늘리는 데는 주저하는 모습이다. 이번 기자회견을 계기로 문 대통령이 약속한 대로 ‘수시로’ 브리핑이 열리기를 기대한다.

정치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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