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약속을 아예 안 지킨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수시로’ 브리핑을 한 것은 아니다. 문 대통령은 취임 후 처음 단행한 인사인 이낙연 국무총리 후보자 지명을 비롯해 기자들 앞에서 3번 직접 인사 발표를 했다. 브리핑의 기본이라고 할 수 있는 기자들의 질문은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를 지명할 때 딱 한번 받았다. 말 하는 사람마다 ‘수시로’가 다를 수는 있지만 적어도 내가 기대했던 것에는 못 미친다.
대통령이 기자들의 질문을 받아야 하는 이유는 문 대통령이 롤 모델로 삼는 오바마 전 대통령이 잘 설명했다. 그는 퇴임을 앞두고 가진 기자회견에서 “여러분들이 ‘왜 에볼라를 아직 퇴치하지 못했습니까?’라거나 ‘걸프지역은 왜 아직 수렁에 빠져 있습니까?’ 같은 질문을 할 때마다 저는 우리팀에게 ‘다음 기자회견 때까지 이것 좀 해결해 달라’고 말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5월 21일 이후에도 브리핑을 했다면 기자들은 “왜 ‘5대 인사 원칙’을 못 지키느냐”고 물었을 테지만 그럴 기회가 없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의 말이 퇴임을 앞둔 대통령이 기자들한테 하는 공치사가 아니라는 것은, 우리나라 전직 대통령이 증명해 주고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취임 첫 해 기자회견을 한 번도 하지 않았고 2014년과 2015년 신년 기자회견에서는 기자단으로부터 질문지를 미리 받고 기자회견장에 나섰다. 기자회견을 자주 했다고 탄핵까지 막을 수 있었을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좀 더 긴장감을 갖고 대통령직을 수행했을 것이다.
정치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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