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을 평가하는 데 있어 대표적 비교 지표인 주가수익비율(PER)을 사용해 한국 주식시장이 선진국과 신흥국 대비 저평가 됐다는 분석이 부쩍 늘었다.
그러나 밸류에이션 지표가 상대적으로 낮은 이러한 상황을 "저평가 돼 매력적이다"라고 표현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PER 산출 시 분자가 되는 주가는 현재의 거래가격으로서 명확하지만, 분모가 되는 향후 12개월 이익전망은 비교 대상으로 삼기 어려운 대상이기 때문이다.
다양한 애널리스트들이 동일하지 않은 가정을 바탕으로 서로 상이한 사업환경에 처한 기업들의 향후 1년 이익을 추정해 비교하는 것이 과연 합리적일까. 유사한 대상의 비교라고 보기어렵다.
밸류에이션 지표를 구해서 서로 비교하는 이유는 그 차이를 확인하고 사유를 파악하는 등 보다 정교한 기업가치 분석을 하기 위해서이다. 밸류에이션 차이가 크니 투자매력이 높다고 섣불리 주장하기 보다는, 합당한 사유를 파악해 개선 가능성을 보고 매력도를 제시해야 좋은 분석이다.
한국기업들의 PER 10배는 선진국과 신흥국 사이에서 경쟁우위가 낮아져 현수준의 이익을 유지하기 어렵고, 향후 15년동안 감익하면서 현재의 약 10배의 이익을 얻는 데 그칠 것이라고 믿는 투자자들이 많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반도체, 석유화학, 철강, 조선 등 한국기업들의 주요 산업이 싸이클 산업에 속해 있어 향후 수년간 감익 단계에 접어들 가능성이 큼을 감안해 향후 10년 평균 이익을 현재 수준의 60~70% 수준에 불과할 것이라고 가정하는 투자자들이 많기 때문으로도 볼 수 있다.
한국 기업들의 밸류에이션 지표가 선진국 수준까지 상승하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우선은 한국기업들의 비즈니스 영역이 싸이클 산업 일변도에서 벗어나 다양성을 갖추어야 하고 해당 산업 내 경쟁력도 향상시켜 지속 가능한 이익성장이 기대돼야 한다. 북한의 계속되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도발로 인한 지정학적 리스크 증가는 한국기업 존속가능성을 낮추고 있다. 새 정부의 증세 정책은 기업 순이익 전망치를 낮추는 요인이다.
코스피가 올해들어 지난 몇 년간의 2000 내외 박스권에서 벗어나 2400을 오르내리고 있지만 12개월 예상 PER은 종전대비 낮아졌다.투자자들이 애널리스트들의 향후 1년 이익 전망치가 과하다고 평가하고 있거나, 한국기업들의 장기 이익전망, 자산가치, 배당정책에 대한 투자자들의 믿음이 감소하고 있는 것 같다. 신뢰회복에는 시간이 필요하다.
김재중 대신증권 리서치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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