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원다라 기자] '삼성 저격수'라고 불려온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이재용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했지만 재판부는 기대했던 내용이 없다'고 지적했다. 14일 오후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김진동 부장판사) 심리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삼성 임원 5인에 대한 39차 공판이 열렸다. 이날 증인으로는 김 위원장이 출석했다.
◆김 위원장·특검 "삼성이 승계 위해 합병·지주사 전환 추진" VS 삼성 "추측일뿐 보고 들은 사실 아냐"=김 위원장은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삼성생명 금융지주회사 전환은 각 회사 이사회에서 결정한 것이 아니고 미래전략실에서 결정·추진한 것"이라며 "중요 결정을 하는 이사회 이전에 김종중 삼성 미래전략실 사장이 나에게 와서 의견을 구한 것이 그 증거"라고 증언했다. 또 "미전실이 추진한 만큼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삼성생명 금융지주회사 전환은 승계를 위한 것"이라며 "박근혜 전 대통령이 이를 돕지 않았다면 불가능했을 것"덧붙였다. 특검은 이 같은 증언을 바탕으로 "삼성이 이 부회장 승계를 위해 합병, 지주사 전환을 추진했고 청와대에 이를 청탁했다"고 주장했다.
또 삼성 측 변호인단은 김 위원장이 과거 한 일간지에 기고한 칼럼들을 제시했다. 이 칼럼들에서 김 위원장은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으로 이 부회장의 지분율은 0.000%도 증가하지 않았다", "삼성 고위 임원은 지주사 전환없이 승계 작업하려고 하지만 이는 틀렸다. 금융지주회사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위원장은 본인이 작성한 칼럼이 맞느냐는 질문에 "네"라고 대답했다.
그러자 재판부는 김 위원장에 "김 전 사장이 왜 증인에게 자문을 구했던 것이냐"고 질문했다. 이에 김 위원장은 "경제개혁연대가 가장 비판적인 만큼 어떤 결정을 하기 전에 있을 사회적 비판을 대비하고 보완하기 위해서"라고 답했다. 이에 재판부가 "비판에 대비하기 위해서라면 (삼성그룹에서) 각 이사회가 최종 의사결정하기 전에 시민단체에 자문을 구하는 것이 맞지 않느냐"고 질문하자 김 위원장은 "그것은 그렇다"고 대답했다.
◆특검 "김 위원장은 전문가" VS 삼성 "추측·단정일뿐…심지어 특검 논리에 맞추기위해 본인 주장 뒤집어"=특검은 "김 위원장은 오랜시간 기업들의 지배구조를 비판·감시해왔고 삼성의 브레인이라고 평가받는 김 전 사장으로부터 기업 내부 정보를 전해 들어 구체적으로 알고 있다"며 "김 위원장의 증언처럼 삼성이 승계를 위해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금융 지주사 전환을 추진했고 이 과정에서 청와대에 로비를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용두사미된 김 위원장 출석…재판부 "기대했던 내용 없다"=이날 김 위원장은 공판에 앞서 "공정위원장 취임 한달 된 시점에 부담스럽지만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의미있는 일이라고 생각해 휴가를 내 출석했다. 공정위관용차가 아닌 개인차를 직접 운전해 왔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이 '삼성 저격수'라고 불려온 만큼 김 위원장의 증인 출석에 취재진, 시민들의 관심이 집중됐다. 하지만 재판부는 재판 말미에 "오늘 기대한 것은 승계에 대한 개별 현안을 한 흐름으로 엮어서 논리 제공하는 것이었다"면서 "개별 현안에 대해 증인이 설명하는 것은 의견에 불과한데 왜 이러한 의견을 계속 들어야 하는지 상당히 의문이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날 재판은 오후 2시에 시작돼 밤 9시30분께 마무리됐다.
원다라 기자 supermo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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