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타이어 매각작업이 원주인과 채권단의 극한 대치로 1년 가까이 공전을 거듭하고 있다. 우선매수권을 쥔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측의 공격과 그룹의 돈줄을 죈 산업은행의 반격으로 금호타이어 매각은 복마전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금호타이어 채권단은 7일 주주협의회를 열고 당초 더블스타가 제시한 상표권 사용조건(사용요율 0.2%, 5년 사용 후 15년 추가 사용 가능)에 따른 계약 체결을 요구하기로 결정했다.
당초 채권단이 결정한 사용요율은 유지하되, 박 회장측이 요구한 사용요율과의 차액(847억원)을 현금으로 보전해주기로 했다. 보전기준으로 사용요율은 0.5%, 보전기간은 12.5년으로 박 회장측의 요구(사용요율 0.5%, 20년 의무사용) 일부를 수용키로 한 것이다.
채권단은 이날 금호타이어의 지난해 경영평가를 2015년에 이어 D등급으로 확정하고 박 회장 등 경영진에 통보했다. 2년 연속 경영평가가 D등급 이하일 경우 채권단은 경영진을 교체할 수 있다.
채권단은 이같은 내용의 상표권 사용 조건을 상표권을 보유하고 있는 금호건설 에 통보하고 13일까지 회신해줄 것을 요청했다. 금호아시아나그룹 관계자는 "공문을 접수해 검토 중"이라면서 "상표권 사용 조건은 금호산업 이사회에서 결정할 사안으로 조만간 이사회를 열어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복마전의 시작...우선매수권이 뭐길래= 금호타이어 매각전이 진흙탕 싸움을 이어가고 있는 배경에는 '우선매수권'이 있다. 우선매수권은 지난 2010년 산업은행이 박 회장에게 부여한 것이다. 대우건설과 대한통운의 무리한 인수로 그룹 전체가 심각한 유동성 위기에 빠지자 금호타이어를 비롯해 금호산업, 아시아나항공 등 주력 4개사는 채권단 공동관리에 들어간다.
당시 금호타이어의 경영정상화를 전제로 금호타이어를 되사갈 수 있는 우선매수권을 부여하고, 이후 박 회장을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경영실패의 책임을 져야 할 구조조정 기업 원주인에게 우선매수권을 부여한 전례가 거의 없었던 만큼 특혜 시비도 일었지만, 박 회장이 회사를 정상화시킨다는 전제로 강행했다.
하지만 금호타이어 경영상황은 워크아웃 이전보다 악화됐고, 중국법인을 비롯한 회사의 유동성 등 재무상태는 자구적인 회생이 불가능할 정도로 망가졌다. 이런 상황에서 상표권 사용료를 올려달라는 박 회장의 주장에 채권단 내 분위기도 험악해지고 있다.
채권단 관계자는 "금호타이어의 실적과 재무상태는 오히려 워크아웃 이전보다 악화됐지만 박 회장은 채권단이 위임한 대표이사 지위를 져버리고 우선매수권자로의 지위만 이용해 매각방해 행위를 이어왔다"면서 "박 회장이 상표권으로 매각방해 행위를 계속 이어갈 경우 이에 대한 책임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채권단과 박 회장이 체결한 우선매수권 약정서 상에는 '박 회장이 채권단의 매각을 방해할 경우 일방적으로 약정을 해지할 수 있다'는 해지 조항이 있다. 또 채권단이 약정을 해지한 경우 '박 회장의 우선매수권은 발생되지 않거나 이미 발생한 경우에도 소멸하고, 박 회장은 어떠한 이의도 제기할 수 없다'고 돼 있다.
◆망가진 금호타이어...중국법인 회생이 관건 = 박 회장은 중국 법인의 자체 회생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하고 더블스타로의 매각 무산시 중국사업의 별도 매각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기술과 브랜드 제공을 통해 일정 기간 영업을 보장한다는 조건하에 매각을 해 일부 자금을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박 회장은 최근 채권은행을 차례로 만나 이같은 내용을 제안했다.
하지만 중국 사업 매각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게 채권단 안팎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채권단 관계자는 "이번 매각이 불발되면 중국 내 채권회수 압박이 현실화 되고, 영업지속이 불가능해 원매자 확보 조차 불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금호타이어가 중국 현지 금융기관에서 차입한 채권액 규모는 약 6000억원 수준이다. 6000억원에 대한 채권 회수가 들어올 경우 본사 재무구조 악화와 채권단의 추가 지원 부담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조유진 기자 tin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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