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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원 3분의1, 출동 10배…격무 시달리는 119구급대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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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9 구조대. 아시아경제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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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환자를 들것에 싣고 계단과 복도를 오르내리다 보면 허리디스크는 기본이죠. 잔혹한 사고ㆍ사건 현장에 투입된 후 외상후스트레스 증후군이나 공황장애를 앓는 동료들도 많습니다."

지난 21일 서울 양천소방서에서 만난 119구급대원 김문기(27)씨의 말이다. 문재인 정부 들어 소방대원들의 처우 개선 논의가 되면서 소방서 내의 '을'(乙)로 평가받는 119 구조ㆍ구급대원들에 대한 처우개선과 충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23일 소방당국 및 일선 소방대원들에 따르면 우리나라 현장 소방 인력 1인당 국민수는 1570명으로 1000명 안팎인 선진국보다 50% 정도 많다. 지난해 말 기준 전국 소방공무원 정원은 4만4293명 중 화재 진압ㆍ구조ㆍ구급 현장 인력은 3만2460명에 불과하다. 정부 기준 5만1714명 보다도 1만9254명이나 부족하다.

이로 인해 소방대원들은 대부분 격무에 시달리고 있다. 특히나 각종 사고 현장에서 인명을 구조하거나 응급 환자를 이송하는 업무를 맡은 구조ㆍ구급대원들은 더 심하다. 인원은 전체 소방관 숫자의 3분의1에 불과하지만 화재 진압 요원에 비해 훨씬 많다.

출동 건수만 해도 화재 진압 요원들은 1인당 평균 1일 2회 안팎에 그치지만, 구조ㆍ구급대원들은 1인당 평균 최소 하루 5~6건이 넘고 유흥가 등이 밀집된 곳에선 10건을 훌쩍 넘는 경우도 많다.
화재 발생 건수보다 구조ㆍ구급 요청이 급격하게 늘어난 반면 인원은 구조ㆍ구급대원이 훨씬 적기 때문이다. 전체 소방인력중 구조(3851명)ㆍ구급대원(8442명)은 1만2293명이다.

우리나라 화재 발생건수는 2006년 3만1778건에서 점진적으로 늘어나 2015년에는 4만4435건을 기록하는 등 연평균 4만건대를 기록하고 있다. 반면 119 구조 출동 건수는 2006년 20만2389건에서 2015년 63만197건으로 3배 가까이 급증했다. 구급 출동건수도 2006년 156만6010건에서 지난해 253만5412건으로 10년새 103만여건이나 늘어났다.

이처럼 업무 대비 인력이 적다보니 일선 소방서에 배치된 구조ㆍ구급대원들의 근무환경은 동료 화재 진압대원들보다 더 열악하다. 현재 전체 3조로 나뉘어 월ㆍ화ㆍ수 야간근무(15시간)ㆍ일요일 24시간 당직, 화ㆍ목 야간근무ㆍ토 24시간 당직, 월~금 주간 근무(토ㆍ일 휴무)를 번갈아 하는 기형적인 근무 체제다. 구급대원 중 약 20% 안팎인 여성들의 고충이 크다. 서울 소재 한 소방서의 여성 구급대원은 "야간 근무나 24시간 당직을 자주 서다 보니 육아 등 정상적인 가정생활을 하기가 힘들다"며 "남편이나 시부모에게 의지하거나 돌보미를 써야 겨우 버틸 수 있다"고 말했다.

격무ㆍ스트레스로 허리디스크나 공황장애ㆍ외상후스트레스 등 심리적ㆍ신체적 질병을 호소하는 이들도 많다. 한 구급대원은 "구불구불한 복도나 계단을 통해 환자를 실어나르다보면 허리나 손목에 무리가 가서 구급대원이라면 누구나 다 허리디스크 정도는 앓고 있다고 보면 된다"며 "자전거 사고 현장에 다녀 온 후 즐기던 자전거 타기를 못한다거나, 불면증ㆍ공황 장애를 앓아 병원에 다니는 동료들을 많다"고 전했다.

특히 국민안전처가 올해 초부터 소방서별 근무 여건에 따라 3조3교대 근무(24시간 당직 후 이틀 휴무) 체제 도입을 권고했지만, 대다수의 소방서들이 구급대원들의 격무가 늘어날 것을 우려해 시행하지 못하고 있다.

한 소방 관계자는 "화재 진압대원들이야 평균 하루 2건 안팎 출동ㆍ2시간 정도 진압하면 되서 3조3교대가 가능하지만, 구조ㆍ구급대원들의 경우엔 현재로선 불가능하다"며 "인력이 모자라 휴가는 커녕 병원도 눈치보면서 가는 구급대원들의 인력 사정이 대폭 개선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렇게 상황이 열악하다 보니 소방관들 사이에서도 구조ㆍ구급대는 기피 대상이다. 일선 소방서 공무원은 "지금은 기본 교육시 응급구조사 자격증을 따도록 해 순환 보직제도로 운영하고 있지만 예전 채용자들 중엔 일부러 자격증을 따지 않는 등 회피하는 이들이 있다"며 "응급구조사 자격증이 없으면 구급차를 태울 수가 없는데, 강제로 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구조ㆍ구급대원들을 괴롭히는 것은 또 있다. 구급차를 자가용처럼 이용하려는 얌체 신고자들은 물론 폭행ㆍ폭언을 하는 시민들이다. 한 구급대원은 "5살 아이가 아프다고 해서 출동했더니 병원 근처 교회에 가야한다면서 온 가족을 구급차에 태워달라고 해서 황당했던 적이 있다"며 "구급차를 비응급 환자들이 이용할 경우 골든타임을 놓쳐서 소중한 생명이 희생될 수 있다는 점을 설명해도 본인만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말했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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