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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한 詩] 공포/이승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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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지는 흰빛은 거의 희다 사라지는 흰빛은 거의 흰빛으로 사라진다 거리의 창들이 흔들린다 흔들리는 창에 물드는 아아 사라지는 흰빛 어떤 중얼거림이 무한히 와서 머문다


■"사라지는 흰빛은 거의 희다". "사라지는 흰빛"은 흰빛이 아니다. 그것은 '사라지고 있는 흰빛'이다. '사라지고 있는 흰빛 속의 흰빛'이다. 겨우 흰빛인 흰빛이다. 가까스로 흰빛인 흰빛이다. 기어이 흰빛인 흰빛이다. 투명해지려는 흰빛이다. 차라리 검어지고 있는 흰빛이다. "흔들리는" 흰빛이다. 흰빛이 아닌 흰빛이다. 흰빛을 버린 흰빛이다. "사라지는 흰빛"은 흰빛과 흰빛 아닌 흰빛 사이의 흰빛이다. 다시 그 흰빛들 사이의 흰빛이다. 무한해지려는 흰빛이다. 사라져 가는 빛은 대개 그렇다. 연두도 그렇다. 사라지는 연두는 거의 연두다. 사라지는 연두는 거의 연두로 사라진다. 사라지는 연두들이 쌓여 녹색이 된다. 녹색은 연두의 공포다. 아니다. 그렇지 않다. 녹색은 연두의 공포가 아니다. 연두는 연두로 사라질 뿐이다. 사라지는 연두는 연두들의 "중얼거림"으로 비로소 연두가 된다. 사라져 가는 연두 속에 연두의 "중얼거림이 무한히 와서 머문다". 사라져 가는 빛 속엔 "어떤" '무한(無限)'이 와서 중얼거린다. "무한히" 중얼거린다. 사라져 가는 것들 속엔 그것의 무한이 깃들어 있다. 공포는 무한에 대한 경의다. 무한을 향한 저 "중얼거림"에 대한 경배다. 채상우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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