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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동대학살' 세번째 다큐 준비하는 오충공 감독 "93년간 침묵 누군간 깨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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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조선인 6600여명 학살 모티브
-희생자 유족들 찾아 진실 기록
-아름다운 일본? 반성 없인 불가능

▲오충공 감독 (제공=미디어세림)

▲오충공 감독 (제공=미디어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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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현주 기자] 졸업 작품을 만들기 위해 메가폰을 잡았던 27살 청년의 다큐멘터리 영화는 그의 인생을 바꿔 놓았다. 1982년 일본 도쿄 어느 하천부지에서 유골 발굴 작업을 한다는 소식을 들고 졸업을 앞둔 재일교포 청년은 한 걸음에 달려갔다.

28일 서울 중구 대한성공회 서울 주교좌성당에서 만난 재일교포 오충공(63) 감독은 당시를 회상하며 "유해 발굴 현장 주변의 노인들을 인터뷰하고 다녔는데 대부분 노인들은 거짓말을 했고 진실을 말하려는 노인들은 따돌림을 당했다"며 "제대로 영화를 만들 수 없었다"고 말했다.
3일간 흐르는 강물 밖에 찍지 못한 졸업 작품은 졸작이 돼 버렸지만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오 감독은 관동대지진 대학살 생존자 고(故) 조인승 할아버지를 만나게 된다. 여든살 조인승 할아버지 증언을 토대로 오 감독은 1923년 관동대지진 조선인 학살 기록 영화 '감춰진 손톱자국'을 1983년 발표한다. 아무 이유도 없이 학살당한 조선인 6600여명에 대한 이야기다. 오 감독은 조인승 할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나서 두번째 작품 '불하된 조선인(1986)'을 발표하기도 했다.

올해 9월 개봉을 목표로 오 감독은 세번째 다큐멘터리 영화 '1923 제노사이드, 93년간의 침묵'을 준비하고 있다. 이 작품은 희생자 6600여명의 유족들을 찾는 얘기다. 그는 "2013년 일본에 있는 한국 대사관에서 독립운동 희생자, 강제징용 희생자, 관동대지진 희생자 명부가 발견됐다"며 "관동대지진 희생자 200여명에 대해서는 제대로 된 조사가 이뤄지지 못 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 감독은 이승만 정부 시절 만들어졌다고 알려진 이 장부를 토대로 유족들을 찾아간다. 국내에선 2015년 해당 명부를 확보해 희생자 18명의 신원을 확보하기도 했다.

오 감독은 관동대지진 발생 직후 떠돌던 유언비어에 대해 설명하며 최근 일본에서 번지고 있는 '헤이트 스피치(Hate Speech)'에 대한 우려도 나타냈다. 관동대지진이 일어났을 당시 일본에선 조선인들이 우물에 독을 뿌렸다거나 방화를 하고 있다는 헛소문이 돌았는데 최근에 구마모토 지진과 동일본대지진 발생 후 이와 비슷한 이야기들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돌아다녔다고 했다. 그는 "최근 관동대지진 때 조선인 학살은 없었다는 책이 일본에 2권이나 나왔는데 많이 팔렸다"고 말했다.
오 감독은 아베 정권이 주창하는 '아름다운 일본'은 식민지 과거사 반성 없이는 불가능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아베 정권이 식민지 과거사를, 아시아 침략의 과거사를 반성하거나 사과하지 않고 더러운 것으로 은폐·왜곡하면서 아름다운 나라로 가려고 한다"고 말했다. 오 감독은 "과거를 기억하지 못 하는 민족은 오래 가지 않는다"며 "반일 감정으로 넘어가지 말고 이를 똑같이 기록하고 기억해 되풀이 하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현주 기자 ecolh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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