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 전 총장은 이날 오후 관훈클럽 토론회에서 "유엔 사무총장을 지내고 회고록을 쓰거나 강의를 하면서 편안한 시간을 보내기보다는 짧은 시간이지만 최대한 노력하기로 했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많은 사람들이 이렇게 해선 희망이 없다고 하더라"면서 "그래서 (국민들에게 나에 대한) 신임을 물어보는 게 어떠냐고 가족과 협의했다"고 덧붙였다. 또 "사생결단으로 권력을 잡겠다는, 남을 헐뜯고 무슨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권력을 잡으려는 게 권력의지라면 나는 없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날 반 전 총장의 답변은 곧바로 정치권에서 논란을 불러올 것으로 보인다. 반 전 총장이 불과 한 달도 안 되는 준비기간을 갖고 대선 레이스에 뛰들면서 짧은 정치 경력과 함께 준비부족이라는 약점을 드러냈다는 지적이다.
무엇보다 이날 발언은 지난해 5월 반 전 총장이 귀국해 벌인 대권 행보와 괴리된다. 당시 국내에선 반 전 총장의 대선 출마 결심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였다. 한 여권 관계자는 "이미 김숙 전 유엔 대사 등 측근들은 반 전 총장이 대선에 출마하면 벌어질 일들을 어떻게 감당할지 고민하고 있었다"고 전했다.
다른 측근들도 "반 전 총장이 가난과 기아에 찌든 분쟁 지역을 돌아다니면서 한국 사회의 여러 사회적 모순들을 해결하겠다는 결심을 하게 된 것 같다"며 출마를 사실로 받아들이는 분위기였다.
이미 현지 관계자들을 통해서 반 전 총장 가족 가운데 유니세프를 거쳐 유엔 인구기금 등에서 활동한 인도인 둘째 사위가 대선 출마에 가장 적극적이라는 얘기가 돌았다. 부인 유순택씨는 출마를 반대하고 있다는 소리도 들려왔다.
반 전 총장이 출마 결심 시기를 늦춰 말한 건 유엔 사무총장 재임 중 대권 출마를 결심했다는 비난 여론을 피하기 위해서인 것으로 해석된다.
한편 반 전 총장은 이날 토론회에서 "최순실 사태가 불거지기 전까지 내가 (여론조사에서) 많이 앞서 있었다"면서 "(국민들이) 앞선 (이명박·박근혜) 정권과 나를 같이 보는 경향이 있구나 하는 걸 느꼈다"고 말했다.
이어 "일각의 (내가 당선되면 박근혜 정권의) '정권연장'이란 발언에 전혀 동의할 수 없다.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 일한 적도 없고, (나는) 한 점의 때도 묻지 않은 정치 신인"이라고 강조했다.
오상도 기자 sdoh@asiae.co.kr
김보경 기자 bkly47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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