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호선 등 전철과는 200m 구간 걸어서 접근…무빙워크 등 활용 가능해
"열차 타는 곳 찾기 어렵다" vs "시각장애인 안내 친절해 편리하다"
[아시아경제 권재희 기자]아직 어둠이 채 가시지 않은 새벽 4시. 수서역에는 벌써 불이 환히 밝혀져 있었다. 9일 첫 운행을 시작하는 수서발고속철도(SRT)의 운행사인 SR 임직원들이 처음으로 승객을 맞기 위한 채비를 하느라 분주했다.
▲오전 5시10분 출발하는 목포행 SRT 열차를 운전하는 홍석의 기장은 "목적지까지 안전하고 편안하게 승객들을 모실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홍 기장이 운전실에서 계기판을 설명하고 있다.
원본보기 아이콘마침내 오전 5시10분 목포행 첫 열차가 플랫폼을 떠났다. 첫 SRT를 운전하게된 홍석의 기장은 28년동안 220만㎞를 운전한 베테랑이다. 홍 기장은 "시운행 기간에도 운전대를 잡았는데, 아무래도 오늘이 정식으로 승객들에게 서비스를 선보이는 날인만큼 감회가 새롭다"며 "목적지까지 안전하게 승객들을 모실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열차운행을 책임지는 기장뿐 아니라 객실을 담당하는 객실장과 승무원들도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하기위해 전문성을 갖췄다. 김 대표는 "승무원들의 경우 아시아나항공에서 위탁교육을 받은 인력들로 비행기에서나 받던 고급 서비스를 SRT에서도 누릴 수 있도록 했다"며 "덕분에 시운행기간동안 승객들로부터 '서비스가 뛰어나다'는 호평을 많이 들었다"고 말했다.
SRT 개통까지 준비한 3년이라는 시간의 흔적은 수서역 곳곳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서울지하철 3호선·분당선과 환승통로로 연결된 SRT 수서역에는 곳곳에 안내표지판이 붙어있어 수서역을 처음 방문한 승객도 어렵지 않게 열차에 탑승할 수 있도록 꾸며졌다. 수서역 1번출구에서 SRT 플랫폼까지 성인 여자 걸음으로 도보 7분이면 닿을 수 있다. 환승구간은 200m 정도로 무빙워크가 설치돼 이동이 편리하다. 환승구간 곳곳에 열차 출발시간을 알리는 모니터도 설치돼 있다.
오전 5시30분 SRT 부산행 열차를 타기 위해 방문한 송인근(72)씨는 "딸이 표를 예매해줘서 이용하게 됐다"며 "수서역에 기차를 타기위해 온 건 처음이라 헤맬줄 알고 일찍 도착했는데 역까지는 쉽게 왔다. 하지만 열차 타는 곳은 찾기 어려워 몇 번을 물어봤다"고 말했다.
마침 SRT를 타려고 나온 시각장애인 김모(36)씨는 "그동안 다른 역에서 열차를 탈 때 동행자가 없을 경우 발권부터 탑승까지 애를 먹었다"며 "일단 집에서 가까워 수서역을 찾게 됐는데 역무원이 온라인 회원가입은 물론 열차 타는 플랫폼까지 안전하게 데려다 줘 수월했다"고 말했다.
오전 7시30분께가 되자 SRT를 이용하기 위한 승객들로 점차 붐비기 시작했다. 손혁기 SR 차장은 "부산행 9시 열차의 경우 410석이 모두 매진됐다"며 "동탄~수서간 통근열차의 경우 30석 정도밖에 예매가 되지 않았는데 아마 앞으로 점차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SRT를 이용하기 위해 수서역을 찾은 승객들은 지하철을 이용한 경우가 많았다. 수서역에는 600대의 차량을 수용할 수 있는 주차장이 마련돼 있다. 평일 아침 시간대라 혼잡을 빚지는 않았다. 역사에서 가까운 곳에 주차장이 위치한 덕분에 차량을 이용해 수서역을 찾은 고객들은 플랫폼까지 성인걸음 기준 도보 3분이면 닿을 수 있다.
KTX처럼 객실내 매점 서비스는 제공되지 않는다. 장거리 이동을 하는 승객의 경우 열차 탑승 전에 미리 음식을 준비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이에 수서역사 안에는 SRT개통에 맞춰 오픈한 편의점, 커피숍, 식당 등이 입점해 있다.
KTX와 경쟁하게 된 SRT는 고속철도 후발주자인만큼 KTX를 뛰어넘어야 한다는 부담감도 있을 터. 김 대표는 "KTX를 의식하진 않는다"며 "판단은 고객의 몫이니 수준높은 서비스를 제공해 고객의 선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권재희 기자 jayful@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