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486조원 중 233조원이 LTV·DTI규제 안 받고 있다
제2금융권에선 60%에 육박해 더 심각
자영업자대출 253兆도 정부 관리 안돼
부동산경기 꺾이면 경제 뇌관 될 수도
[아시아경제 이은정 기자] 주택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 등의 거시건전성 규제를 받지 않는 가계부채가 최근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은행권의 가계대출 가운데 절반이 LTVㆍDTI 규제를 받지 않고 있다. 제2금융권의 가계대출 중 LTVㆍDTI 규제에서 벗어난 대출은 60%에 육박하고 있다.
제2금융권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한은에 따르면 7월말 기준 저축은행, 새마을금고, 농협, 신용협동조합 등 비은행예금기관의 가계대출 여신 중 기타대출 잔액은 161조1002억원,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108조6721억원을 각각 기록했다. 비은행예금기관의 기타 가계대출 잔액이 160조원을 넘어선 것은 2003년 관련 통계 작성 후 처음이다. 제2금융의 전체 가계대출 중 기타 대출의 비중은 59.7%로, 60%에 육박했다. 비은행예금기관의 개인 기타대출에는 주택담보대출을 제외한 토지ㆍ상가ㆍ주식담보, 신용대출 등이 포함된다. 이 역시 LTVㆍDTI 등의 규제를 전혀 받지 않는 소위 '사각(死角)지대'다. 2금융권의 가계부채를 포함한다면 1191조원(올 상반기 말 기준, 판매신용 제외)을 넘어선 가계부채 중 절반 이상이 관리의 '사각지대'에 속하게 된다.
여기에 정부의 가계부채 관리대상에서 비켜나 있는 자영업자 대출을 포함한다면 '사각지대' 대출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게 된다. 자영업자대출은 통계상 중소기업대출로 분류되고 있지만 개인사업자 특성상 생활자금과 사업자금 간 구분이 명확하지 않은 데다 실제 생계자금으로 쓰이는 경우가 많다. 8월20일말 기준 개인사업자대출 잔액 253조8000억원에 달한다.
제2금융권의 '사각지대' 대출은 위기상황이 올 경우 더 큰 파장을 일으킬 게 뻔하다. 제2금융권 가계대출의 경우 은행을 이용하기 어려운 저소득층이나 저신용층이 생계를 위해 빌리는 경우가 많은데 대출 금리가 은행보다 훨씬 높기 때문이다. 지난 8월 저축은행의 평균 가계 대출금리(신규취급액 기준)는 연 15.7%로 시중은행 가계대출 금리(2.95%)의 5배를 넘는다.
이은정 기자 mybang2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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