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고형광 기자] 사상 최악의 경영난에 빠진 조선업계가 올들어 수주 실적도 크게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대우조선해양,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등 국내 조선업을 이끌고 있는 '조선 빅3'는 올해 수주 목표의 60%도 채우지 못했다. 전년과 비교해서는 30%나 급감했다. 조선 시황이 장기 침체 국면에 접어들면서 조선사들은 돌파구 마련에 고심 중이다. 인력 감축뿐 아니라 자산 매각, 임금 반납 등 내 놓을 수 있는 카드를 모두 꺼내들며 초긴축 경영에 나섰다.
22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대우조선해양,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등 국내 3대 조선사의 올해 누적 수주 금액은 총 264억 달러로, 작년 수주액(375억달러)과 비교해 30%나 줄었다. 이들 조선 3사가 올해 초 목표로 내세운 수주액(471억 달러)과 비교해서는 56% 수준에 머물렀다. 올 한 해가 다 가도록 목표량의 절반을 겨우 넘긴 것.
지난달 세계시장에서 발주된 선박 물량(182만CGT) 가운데 우리나라 수주 실적은 약 8만CGT로, 중국 수주량(146만CGT)의 20분의 1에 그치며 6년 만에 가장 저조했다. 이런 추세라면 대규모 적자에 허덕이는 조선사들의 매출마저 급하락할 것이 우려되고 있다. 다만 올해 누적 수주량을 기준으로 하면 우리나라가 1위를 유지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올 상반기 한국 조선사들이 초대형 컨테이너선 및 초대형 유조선을 대량 수주해 누적 1위를 기록하고 있을 뿐이지 하반기 실적을 놓고 보면 중국에 밀리고 있다"며 "이런 상황이 이어지면 한국 조선사들이 물량 부족에 시달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런 상황을 타개하고자 국내 조선사들은 인력 감축뿐만 아니라 자산 매각, 급여 반납 등 내놓을 수 있는 모든 카드를 동원해 초긴축 경영에 나섰다. 현대중공업은 최근 창사 이래 처음으로 전 계열사가 동참하는 긴축 경영체제에 돌입했다. 그룹 계열사 전 사장단은 흑자 전까지 급여를 전액 받지 않기로 했고 임원들도 직급에 따라 최대 50%까지 급여를 반납하고 있다. 앞서 현대중공업은 지난해 3조원 가량의 영업손실을 내면서 임원 30% 감축을 시작으로 과장급 이상 사무직 1500명과 15년 이상 근속 여직원 대상 희망퇴직을 단행했다.
삼성중공업도 임원 감축과 비효율 자산에 대한 매각을 진행하고 있다. 희망퇴직을 상시 운영하는 상황에 최근 본사 임원을 30%이상 감축했다. 앞서 지난 9월엔 사업장 부지와 건물을 300억원에 판 뒤 임대해 사용하고 있다. 책자로 발간하던 사보는 온라인으로 전환했고, 직원들에게 나눠주던 신년 달력은 올해 만들지 않기로 했다.
고형광 기자 kohk010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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