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8월말까지 임산부 배려석 디자인 개선한다고 했지만 실효성 의문
[아시아경제 원다라 기자] "임신 초기 출ㆍ퇴근시간 노약자석에 앉은 적이 있었는데 주변 어르신들의 눈초리가 곱지 않았습니다. '똥배 아니냐' '너만 임신하냐'는 얘기를 듣고 펑펑 울었던 적이 있어요."
지난 2일 오후 서울지하철 2호선. 지하철에는 '임산부 배려석'이 마련돼 있었지만, 자리의 주인공들은 임산부들이 아니었다. 정장을 입은 남성이나 교복을 입은 학생들이 그곳을 차지하고 있었다.
임씨는 "승객들이 자리를 양보해주지 않으니 일부러 몸에 딱 붙는 옷을 입는다"면서 "드러내놓고 양보해 달라고 얘기하는 것이 겸연쩍다 보니 가끔 임산부 수첩을 꺼내놓기도 한다"고 말했다.
초기 임산부들은 겉으로 드러나지 않기에 더 어려운 상황을 겪는다. 노약자석에 앉아있던 임신 9개월차 김모(34)씨는 "주변 엄마들을 보면 임신 5개월 때까지가 입덧, 어지럼증, 유산 가능성 때문에 특히 더 힘들다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며 "배가 불러오기 전까지는 임산부 티가 안 나서 노약자석에 앉으면 자주 쫓겨났다"고 말했다.
이에 초기 임산부들은 그들 사이의 '노하우'를 공유하기도 한다. 지하철 역무소나 보건소에서 받을 수 있는 임산부 카드ㆍ수첩, 초음파사진, 몸에 딱 붙는 옷 등을 통해 스스로 임산부임을 알리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방법이 항상 효과를 보는 것은 아니다. 서울시도 이러한 고민을 반영해 '임산부 배려석'을 눈에 잘 띄는 디자인으로 도색하기로 했다.
출산을 한 달 앞둔 예비직장맘 임세영(34ㆍ여)씨는 "얼마 전 시가 임산부 배려석 디자인을 개선한다는 기사를 보고 엄마들의 기대가 컸다. 하지만 배려석에 각종 스티커나 문구가 붙어있는데도 배려 받지 못하는 것을 보면 눈에 잘 띄고 안 띄고는 별 문제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정현주 대한어머니회중앙연합회 사무국장은 "임산부 배려석의 디자인을 바꾼다고 해서 당장 모든 임산부들이 배려를 받을 수 있게 되는 것은 아니지만, 예전보다는 확실히 임산부 수첩ㆍ핸드백 부착형 엠블럼 등을 알아보고 배려해주는 사람들이 늘어났다"면서 "당장 실효성을 보기 어렵지만 이러한 사업이 임산부를 배려할 수 있는 문화자체를 만들어가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원다라 기자 supermoon@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