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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 최대 구멍난 나라살림…"세수부족이 불러온 또 다른 문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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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나주석 기자] 지난해 우리나라는 불명예스러운 사상 최대 기록 하나를 달성했다. 예산에 비해 걷힌 세금이 10조9000억원이 모자라 사상 최대 세수결손을 기록한 것이다. 2012년 세수결손이 발생한지 3년째지만 금액은 날로 커져만 간다. 2012년에는 2조8000억원 결손이 발생했지만 2013년에는 8조5000억원으로 늘었으며 2014년에는 10조9000억원에 이른 것이다.

예산보다 세금이 덜 걷혔다는 세수결손이 발생했다는 것은 일단 나라 살림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당연히 모자란 돈을 메우려다 보니 '빚'이 늘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문제는 단순히 세수결손이 빚이 늘어난다는 것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는 점이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정부의 세수 결손이 지속될 경우 정부 정책에 대한 신뢰 하락뿐만 아니라 세수결손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재정의 경기안정화 기능 약화 등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정부는 세금이 예상보다 덜 걷힐 경우 지출을 줄이기 시작한다. 개인의 경우 호주머니 사정이 좋지 않을 경우 당초 예상했던 것에 비해 씀씀이를 줄이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일 것이다. 하지만 나라 살림의 문제에서는 의외의 결과를 가져온다.

통상적으로 우리나라는 상반기에 재정을 조기집행한다. 좋지 않은 경기에 대응하기 위해 쓸 수 있는 돈은 상반기에 미리 집행해 경기를 살리려는 것이다. 문제는 우리나라는 이를 특단의 대책이 아닌 관성적으로 하고 있다는 것이다. 재정 조기집행이 특단의 정책이라기보다는 돌고도는 유행가처럼 반복하는 식이다.
하지만 이같은 관행은 세수 부족 사태와 결부되면서 생각지 못한 문제점을 가져왔다. 상반기에는 정부가 재정을 조기 집행했지만 하반기 들어서는 정부가 세수 부족 등으로 당초 예정됐던 것보다 세출을 줄이게 되는 것이다. 경제 3주체중에 하나인 정부가 갑자기 지출을 줄임에 따라 상반기 확장, 하반기 긴축이 벌어지는 것이다. 하지만 경기가 하반기 들어 더욱 나빠질 때(상고하저)에는 정부는 속수 무책이 되어 버린다. 이미 있는 돈을 상반기에 써버린 데다 하반기 들어서는 세금이 안 걷힌다는 이유로 당초 예산마저 아껴야 하는 상황에 내몰리기 때문이다.

문제는 또 있다. 세금이 줄어 지출을 줄일 경우 무엇을 줄일 것인지의 문제가 남게 된다. 예산정책처는 이와 관련해 "감액대상사업의 국가적 우선순위보다는 정치적 고려, 감액의 용이성 등이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힘있는 정치인이 관여된 사업이나, 격렬한 저항이 예상되는 경우에는 세출이 그대로 두지만 저항이 약한 사업의 경우 지출규모가 축소되거나 중단될 수 있다는 것이다. 국가적 우선순위와 상관없이 말이다.

이 때문에 예산정책처는 정부가 재정운용의 틀을 재정립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일단 매년 반복되는 낙관적인 세입전망을 근본적으로 고쳐야 한다는 것이다. 더불어 국회의 예산심사 과정에서도 세출 뿐만 아니라 세입에 대한 심사 역시 강화해야 한다. 아울러 ˙장기적 시각에서 재정규모의 확대를 적정 수준에서 통제할 수 있는 재정규율을 마련하고 정부와 국회가 이를 지켜나가야 한다고 예산정책처는 지적했다. 하지만 이미 결산을 치르면서 추경예산을 심사하고, 곧바로 예산 정국으로 넘어가는 국회는 지난해와 똑같은 예산심사를 할 것으로 보인다.



나주석 기자 gongg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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