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뉴질랜드 평가전, 국대 은퇴하는 차두리 위해 특별 제작한 축구화 신고 뛰어
소속팀 출전 반대 무릅쓰고 승리 다짐
[아시아경제 김흥순 기자] 축구대표팀이 뉴질랜드와의 친선경기를 앞두고 마지막 훈련에 나선 지난 30일. 파주 국가대표 훈련장(NFC) 운동장에 손흥민(23·레버쿠젠)과 차두리(35·FC서울)가 나란히 섰다. 손흥민이 오른발에 신은 주황색 축구화를 손으로 가리켰다. 차두리가 찬찬히 내려다보았다. 한참 뒤, 환한 웃음으로 엄지를 추켜세운 그는 손흥민을 두 팔 벌려 끌어안았다. '두리형 고마워.' 손흥민은 축구화 옆면에 흰색 글씨를 새겼다. 태극마크를 반납하는 차두리를 위한 특별 선물이다.
차두리는 31일 오후 8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뉴질랜드와의 친선경기에서 국가대표 은퇴경기를 한다. 오른쪽 측면 수비수로 선발 출장해 전반전 막판 교체될 예정이다. 대표팀 동료들은 "특별한 세리머니를 준비하지 않았다"며 말을 아꼈으나 손흥민은 조용하면서도 정성스럽게 차두리와의 마지막 경기를 준비했다.
뉴질랜드와의 경기는 손흥민이 정성을 기울인 무대다. 그의 소속팀인 레버쿠젠에서는 대표팀 차출을 반대했다. 손흥민이 호주에서 열린 2015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과 정규리그,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로 이어진 쉴 틈 없는 일정 때문에 지쳐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손흥민은 "(차)두리형이 은퇴하는 경기라 꼭 가야한다"며 구단을 설득해 승낙을 받았다. 두 선수의 사이는 각별하다. 독일에서 선수생활을 한 공통점 뿐 아니라 유쾌하고 장난기 넘치는 성격도 잘 맞아 대표팀에서도 단짝처럼 어울린다. 손흥민은 열 살 이상 차이나는 차두리의 머리를 스스럼없이 쓰다듬고 훈련장 안팎에서 그림자처럼 붙어다니며 농담을 주고받는다. 그래서 두 선수가 있는 주위로 동료들이 자주 모여 대화를 하고 밝은 분위기 속에 훈련이 진행된다. 차두리는 "(손)흥민이는 친동생 이상의 후배이자 친구"라고 했다. 손흥민이 올 시즌 열여섯 골을 넣으며 차범근 전 감독(62)이 현역시절이던 1985~1986시즌 레버쿠젠에서 세운 한국인 선수 유럽 한 시즌 최다득점(19골)에 근접한 점도 친밀감을 갖게 한다.
손흥민은 우즈베키스탄과의 평가전(27일·대전월드컵경기장·1-1 무)에 왼쪽 날개로 선발 출전했으나 득점 없이 후반 16분 교체됐다. 차두리의 국가대표 마지막 경기에서는 반드시 골을 넣고 승리를 선물하고 싶은 바람이 클 것이다. 차두리의 은퇴는 우리 대표팀만의 화제가 아니다. 앤서니 허드슨 뉴질랜드 감독(34)은 "차두리는 훌륭한 선수이자 한국 축구의 레전드"라고 했다. 더불어 그는 한국의 키플레이어로 손흥민을 꼽으며 "상당히 흥미로운 선수"라고 했다. 한국은 뉴질랜드와의 여섯 차례 국가대표 전적에서 5승1무로 앞섰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2015년 3월)도 56위로 뉴질랜드(134위)보다 높다.
김흥순 기자 spor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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