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애초부터 이들 목표는 서로 상충된다. 조기 환수를 위해서는 회수의 방법이 유연해야 한다. 그런데 회수금 극대화와 금융시장 발전이라는 항목이 발목을 잡는다. 일단 론스타 트라우마로 해외 자본의 인수는 법적인 제약을 떠나 정서적으로 불가하다. 국내 사모펀드(PEF)는 규모가 턱없이 작아 그 인수 능력과 인수 후 경영 능력에 확신이 서지 않는다. 철저한 금산분리 원칙도 있어 매수자 풀은 더욱 적어질 수밖에 없다. 애초부터 이 세 가지 목표는 공존이 불가하고 우리금융 민영화는 '미션 임파서블'이라는 것이 시장 전문가들의 시각이었다.
시작한 일이니 잘되길 바라지만, 이 시도 또한 위에 이야기한 제약들로 쉽지 않아 보인다. 가장 실현 가능성이 높은 매수자는 금융지주사들이다. 하지만 은행의 숫자가 너무 줄면 독과점으로 이어지지 않을까라는 우려와 통합 후 한 대형 은행의 부실화가 시스템 리스크로 이어질 수 있다는 가능성에 대한 걱정의 목소리에 힘이 실린다. 설사 통합이 이뤄진다 하더라도 인력감축 등 구조조정이 현실적으로 어려운 게 우리 사정이고 보면 금융지주사들이 지금 우리은행을 매수하겠다고 나선다는 것을 기대할 수 없을 것 같다.
그러면 비은행 금융기업의 입장은 어떨까. 교보생명을 비롯해 몇 잠재 매수자에 기대를 거는 것 같다. 모두 꽤 성공적으로 금융사들을 운영해 온 곳들이다. 이들의 성공적인 운영은 왜 가능했을까.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무엇보다 확실한 오너십과 경영의 자율성이 아닐까 한다. 이들이 은행을 인수한다고 가정해 보자. 이제부터는 사기업 방식의 경영이 어려워지기 시작한다. 이런 비은행 금융사는 장사를 잘해 돈을 많이 벌수록 훌륭한 기업으로 인정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 은행들이 돈을 많이 벌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정부, 소비자 단체, 미디어까지 나서서 과도한 이익을 낸다며 각종 수수료와 이자 등을 내리라고 목청을 높일 것이다.
이 물건을 매입해 어떻게 가치를 제고 할 것인가를 설파하며 매수자를 찾아 헤매었던 IB들의 피치북(Pitch Book)을 들여다 본적은 있는지, 이 매물 자체의 투자 매력도를 높일 방법을 애초부터 풀기 어려운 매각 방정식만큼 고민하고 실행하려 시도해 보았는지 묻고 싶다.
JP모건이나 시티, HSBC 등 세계 최대 은행의 대주주가 누구인지 잘 아는 사람도 없고 관심 있는 사람도 없다. 시장투자자들은 그저 그들이 내는 수익과 재무건전성, 그리고 그런 결과를 만들어 내는 차별화된 전략과 경영진만 쳐다본다.
이재우 보고펀드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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