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 부총리가 먼저 장군을 뒀다. 지난 22일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ㆍ중앙은행 총재 회의 참석차 방문한 호주에서 기자들에게 이 총재와 와인을 한 잔 했다면서 "금리의 '금'자 얘기도 안 했지만 '척하면 척'이다"고 했다. 최 부총리와 이 총재가 통화정책을 두고 눈을 맞췄다는 뉘앙스를 풍겼다. 한은은 단둘이 아닌 여럿이 함께한 자리였다고 진화했다.
기획재정부와 한은의 존재 이유와 양 기관의 수장으로서 자존심을 건 신경전을 벌이는 모습이다. 경제상황에 대한 판단과 정책 대응에 대한 의견 차는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이 기관의 영역 및 수장 간 자존심 다툼에 기인해선 안 된다. 금리를 포함한 통화정책이 경제부총리와 한은 총재 간 입씨름으로 결정할 일인가. 금융통화위원회가 물가ㆍ환율ㆍ내외금리 차 등 경제 변수와 미칠 영향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할 일이다.
냉각된 투자ㆍ소비심리를 살려 저성장을 극복하고 건강한 경제를 구축하려면 재정정책과 구조개혁이 병행돼야 한다. 구조개혁 없는 경기부양책은 반짝 회복에 그치며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 기재부와 한은은 말다툼이 아닌 토론을 통해 정책의 접합점을 찾을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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