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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줄 세우지 마" 학생들의 자존감 반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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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 이어 경희·동국·성공회·한양대 순위평가 거부 잇따라…"대학 서열화 근본 원인은 놓쳐" 비판도

[아시아경제 이윤주 기자] 고려대학교를 시작으로 서울지역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는 '대학순위 평가 거부' 움직임의 양상이 다양해지고 있다. 지난주 고려대 총학생회가 "언론사의 대학순위 평가가 대학의 본질을 훼손하고 있다"며 거부 운동에 불을 지핀 데 이어 경희대와 동국대 등도 며칠 뒤 기자회견을 열어 대학순위 평가를 함께 거부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이들 대학의 '거부 선언'이 대학 서열화를 조장하는 근본적 원인을 겨냥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경희대·동국대·성공회대·한양대 등 4개 대학 총학생회는 다음 주 중 '대학서열화 거부 릴레이 선언'을 이어가고 10월11일에는 대학평가와 서열화에 관한 토론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이들 대학 총학생회는 지난 26일 기자회견을 열고 "고려대 총학생회의 선언을 지지하며 우리 사회의 고질적인 '대학서열화'에 균열을 낼 수 있도록 함께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앞서 고려대 총학생회는 지난 22일 '대학순위평가 거부운동을 시작하며'라는 제목으로 '대학의 질을 정량화해 대학을 기업화하는 언론의 대학순위평가를 반대한다'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이에 대해 학내에서는 이를 지지하는 의견이 많은 편이었다. 학생 온라인 커뮤니티 '고파스'에는 '대학에 순위를 매기고 평가한다는 것이 아무렇지 않게 받아들여지는 현실에서 이 운동이 사회에 경종을 울렸으면 좋겠다' '대학평가에서 유리한 평가를 받은 고대에서 거부운동을 시작한다는 점에서 진정성 있다고 생각한다'는 의견 등 대체로 긍정적인 반응이었다.

한편 '거부의 대상' 범위가 명확하지 않아 문제의 본질을 놓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대학 서열화에 앞서 논의돼야 할 것이 지역 불균형 해소, 기술직에 대한 실질적 존중 같은 것인데, 서열화를 깨려면 거기서부터 접근해야 한다'는 의견부터 '언론사의 평가만 가지고 비판해서 될 문제가 아니라 고등교육통계·대학알리미·교육부 평가방식에 대한 근본적인 비판이 필요하다'는 의견까지 다양했다.

이 같은 학내의 우려는 결국 고려대의 평가 거부 운동을 비판하는 '패러디 대자보'로도 나타났다. 대학입시 거부운동을 하는 청소년·청년 모임 '투명가방끈들의모임(이하 투명가방끈)'은 지난 25일 '진짜 대학순위는 피해가는 대학순위평가 거부운동을 비판하며'라는 대자보를 공개했다.
투명가방끈은 이 대자보를 통해 "대학순위평가 거부운동의 내용에는 언론사의 대학순위 매기기에 대한 비판만 있을 뿐, 대학 서열화를 조장하는 본질적 요소인 획일적 입시제도, 기득권 학생들의 특권의식에 대한 언급은 없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고려대 총학은 "대학평가에 대한 우리의 지적이 기존의 학벌주의를 은폐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며 "학벌주의, 대학서열화의 문제에 대한 공론화와 공감을 이끌어내길 바란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처럼 '대학 순위 매기기'에 관한 논란이 확산되고 있는 것에 대해 전문가들은 대체로 긍정적인 시각이다. 박거용 상명대 영어교육학과 교수는 "그동안 대학순위 평가를 거부하고자 하는 교수들의 노력도 없지 않았으나, 이번에는 학생들로부터 일어난 운동이라는 점에서 더욱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김지애 학벌없는세상 사무처장은 "특정 언론사의 서열 매기기에 반대하는 것으로 시작했으나, 이로써 대학이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 것인가를 되돌아보는 기회가 될 것"이라며 "그간 당연하게 여겼던 대학 서열화에 대한 고민과 논의가 촉발됐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이윤주 기자 sayyunju@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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