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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들 신학기 맞아 제2캠퍼스 몸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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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방적인 통제, 준비 부실로 학교-학생 마찰

[아시아경제 이윤주 기자] 신학기를 앞둔 대학들이 제2캠퍼스를 이른바 '기숙형 캠퍼스(Residential College, RC)'로 추진하는 과정에서 진통을 겪고 있다. 2011년 연세대에 이어 서울대와 서강대, 이화여대 등도 RC 캠퍼스 설립을 추진 중이거나 검토 중이지만 대학들이 이를 졸속 도입하면서 일방적인 추진이나 준비 부실 등으로 학교와 학생, 지자체 간에 마찰과 잡음이 잇따르고 있다. RC형 캠퍼스란 영국과 미국의 명문대학에서 유래한 것으로 학생이 교수와 함께 기숙사 생활을 하며 교과목은 물론 인성교육을 포함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이수하는 형태를 말한다.

서강대 총학생회 등은 19일 기자회견을 열고, 현재 추진되고 있는 남양주캠퍼스와 관련해 소문만 무성할 뿐 학생들의 의견 수렴 절차가 없었으며 학교 측이 어떠한 이야기도 분명하게 하지 않아 학생들의 불안감만 커지고 있다고 밝혔다. 남양주공동대책위원장 금동운(기계공학과 11학번)씨는 "학교와 남양주시가 맺은 기본 협약에 따르면 최소 2000명이 이동한다"며 "이는 RC를 도입하려는 것으로 보이는데, 이미 RC를 시행한 연세대의 경우 신입생 절반 이상이 불만족스럽다는 평가를 내렸다"고 말했다. 기자회견에 참여한 한 학생은 "RC 졸속 도입으로 '학생자치'가 무너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서울대 역시 시흥캠퍼스 설립 추진과 관련해 잡음이 일고 있다. 지난해 10월 서울대 총학생회는 학교 측에서 시흥캠퍼스를 RC 형태로 운영하는 방안을 검토한 사실이 알려지자, 계획 철회와 운영계획 공개 등을 요구하며 대학 본부 앞에서 90여일간 농성을 벌인 바 있다. 학생들은 학교 측과의 7차례 예비교섭을 통해 대화협의회가 만들어지자 농성을 풀었다.

가장 먼저 RC를 도입한 연세대학교는 올해부터 송도캠퍼스에 신입생 4000명 전원을 수용한다. 지난해까지 신입생들이 한 학기씩 나눠 송도에서 생활했던 것을 올해부터 이렇게 바꿨지만 준비가 미처 따르지 못하고 있다. 수용 인원이 늘어나는 과정에서 애초 2인실로 설계된 기숙사를 가구만 들여 3인실로 바꾸는 등 서둘러 대책을 마련하고 있지만 당장 신학기 개학이 임박한 현재까지도 공사가 덜 끝난 곳이 있어 미세먼지 등으로 인한 학생들의 불편이 예상된다. 냉장고와 같은 필수 시설조차 아직 들어오지 않은 곳도 있다. 송도캠퍼스에서 재학생 생활 전반을 관리하는 한 기숙사 생활멘토는 "1학년끼리만 모여 있게 돼 타 전공 학생과 결속하며 교류할 수 있는 점은 긍정적"이라면서도 "학생자치 약화는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고등학교 4학년'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학교가 일방적으로 학생들을 통제하려는 경향이 있다"며 "학생 자율성이 확보되는 진정한 RC로 도약하려면 학생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는 절차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RC 과정을 경험한 한 재학생은 "예컨대 학교가 식당을 운영하는 과정에서 학생 수가 적으니 1인당 한 학기에 식권 80장을 의무적으로 구입하게 한 적이 있다"며 "변화에 부작용이 따를 수 있다는 건 인정하지만, 이러한 갈등이나 마찰을 학교가 적극적으로 해소하지 않고 도외시해 학생들에게 고스란히 피해가 전가되고 있다"고 말했다. 연세대에서는 2012년 '준비되지 않은 새내기 RC를 반대한다'는 총학생회의 서명운동에 재학생 2000여명이 참여한 바 있다.


이윤주 기자 sayyunju@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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