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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섬, 파고다' 기획전에서 만난 사람들]'나'를 보면서 눈물이 핑 돌았습니다

최종수정 2014.01.21 16:08 기사입력 2014.01.21 1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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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주상돈 기자, 김보경 기자, 김민영 기자] 20일 개막한 '그 섬, 파고다' 기획전이 첫날 100여명의 관람객을 맞으며 성황리에 개최되고 있다. 이날 대설주의보가 내린 중에도 기획전을 찾은 사람들은 "그간 잊고 지냈던 노인문제에 대해 다시 한번 돌이켜 보는 계기가 됐다"고 호평했다. 첫날 전시회를 찾은 주요 인사들의 감회를 통해 '그 섬, 파고다' 기획전을 지면에 옮긴다.

한편, '그 섬, 파고다' 기획 전시는 1차로 서울시의회 본관 1층 중앙홀에서 25일까지 진행되며 다음 달 3~7일까지 국회 의원회관에서 2차 기획전이 열릴 예정이다.


▲14년을 매일같이 파고다로 '칼출근' 하던 윤 할아버지가 20일에는 서울시의회로 출근했다. 윤 할아버지가 '그 섬, 파고다' 기획전에서 자신의 모습을 바라보고 있다. 백소아 기자 sharp2046@

▲14년을 매일같이 파고다로 '칼출근' 하던 윤 할아버지가 20일에는 서울시의회로 출근했다. 윤 할아버지가 '그 섬, 파고다' 기획전에서 자신의 모습을 바라보고 있다. 백소아 기자 sharp2046@



◆"기사 나간 뒤 나를 알아보는 사람도 있더라"

▲윤 할아버지(개인 사정상 캐리커처를 싣습니다.)

▲윤 할아버지(개인 사정상 캐리커처를 싣습니다.)

지난해 본지에 연재된 '그 섬, 파고다' 기획 시리즈의 한 편에 주인공으로 출연했던 윤 할아버지(78·본지 2013년11월8일자 22·23면)는 20일 종묘광장공원이 아닌 서울시의회로 출근을 했다.
서울에 대설주의보가 내렸다는 소식에 윤 할아버지는 얼마 전 막내딸이 홍삼과 함께 사다준 두툼한 검은색 패딩점퍼를 입고, 방한화까지 챙겨 신었다. 평소보다 30분 일찍 서울 금호동 집에서 나서 7212번 버스 대신 지하철을 타고 시청역까지 왔다. 서울시의회에서 열리는 '그 섬, 파고다' 기획전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무표정한 얼굴로 '그 섬, 파고다'의 기획전을 둘러보던 윤 할아버지의 발걸음은 자신의 이야기가 담긴 액자에서 멈췄다. 우두커니 액자 속 자신의 얼굴을 보던 윤 할아버지는 "뭘 민망하게 사진을 이렇게 큼직하게 걸어놨어"라며 쑥스러워 했다. "잘 생긴 얼굴 일부러 크게 뽑았다"고 하자 그제야 "내가 젊었을 땐 더 잘 생겼었어"라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이날 기획전에선 윤 할아버지를 알아보는 관람객도 있었다. 한 관람객이 "어르신 저랑 사진 한번 찍어요"라는 요청을 받기도 했다. 윤 할아버지는 "뭣 하러 나랑 찍는데요?"라면서도 싫지 않은 표정으로 한 관람객 옆에 서서 사진을 찍었다.

"나 같이 특별하지 않은 사람한테 다들 왜 그런데? 오늘 참 쑥스럽네. 사진을 대문짝하게 걸어놓질 않나, 사진을 찍자고 하지 않나. 그래도 기분은 좋네. 나 같은 사람한테 이렇게 관심을 가져줘서."

'그 섬, 파고다' 기획전에서의 '일탈'을 마친 윤 할아버지는 다시 일상으로 돌아갔다. 윤 할아버지는 두툼한 상의 안쪽 주머니에 같은 이름으로 출간된 책을 넣고 종묘광장공원으로 발길을 재촉했다. 윤 할아버지는 연신 손사래를 치며 배웅을 마다했다. "나 알아서 잘 찾아가니까 걱정 말고 들어가서 일봐. 나중에 공원 올 때나 전화해."

◆"이젠 행복한 노인 만들기, 언론이 앞장서 달라"

▲희유 서울노인복지센터 관장.

▲희유 서울노인복지센터 관장.

희유 서울노인복지센터 관장은 20일 개막한 '그 섬, 파고다' 전시회에 내외귀빈 중 가장 먼저 도착해 방명록에 이름을 적었다.

시종일관 미소 띤 얼굴로 전시회를 관람하던 희유 스님은 "기사를 찬찬히 다시 살펴보니 내용과 제목, 사진 모두 좋다. 특히 기자의 눈을 통해 객관적이면서도 친근하고 따뜻한 시선으로 어르신들을 바라본 점이 좋았다"고 평했다.

행사장에 모인 귀빈들과 함께 전시회를 관람하던 희유 스님은 적극적이고 쾌활하게 대화를 주도했고 귀빈들은 스님의 이야기에 경청했다. 그는 가장 인상적인 사진 작품으로 쪽방촌에서 하늘을 올려다본 사진과 구두수선을 하는 '슈샤인' 할아버지의 사진을 꼽았다.

노인문제의 심각성과 대책에 관해 묻자 스님은 "젊은 시절 힘들게 일한 만큼 노후에는 어르신들이 다양한 문화·여가생활을 향유하는 기회를 늘려 삶의 질을 높이면 좋겠다"며 "실제로 센터에서 철학, 역사 등 인문학 수업을 듣는 어르신들은 행복하다는 말을 많이 한다"고 말했다. 노후에 대화 상대가 있어야 한다는 점도 노인 고독 문제 해결을 위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희유 스님은 "앞으로도 꾸준히 어르신 문제 해결을 위해 더 노력해주면 좋겠다"며 "매스미디어의 영향력이 크기 때문에 노인문제에 대한 여론을 이끌어주면 좋을 것"이라는 바람을 전했다.

이와 함께 그는 이 시대 노인들의 열정적이고 활기찬 모습도 기사에 담았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희유 스님은 "기회가 된다면 다음에는 어르신의 빈곤 문제 외에 이들의 소비문화에 초점을 맞춘 기사를 써도 좋을 것 같다"며 "최근 스마트폰, 태블릿PC 등 정보기술(IT) 기기를 사용하는 어르신들이 늘어난 것으로 보면 이들도 신(新) 소비문화의 주체가 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한편 2001년 서울 종로구 경운동에 개관한 서울노인복지센터는 노인들을 위한 외국어, 전통문화, 예술, 컴퓨터 등 각종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또 센터는 각종 노인일자리 사업 지원을 비롯해 매일 1000여명 이상의 노인들에게 자율급식을 제공하고 있다.

◆"지금의 나는 미래의 너…그 한줄에 가슴이 서늘"

기획전을 찾은 기동민 서울시 정무부시장과 성백진 서울시의회 의장직무대리는 노인과 관련된 각별한 인연을 소개했다.

▲기동민 서울시 정무부시장.

▲기동민 서울시 정무부시장.

기 부시장은 "아흔일곱의 나이로 돌아가신 할머니가 돌아가시기 2년 전부터 치매를 앓았는데 업무 탓에 잘 찾아뵙지 못하는 본인을 잘 알아보지 못하셨다"면서 "할머니를 자주 들여다본 형은 기억을 잘 하시는 모습을 보고 무심했던 스스로를 반성했다"고 전했다. 담배, 고급 양주를 좋아하신다는 말씀을 전해듣고는 "나이가 들어도 똑같은 사람이고 인간이 누려야할 욕구와 욕망이 있는데 나의 미래를 못 본 것 같다"고 회고했다.

20일 박원순 서울시장을 대신해 참석한 기 부시장은 "책 첫 줄에 나와 있는 '지금의 나는 미래의 너다'라는 카피가 무섭다"고 했다. 그는 "미국은 고령사회로 가는데 73년, 일본은 23년, 한국은 18년인데 서울은 14년으로 먼 미래의 일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그 섬, 파고다' 기사가 남다르게 다가오는 이유다. 기 부시장은 "기사와 사진을 통해 노인문제를 깨우쳐 주셔서 감사하다"며 "무거운 소재이긴 하지만 경각심을 갖고 파고다공원이 섬이 아니라 활기찬 공동체로 발돋움할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 기 부시장은 "단발적이고 시혜적인 사업보다는 어르신들의 경험과 연륜을 후손들과 공유할 수 있는 사회와 이를 활성화시킬 수 있는 공동체 문화를 조성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성백진 서울시의회 의장직무대리.

▲성백진 서울시의회 의장직무대리.

이날 개회행사에 함께 참석한 성백진 서울시의회 의장직무대리(부의장)도 노인문제와 인연이 깊다고 말문을 열었다. 폐품을 팔아 마련한 돈으로 노인정에서 봉사한 것을 계기로 정치에 입문했기 때문이다. 부모님을 일찍 여윈 그는 노인정에 드나들 때 부모님께 봉양하는 마음으로 노인들에게 다가갔다. 아들ㆍ손주처럼 살갑게 구는 그를 노인들은 자식처럼 귀여워해주셨단다. 그렇게 노인들과 가깝게 지내면서 노인문제에 눈을 떴다고 일화를 소개했다.

성 의장직무대리의 노인에 대한 관심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그는 이날도 점심시간에 복지관으로 봉사활동을 갔다. 정치에 발디디게 된 계기가 '노인'인 만큼 노인문제에 대한 관심이 큰 것이다.

성 의장직무대리는 "노인문제에 대한 심층 보도에 이어 전시회까지 열어줘 시의회를 대표해 고맙다"면서 "노인과 관련한 보건복지 예산 문제를 잘 검토해서 적재적소에 쓰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외면받던 노인문제, 밖으로 끄집어냈다"

▲임용환 종로2가 파출소장.

▲임용환 종로2가 파출소장.

파고다공원의 파수꾼 임용환 종로2가 파출소장은 20일 아침 순찰을 일찌감치 마치고 서울시의회 본관을 찾았다. 무전기 끄는 걸 깜빡했는지 임 소장의 무전기에선 수시로 '출동'을 요청하는 무전이 왔다. '그 섬, 파고다 시리즈'는 끝났지만 파고다공원에 산재해 있는 노인 관련 민원은 현재진행형인 셈이다.

이날 기자와 함께 찬찬히 전시장을 돌아본 임용환 소장은 장기판 주변에 모여 있는 어르신들을 찍은 사진에서 우뚝 멈춰섰다. 안면있는 분들이라는 사진 속 노인들은 날씨가 쌀쌀해진 요즘은 낙원상가 밑에 모여서 장기를 두신단다.

그렇다면 본인 관할 구역인 파고다공원 일대의 이야기를 접한 소감은 어땠을까. 임 소장은 "머지않아 나도 쉰 네 살이 되는데 십 년 정도 지나면 나도 저분들처럼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며 "파고다 시리즈가 사회의 안좋은 단면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불편한 기사지만 이 기사를 통해 노인문제를 다시 한번 환기시키는 기회가 된 것 같다"고 말했다. 그 섬, 파고다 시리즈 8회(본지 2013년11월13일자 9면)에서 임 소장이 "제복 벗으면 나나 그분들이나 똑같겠죠"라는 말과 일맥상통했다.

임 소장은 "사회 격동기를 겪은 분들을 우리 사회가 대우하지 못하고 있다"며 "정치권이 적극적인 복지 정책을 펼쳐 어르신들께 충분한 대우를 해주고 사회모범이 되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구호뿐인 복지정책이 아닌 실제 어르신들 피부에 와닿는 복지정책을 펼쳐야 한다는 것이다. 임 소장은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파고다공원 일대 보도블록 개선이 시급하다고 여러 번 지적한 바 있다.

그 섬, 파고다 기획 시리즈에는 박카스 아줌마, 고독사, 주취자, 쪽방촌 등 불편한 기사도 많다. 임용환 소장은 "이러한 문제들이 많다는 건 빈곤, 성, 고독 등 노인문제가 나날이 심각해지고 있다는 걸 방증한다"며 "기획기사에서 제기한 문제들이 개선돼 파고다 일대에 관한 희망찬 기사를 접하고 싶다"고 말했다.

주상돈 기자 don@asiae.co.kr김보경 기자 bkly477@asiae.co.kr김민영 기자 argu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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