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Dim영역

[르포]통상임금 불똥에 온누리상품권이 죽었어요

스크랩 글자크기

글자크기 설정

닫기
인쇄 RSS

전통시장, 한가위 대목의 비명

지난 10일 서울 관악구 신원시장을 찾은 한 소비자가 수산물 점포를 지나가고 있다.

지난 10일 서울 관악구 신원시장을 찾은 한 소비자가 수산물 점포를 지나가고 있다.

AD
원본보기 아이콘

[아시아경제 이정민 기자]"작년에는 추석 연휴 전 3일간 온누리상품권으로만 600만원 어치 매상을 올렸어요. 그 전 해에는 800만원을 벌었구요. 그런데 올해는 크게 밑돌 분위기입니다."

지난 10일 늦은 오후에 찾은 서울시 관악구 신림동 신원시장은 추석 분위기를 느끼기 어려울 만큼 한산했다. 이곳에서 7년째 과일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조경선 영광과일 대표는 썰렁한 분위기에 한숨을 내쉬었다. 그나마 믿었던 온누리상품권마저 유통량이 줄어 걱정이란다.
건너편에서 정육점을 운영하고 있는 김원용 육영한우백화점 대표도 볼멘소리를 했다. 고기 같은 경우 가격대가 높아서 한 번에 들어오는 온누리상품권도 상당해 그동안 매출에 도움이 됐는데 이번엔 그렇지 않을 것 같다는 설명이다.

대목을 앞둔 전통시장 상인들이 시름에 빠진 것은 전통시장 활성화를 위해 발행된 온누리상품권이 예상보다 적게 팔려서다. 온누리상품권의 흥행을 담당했던 대기업들이 구매액을 현저히 줄인 것. 이 때문에 시중에 돈이 안 풀린다는 게 상인들의 하소연이다.

1만원권과 5000원권 두 종류인 온누리상품권은 전국 가맹시장에서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다. 최근 삼성그룹은 이 같은 온누리상품권을 300억원어치 구입해 비정규직 직원들에게 지급하기로 했다. 상당한 액수지만 지난해 1468억원 어치를 지급했던 것을 감안하면 5분의 1수준으로 줄어든 것이다. 200억 원 어치를 구매할 계획이던 현대자동차그룹도 68억 원어치만 산 것으로 알려진다.
올해 온누리상품권 판매 성적은 지난해만 못하다. 지난 6일 기준 지난 한달간 온누리상품권의 판매액은 175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2300억원에 비해 약 600억원 줄었다.

온누리상품권의 흥행은 사실상 공공기관과 대기업에 달려 있다. 지난 2009년 처음으로 발행된 온누리상품권은 105억원을 시작으로 이듬해 753억원, 2011년 2224억원, 지난해 4258억원어치 팔렸다. 올해 판매액까지 더하면 누적액이 총 8000억원에 이르는데 49.8%를 공공기관과 대기업이 사들였다.

지금까지 대기업이 구입한 온누리상품권은 3300억원어치나 된다. 전체 판매액의 39.2%수준이다. 지난해엔 2063억원어치를 구입해 지난해 총 판매액의 48.4%를 차지했다.

송기춘 신원시장상인회장은 "온누리상품권을 사용하려고 멀리 강남에서도 찾아 오는 등 상품권이 시장에 활력을 주는 큰 역할을 했는데 올해는 대기업들이 많이 사주질 않아서 좀 아쉽다"고 토로했다.

일본발 방사능 사태는 수산물 상인들에게 또 다른 한숨거리다. 제수용품인 동태ㆍ병어ㆍ조기가 불티나게 팔려야 하지만 소비자들이 방사능 노출을 우려한 탓에 수산물 자체에 거부감을 갖는 것이다. 며칠 전 정부가 나서서 일본산 수산물의 수입을 금지 한다고 발표했으나 아직 실물경제는 회복되지 않은 분위기였다.

일각에선 올해 대기업들이 온누리상품권 구매를 축소한 것에 대해 통상임금 확대 이슈와 맞물려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통상임금은 연장ㆍ야간ㆍ휴일근무 수당을 산정하는 기준인데 대기업들이 명절 때마다 상품권을 정기적으로 지급하면 정기 수당으로 인식돼 앞으로 통상임금 부담이 늘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중소기업청 시장상권과 관계자는 "통상임금 이슈 때문에 상품권 구매를 줄였다고 단정할 순 없으나 가능성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정민 기자 ljm1011@asiae.co.kr
AD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함께 본 뉴스

새로보기

이슈 PICK

  • 어른들 싸움에도 대박 터진 뉴진스…신곡 '버블검' 500만뷰 돌파 하이브-민희진 갈등에도…'컴백' 뉴진스 새 앨범 재킷 공개 6년 만에 솔로 데뷔…(여자)아이들 우기, 앨범 선주문 50만장

    #국내이슈

  • 공습에 숨진 엄마 배에서 나온 기적의 아기…결국 숨졌다 때리고 던지고 휘두르고…난민 12명 뉴욕 한복판서 집단 난투극 美대학 ‘친팔 시위’ 격화…네타냐후 “반유대주의 폭동”

    #해외이슈

  • 고개 숙인 황선홍의 작심발언 "지금의 시스템이면 격차 더 벌어질 것" [포토] '벌써 여름?' [포토] 정교한 3D 프린팅의 세계

    #포토PICK

  • 1억 넘는 日도요타와 함께 등장한 김정은…"대북 제재 우회" 지적 신형 GV70 내달 출시…부분변경 디자인 공개 제네시스, 中서 '고성능 G80 EV 콘셉트카' 세계 최초 공개

    #CAR라이프

  • [뉴스속 인물]하이브에 반기 든 '뉴진스의 엄마' 민희진 [뉴스속 용어]뉴스페이스 신호탄, '초소형 군집위성' [뉴스속 용어]日 정치인 '야스쿠니신사' 집단 참배…한·중 항의

    #뉴스속OO

간격처리를 위한 class

많이 본 뉴스 !가장 많이 읽힌 뉴스를 제공합니다. 집계 기준에 따라 최대 3일 전 기사까지 제공될 수 있습니다.

top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