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고령화·저금리 시대의 덫에 빠진 금투업계
특히 위탁매매(브로커리지)수수료 비중이 높은 국내 증권사들은 존폐의 기로에 서게 됐다. 자산운용사들도 '펀드런'에 밥벌이가 쉽지 않다. 4년 새 주식형펀드 규모는 50조원이나 줄었다.
이 같은 인식에는 금융투자업계도 일조를 했다. 잊을 만하면 금융투자상품과 관련한 사고가 터져나오고, 위탁매매에만 치중하면서 고객의 신뢰를 쌓지 못했다. 투자자들에게 꾸준한 수익을 제공할 수 있는 새로운 금융투자상품개발과 함께 리스크 관리가 중요한 이유다. 이에 아시아경제신문은 '뉴노멀 시대 금융투자업의 과제'란 주제로 '고령화-저금리' 시대 새로운 금융투자업의 현황과 나아갈 길을 모색해보고자 한다.
[아시아경제 전필수 기자]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10억 만들기' 열풍이 거셌다. 관련 서적만 수십 권씩 쏟아질 정도였다. 10억원만 모으면 은행에 넣어놓고 이자만으로 생활이 되던 시절이기에 가능한 얘기였다. 하지만 지금 은행에 정기예금으로 10억원을 넣는다면 어떨까. 현재 은행의 정기예금 금리는 2%대 초반이다. 1%대를 주는 곳도 있을 정도다. 현금자산만 10억원을 갖고 있어도 최저생활을 겨우 면하는 수준만 가능한 셈이다.
연금이나 이자 등 금융소득으로 생활해야 할 인구는 느는데 은행 이자로는 물가도 따라잡기 버거운 세상이 됐다. 하지만 노인들도, 젊은이들도 추가이익을 노릴 수 있는 투자 쪽은 외면하고 있다. 불과 2년 전까지 11조원이 넘던 주식거래대금은 반토막이 났고, 펀드에서도 돈이 썰물처럼 빠져나가고만 있다.
이러다 보니 증권사와 자산운용사 등 금융투자업계는 '고사(枯死)' 위기란 말까지 나오고 있다. 증권사들은 거래 가뭄에 수수료율까지 하락하면서 적자회사들이 속출하고 있다. 2009년 8개였던 적자증권사 수는 지난해 15개로 늘어났다.
이런 상황에 대비해 국내 증권사들은 7~8년 전부터 투자은행(IB)과 펀드판매, 인수합병(M&A) 자문, 자산관리 등 수익구조를 다양화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지만 가시적 성과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 위탁매매 비중은 2011 회계연도 기준 미국 증권사가 21.6%, 일본이 15.8%로 한국(44.2%)의 절반 이하다.
해외시장 진출도 꾸준히 시도했지만 수익성 측면에서 성과를 내지 못하자, 지난해부터는 인력 및 지점 감축을 통해 적자 폭을 줄이는 쪽으로 방향을 선회하는 움직임마저 보이고 있다. 우리금융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3월 말 204명이던 국내 증권사들의 홍콩 현지법인 인원은 6개월 만에 170명으로 줄었다.
자산운용사들도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2008년 140조원 규모였던 주식형펀드가 90조원대로 쪼그라들면서 적자를 보는 운용사들이 속출하고 있다. 지난 1분기(4~6월) 전체 85개 운용사 중 29.4%인 25개사가 적자를 냈다.
2009년 자문형 랩의 인기를 등에 업고 승승장구하던 자문사들은 존폐 기로에 선 곳이 부지기수다. 금융위원회가 9월 기준으로 이전 6개월 동안 계약고와 수탁고가 없는 운용사와 자문사를 퇴출하기로 결정함에 따라 10~20개의 자문사가 퇴출될 전망이다.
증시가 살아난다면 이 같은 난국이 개선될 수도 있지만 전문가들은 보다 체질적인 개선을 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장균 우리금융연구소 책임연구원은 "증권사는 위탁매매 중심의 수익구조에서 벗어나 자산관리, IB 등으로 수익구조를 다각화하고 M&A와 해외시장 진출로 수요기반과 네트워크를 확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전필수 기자 philsu@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