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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무로에서]감동을 주는 과학기술이 되려면

최종수정 2020.02.11 14:04 기사입력 2013.07.02 11:27

수년 전 온 국민이 다들 김연아 선수에 열광했을 때 필자도 김연아 선수가 출전한 경기를 유심히 보게 되었다. 김연아 선수가 펼치는 연기는 스포츠와 예술이 밀결합되어 감동을 자아냈다. 피겨 스케이팅 불모지에서 이러한 세계적인 인재가 나왔다는 뿌듯함을 모두가 느꼈던 것 같다. 경기를 보기 전에는 왜 사람들이 김연아 선수에 열광하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김연아 선수가 국제 경기에서 1등을 한다고 해서 우리나라가 잘살게 되는 것도 아닌데 왜 김연아 선수에 대한 관심 및 보상의 100분의 1도 과학기술자들에게 주지 않을까 하는 불만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경기를 보면서 사람들이 왜 찬사를 보내는 것일까 생각해 보았다. 애플이 아이폰을 내놓았을 때도 그랬다. 사람들은 찬사를 아끼지 않았으며 유명인 중에서도 아이폰 극찬론자들이 많이 나타났다. 왜 사람들이 이렇게 열광을 했을까?
답은 바로 '감동'이라는 단어에서 찾을 수 있었다.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는 연기, 감동을 주는 기술. 사람들은 감동을 받을 때 찬사를 아끼지 않으며 자신들의 호주머니를 털면서까지 전도사를 자청하게 된다. 삼성과 애플의 특허 싸움에서 승패보다 더 중요한 것은 사실 어느 기업이 감동을 주었고, 앞으로도 줄 것이냐 하는 것이다.

아마 경영학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사람이면 피터 드러커를 잘 알 것이다. 이와사키 나쓰미의 '만약 고교 야구 여자 매니저가 피터 드러커를 읽는다면'에서는 이러한 내용들을 재미있게 다루고 있다. 주인공 미나미는 친구를 대신해서 고교 야구부의 매니저를 맡게 되는데, 팀 분위기가 엉망인 시점에서 매니저 역할을 제대로 해 보기 위해 피터 드러커의 '매니지먼트'를 읽게 되고 야구부에 이 경영 원리들을 적용하기 위해 고민하게 된다.

주인공은 야구부의 고객은 누구인지, 야구부는 무엇을 하는 조직인지를 정의하고자 하였다. 대공황 때 오히려 성장했던 캐딜락의 예에서 얻은 해답은 야구부의 고객은 '관중'이며 야구부가 해야 할 일은 '관중에게 감동을 주는 것'이라는 사실이었다. 감동을 주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그것이 바로 혁신 프로세스인데 '매니지먼트'에서는 '더 좋게, 더 많이'와 같은 기존의 것들을 진부한 것으로 규정하고 '더 새롭게, 더 다르게'를 중시해야 한다고 말한다.
정부가 대학 혁신을 위해 새롭게 추진하고 있는 두뇌한국(BK21) 플러스 사업에서는 아직도 정량적인 성과를 중시한다. 어느 대학이 더 많은 SCI(Science Citation Indexㆍ과학기술논문 색인지수)급 논문을 쓰는지, IF(Impact Factorㆍ인용지수)는 얼마나 더 높은지를 비교한다. 바로 '매니지먼트'에서 말하는 진부한 시스템인 것이다. 이제는 사회에 파급효과가 큰 새로운 연구, 남과 다른 연구를 누가 얼마나 했는지를 평가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 전환되어야 하지만 아직도 이러한 평가 시스템이 준비되지 않은 것이다.

얼마 전 있었던 한국대학교육협의회 주최의 대학총장 세미나에서도 참석자들은 이러한 내용을 교육부 장관에게 건의했다고 한다. 대학평가 시스템이 너무 획일적이라는 것이다. 논문 실적뿐만이 아니라 국제화 점수를 높이기 위해 외국인 교수를 거액의 연봉을 주고 임용하지만, 형식적으로 한 학기에 몇 차례 강의만 하거나 잘 적응하지 못하고 금방 떠나는 외국인 교수(2010년 기준 평균 재직 기간 4개월)가 많다고 한다.

대한민국 창조경제의 원동력인 과학기술계가 국민에게 감동을 주기 위해 더 새롭고, 더 다른 것이 무엇인가를 고민하고 연구해야 하는 것은 자명하며 이 혁신 프로세스를 뒷받침해 줄 수 있는 평가 시스템도 빠른 시일 내에 마련되길 기대해 본다.

명현 카이스트 건설 및 환경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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