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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경제 DNA]숨을 쉬는 옹기의 미학·과학…세계가 찬탄하는 창조大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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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인명품 <1>전통공예의 재발견

[아시아경제 이규성 기자, 오진희 기자]
루이비통은 공예품이다. 그러나 단순한 공예품에 그치지 않는다. 세계인들은 루이비통을 일종의 고급 문화로 이해한다. 우리에게도 루이비통만한, 아니 그 이상의 가치가 담겨 있는 보물이 있다. 우리의 전통공예품이다. 우리의 전통공예에는 세계적인 명품으로 성장할만한 게 무수히 많다. 그 속에는 문화 정체성뿐만 아니라 '참살이'(웰빙) 형태와 '친환경'이라는 독특한 유전자(DNA)가 담겨 있다. 또한 뛰어난 예술성, 심미성을 지녀 인류가 지향할 디자인의 미래가 있다. 우리의 전통공예는 인류에게 '오래된 미래'의 하나다. 우리 전통 공예산업은 명품을 탄생시키는 원천이며 21세기 지식문화기반산업으로 녹색산업, 문화관광산업, 지역특화산업, 디자인 창조산업 등과 연관된 신성장동력이다. 전통공예를 생산, 보존, 전승하는 장인들, 그들의 장인정신이 발현된 진정한 명품을 통해 창조경제의 새로운 가능성을 탐색해 본다. <편집자 주>

[창조경제 DNA]숨을 쉬는 옹기의 미학·과학…세계가 찬탄하는 창조大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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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4월초 이태리 밀라노에서는 세계 최대 규모의 '밀라노 국제가구박람회'와 '밀라노 디자인 위크'가 열린다. 밀라노디자인위크에는 가구박람회장을 중심으로 밀라노 시내 전역에서 패션, 전자, 자동차, 통신 등 세계적인 기업이나 국가가 전시관을 운영, '명품 및 디자인 트렌드 경연'이 펼쳐진다. 이 기간 동안 한국의 대표기업인 삼성전자, LG전자, 현대자동차 등도 핸드폰 등 IT제품, 자동차를 전시하며 디자인 능력을 겨룬다.
◆세계를 열광시킨 새로운 '한(韓) 스타일'=올해도 예외 없이 다양한 제품이 등장, 세계 관광객 30여만명 앞에 선보였다. 그런데 이번 밀라노 경연장에서 특히 눈길을 끈 제품은 루이비통도 아니고, 벤츠와 아이폰도 아니었다. 처음으로 해외에 선보인 '한국 공예작품' 50여점이 뛰어난 솜씨와 디자인, 작품성으로 세계인의 이목을 사로잡았다. 지난 밀라노디자인위크 '이태리 트리엔날레 디자인전'에 나선 도자, 금속, 목가구 등 '한국공예의 법고창신'전에는 수많은 찬사가 쏟아졌다. 세계적인 디자인 평론가인 '크리스티나 모로치'는 한국공예에 대해 "귀 기울이고 싶어지는 심오한 이야기가 담겼다. 먼 과거로부터 와서 함께 미래를 향해 가야할 이야기"라고 정의하며 "유행과 양식을 초월하는, 옛 것이지만 더할 나위 없이 현대적인 작품"이라고 극찬했다.

외국 관광객들도 새로운' 한(韓) 스타일'에 열광했다. 백자 의자, 달 항아리 , 옻칠 콘솔, 한복, 이부자리, 한지, 은입사 향로, 모란당초 나전 2층장, 소반, 건칠 항아리, 궁중채화 등 장인들의 전통공예품은 한류의 새로운 장르로 손색이 없음을 보여줬다. 법고창신전의 손혜원 총감독은 "전통 공예작품은 사용하는 사람에 의해 가치를 더해가는 것으로 전통이 없는 민족문화는 뿌리가 없는 것과 같다"며 "한국 공예의 깊이와 전통을 비로소 외국에 알리게 된 계기가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 밀라노전에서 한류의 뿌리가 얼마나 깊은 지, 여러 분야에서 급성장한 한국의 힘을 어디서 비롯됐는 지 세계인에게 보여줬다"고 덧붙였다.

세계인이 상상할 수 없는 '삶의 기술'들=전통은 오래전부터 몸과 몸으로 체득해 이어온 '삶의 기술'이다. 또한 그 기술이 발현해온 정신이다.특히 전통공예에는 문화적 정체성과 산업적 가치가 동시에 녹아 있다. 간혹 우리는 '한국의 정체성'과 이미지를 설명해주는 상품이 부족하다고 개탄한다. 또한 프랑스의 와인이나 이태리의 피자처럼 우리도 한국의 문화 정체성을 담은 상품이 있어야 한다고 덧붙이기 일쑤다. 그러나 이런 개탄 이전에 우리것을 과연 우리가 제대로 보고 있는지부터 먼저 되돌아봐야 한다. 그런 점에서 '온돌'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온돌'은 우리만의 고유한 주거양식이다. 브리태니커 백과사전과 옥스퍼드 사전에는 'ondol'로 표기돼 있으며 '한국의 고유한 바닥 난방장치'라고 분명히 명시돼 있다. 현재 독일 등 유럽국가에서는 신축된 주택의 절반 이상이 온돌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온돌 사용을 권장하고 양로원 등에는 아예 의무적으로 온돌을 적용토록 법제화했다.중국이나 미국 등에서도 온돌방식을 적용한 주택은 '고급' 혹은 '부(富)의 상징'으로 여긴다. 이미 일본에서는 온돌 사용이 피부 질환, 감기ㆍ천식 등 호흡기 질환을 감소시킨다는 연구 결과에 힘입어 고급 양로원의 선택기준으로 삼고 있다. 세계 각국이 우리 조상들이 이뤄온 '참살이' 전통을 바탕으로 온돌산업을 육성하느라 각축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온돌은 우리 삶의 방식에 스민 DNA가 어떻게 산업화, 세계화로 이어지는지를 알려주는 사례다. 또한 우리 전통이 인류에게 새로운 삶의 방식과 가치를 제시해줄 수 있다는 걸 가르쳐 준다.
또 다른 예로 '옹기'는 세계 어디서도 상상하기 어려운 물건이다. 바로 '숨쉬는 항아리'라는 점이 그렇다. 음식전문가들은 옹기가 없었다면 김치 등 발효음식이 만들어지지 않았을 것이라고 설명한다. 오늘날 우리는 옹기를 김치냉장고라는 세계 유일무이한 상품으로 전환해 사용 중이다.

◆인류에게 새로운 희망인 '아주 오래된 미래'=한국 나전칠기를 만나는 세계인들은 누구라도 높은 예술성에 감탄한다. 나전칠기는 예전엔 우리 곁에서 삶과 함께한 세간살이다. 이처럼 세간살이로 쓰던 모든 전통제품에는 미래적 가치와 산업적 가치, 높은 감성이 담겨 있다. 한식, 한옥, 한복 등 의식주 생활 전반에 녹아 있는 전통 공예품에는 인류의 미래를 밝혀줄 '참살이'(웰빙) 방식과 '친환경성'이라는 독특한 유전자(DNA)가 내포돼 있다. 온돌이나 김치가 그러하듯 전통공예품은 세계 시장을 이끌 명품, 새로운 디자인 전략을 제시할 모태다. 한 예로 고려 청자나 조선 백자 등 한국 전통 도자기는 세계 최고 수준의 예술성과 값어치를 인정받고 있다. 이미 수많은 도자기 장인들이 그 빛깔, 품격을 재현해 상품화시킨 지 오래다. 아직은 세계 세라믹시장의 중심을 흔들지는 못하지만 그럴 가능성은 확인되고 있다.

전통공예는 단순한 기술이 아니다. 전통 공예는 민족의 정체성을 계승하고 표현하는 예술적, 문화적 속성과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구체화해 실생활에 적용할 수 있는 산업적 특성의 문화산업이다. 특히 국가를 상징하는 제품은 소장가치가 높고, 관광 수지와 국가 이미지를 높여주는 것은 물론 고급 브랜드 가치가 있는 명품으로 도약할 수 있다. 공예산업은 만드는 과정에 따라 수작업 대 기계작업, 한정생산 대 대량생산, 예술성 대 실용성, 심미성 대 기능성, 전승 대 창작, 전통성 대 창작으로 구분된다. 이러한 양면적 특성으로 그 영역이 광범위하고 모호한 측면이 있다. 그러나 여타 산업과 구분되는 고유한 특징을 지니고 있으면서도 농업, 관광, 디자인, 명품 등과 관련 있는 새로운 고부가치 잠재산업이다. 전통공예는 바로 창조경제의 새로운 해답을 제시해줄 문화콘텐츠다.

◆ 세계 각국의 문화 보존 추세는=최근 세계 각국의 문화 보호는 유형 문화 중심에서 무형 문화 중심으로 전환하고 있다. 과거에 건축물 등 유형문화를 보호하는 데 집중했던 것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다. 유네스코 등도 지역 문화 원형을 발굴, 보존하는데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유형적인 유산은 생명이 유한하다. 그러나 무형 유산은 사람을 통해 전달되며 장인의 기술로 이어진다. 또한 시대와 라이프 스타일의 변화, 제도 등에 따라 시간을 뛰어넘으며 창조적 형태의 에너지가 더욱 발전한다. 그것이 발현된 게 전통공예품이다. 여기서 전통을 이어가는 장인들을 국가가 보호, 육성해야하는 이유가 있다. 지금 우리에겐 온돌, 옹기처럼 세계인이 상상하기 어려운 것들이 수두룩하다.전통 공예품은 단순히 상품이 아니라 문화유산이다."

최공호 한국전통문화학교 교수의 설명이다. 최 교수는 "과거 기능성과 상품성에 의존, 손 쉽게 버리고 지키지 않은 것들이 많다"며 "수천년 이어온 기술이 배어 있는 전통 공예와 장인들을 보호하는 노력이 절실하다"고 강조한다. 이어 최 교수는 "1960년대 문화재 보호법이 생겨 장인들은 '무형문화재'로 우대하면서 그나마 전승이 조금씨 유지되는 측면이 있지만 장인에 대한 지원이 여전히 미흡하다"고  토로한다. 장인은 전통제품 한 분야에 집중해 몸과 정신, 기술로 이어가는 사람이다. 장인중에는 돈과 무관하게 절대적인 가치를 추구하며, 완성을 꾀하는 이다. 수많은 전승공예가들은 바로 장인정신이 오늘날 우리가 되살려야 할 가장 중요한 유산이라고 설명한다. 전통 공예는 전 문화 영역을 망라한다. 도자공예, 유리ㆍ석공예, 금속공예, 목ㆍ죽세공예, 종이공예, 섬유공예, 가죽공예 등은 물론 의식주 생활 전반의 상품들이 포함한다. 여기에는 개인 및 작가, 취미 종사자들이 즐비하며 수많은 장인들이 숨어 있다. 특히 장인들은 공연, 공예, 언어, 생활속에 무형문화의 가치를 전승하고 있다. 시대를 뛰어넘는 장인들의 명품은 이를 보존하려는 문화 능력 없이는 태어날 수 없다. 장인에 대한 새로운 인식이 요구되는 때다.



이규성 기자 peace@
오진희 기자 vale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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