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통상자원부 한진현 2차관은 7일 정부부처 합동으로 밝힌 원전 비리 재발 방지 대책에 대해 이렇게 정리했다. 원전 산업계의 폐쇄적인 순혈주의를 타파해 비리의 뿌리를 제거하겠다는 굳은 의지를 담았다는 것이다. 이번 대책은 ▲책임자 처벌 및 문책 ▲원전 분야 유착관계 근절 ▲품질 관리 강화 ▲구매 제도 개선 등을 골자로 한다.
특히 지난해 사건과 달리 시험ㆍ인증기관이 위조의 주체인 점, 시험성적서 위조 부품이 핵심 안전장치라는 점에서 근본적이고 강도 높은 대책의 마련이 요구됐다. 일부 무능하고 부도덕한 부품업체와 시험ㆍ검증기관의 불법행위로 촉발된 사건이지만 정확한 원인은 원전 산업계의 폐쇄성에 기인한 '불투명한 구매 제도'와 '품질관리 제도상 허점'으로 본 것이다.
재발 방지 대책은 원전 분야 유착관계 근절에 최우선 초점을 맞췄다. 유관 공기업 퇴직자의 협력사 재취업은 전면 금지되고 이를 위반한 업체에는 불이익을 줘 납품 구조상 유착을 원천 차단할 방침이다. 불법ㆍ고의 중과실로 안전에 영향을 끼친 업체에 대해서는 징벌적 손해배상 도입을 검토키로 했다.
◆원전 수출 불똥 튈까 '노심초사'=우리 원전 비리 파문은 해외에서도 초미의 관심사다. 당국은 해외에서 한국형 원전의 기술력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며 애써 태연한 기색을 드러내지만 수출 전선에 부정적인 영향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원전 부품 시험성적서를 위조한 성능 검증 업체가 해외로 수출한 한국형 원전에 대해서도 검증을 진행한 사실이 드러나 대외 신인도에 직격탄을 줬다는 분석이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소속 민주당 우윤근 의원실은 "새한티이피는 현재 포스코 계열사인 포뉴텍이 요르단에 납품할 예정인 시험용 원자로 원전계측제어시스템(MMIS)의 검증을 수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부는 원전 비리 재발 방지책을 내놓은 날 공교롭게도 베트남 정부와 원전 사업의 예비타당성 조사를 시작하기로 협약을 맺었다. 베트남 산업무역부 에너지 총국장 등 원전 수출 대상국의 고위급 인사가 한국을 대거 방문한 날, 우리 정부는 원전 비리와 관련한 불미스러운 사건의 재발 방지를 약속하는 낯 뜨거운 일이 벌어진 것이다.
이날 산업부는 베트남 원전 건설을 위한 예비타당성 조사 협약서를 체결했다. 이는 베트남 현행법에서 정한 첫 번째 공식 절차다. 앞으로 양국은 18개월여 동안 베트남 원전 종합 계획, 건설부지, 원전 노형에 대한 구체적인 조사와 검토를 진행한다. 조사 결과를 놓고 이르면 내년 초 베트남 국회의 승인을 얻게 되면 사실상 베트남 원전 수주를 따내는 것이다.
정부는 예비타당성 조사를 시작함으로써 베트남 원전 수출에 한 발짝 다가섰다고 평가하면서도 최근의 원전 사태가 악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노심초사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강성천 산업부 원전산업정책관은 "한국은 원전 건설 및 운영에 있어 안전성을 최우선으로 고려하고 있다"며 "최근 발생한 불미스러운 사건에 대해 철저한 조사와 제도 개선을 통해 한국형 원전의 안전성을 보다 제고시켜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혜원 기자 kimhy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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