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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로 둔갑한 '자가용'에 속절 없이 당한 시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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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야시간 귀가자 대상 접근
요금 합의 후 운행… 별도 택시표식은 없어
술 취한 승객 금품 도난당하기도
일정 패턴 없고 현장증명 어려워 단속 골치


▲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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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나석윤 기자] 서울 성동구에 사는 직장인 고광호(29ㆍ가명) 씨는 얼마 전 '자가용택시'를 이용했다가 낭패를 봤다.
신촌에서 밤 12시경 귀가를 서두르던 고 씨는 택시가 잡히지 않는 틈을 타 은밀히 접근한 자가용택시에서 금품을 도둑맞았다. 당시 술에 취해 경황 없이 차량에 탄 고 씨는 "택시가 워낙 잡히지 않던 터라 별 의심 없이 탔고 기사와 요금을 합의했다"며 "다음날 보니 지갑과 손목시계가 통째로 사라지고 없었다"고 말했다.

최근 신촌과 강남, 종로 일대에서 택시로 둔갑한 자가용이 활개를 치고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택시임을 증명하는 표식은 물론 택시운전자격증과 내부 요금기도 없이 불법으로 영업하는 자가용택시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심야시간대 택시승차가 어려운 지점에서 귀가를 재촉하는 이들을 대상으로 운행이 이뤄져 범죄로 이어질 개연성도 높다.

현행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은 교육 및 공공기관 등에서 인원수송을 위해 허가를 받은 자가용을 제외하곤 유상행위(당사자 쌍방이 합의해 서로 대가를 주고받는 행위)를 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자가용택시의 경우 어떠한 허가도 받지 않은 채 단순히 수익을 목적으로 운영되고 있어 현행법 위반에 해당한다.
하지만 심야시간 승차거부 등 시민들이 택시를 이용하는 데 불편한 점들이 적잖은 상황에서 자가용택시는 요금이 다소 높지만 일반택시처럼 이용할 수 있어 점점 많아지고 있다.

자가용택시는 무엇보다 운행 행태가 일정하지 않고, 현장증명도 어려워 단속이 용이하지 않다는 점이 문제다. 등록되지 않은 차량인 데다 겉으로 택시임을 확인할 수 없어 정확한 차량 수 등 현황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게 서울시 단속공무원들의 말이다. 단속 역시 지난해 유사사례 적발을 통해 31건의 행정처분을 내린 게 전부다.

여기에 적발 이후 처벌을 하려 해도 돈을 주고받은 현장증거나 관련 진술이 없으면 행정처분 조치가 불가능하다는 맹점도 있다. 서울시 교통지도과 관계자는 "언제 어떤 형태로 운행되는지 가늠하기가 쉽지 않아 단속에도 애를 먹고 있다"며 "유사 범죄행위 특성상 이용자 제보 말고는 실상을 파악할 별다른 방도가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불법영업의 성행으로 택시기사들이 피해를 보게 된다는 점도 개선이 필요한 부분이다. 영업상의 피해는 물론 자가용택시로 인한 피해사례가 늘어날 경우 자칫 택시를 범죄수단으로 인식하는 의식이 확산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김성재 전국민주택시노동조합 정책국장은 "기사들에게는 심야시간 운행이 더 수익성이 높은데 이 시간대 불법영업이 이뤄지면 타격이 크다"며 "일부 자가용택시가 조직폭력배들과 연계돼 있어 기사들이 피해를 당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고 말했다.




나석윤 기자 seokyun19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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