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A(31)씨는 평소 SNS 서비스를 통해 지인들과 거침없는 정치적 소신을 털어놓으며 업무관계에 대한 고민도 늘어놓았다. 하지만 어느 순간 사장을 비롯한 직장 상사들의 관계 맺기 신청이 늘어나자 J씨는 한동안 아예 SNS에 발길을 끊었다. 자신의 속 깊은 얘기가 직장 내에서 알려지는 것을 원치 않았기 때문이다. J씨는 최근 다시 SNS에 돌아왔지만 예전처럼 편안한 소통을 하지 못하고 있다.
육아 카페에서 활동하며 시댁에 대한 불만 등을 회원들과 SNS를 통해 주고받던 주부 C(29)씨도 최근 SNS 때문에 고민에 빠졌다. 친구 맺기를 신청해 온 사람들을 살펴 보니 최근 스마트폰을 구입해 SNS에 입문한 시어머니가 끼어 있었기 때문이다. C씨는 시어머니의 친구 맺기 요청에 응하지 않으려니 눈치가 보이고, 친구를 맺을 경우 그동안 자신이 털어 놓은 소소한 얘기들을 시어머니가 다 알게 될까봐 전전긍긍하고 있다.
대기업 연구소에 재직 중인 직장인 D(31)씨의 경우 SNS 입문 후 노하우가 쌓이면서 아예 기존 아이디를 방치하고 비실명 아이디를 새로 생성해 편한 사람들과만 SNS를 통해 교류한다. 은연 중에 본인 정체가 드러날까봐 보안유지가 확실한 지인들과만 연락을 주고받는다. 특히 트위터는 올리는 순간 포탈에서 검색이 되는데다 신상털기가 횡행해서 스마트폰에서 삭제한지 반년도 더 됐다.
전문가들은 최근 몇년새 국내에 갑자기 SNS가 도입ㆍ활성화되면서 나타난 부작용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SNS가 먼저 도입된 외국의 경우 지인ㆍ친구 등 신분이 확인된 사람들과 개인적인 교류를 하거나, 개인적 명예ㆍ위상을 상승시킬 목적으로 사용하는 등 뚜렷한 목적을 갖고 SNS를 사용하기 때문에 목적에 따라 자기 정보를 철저히 관리하면서 사용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에선 SNS의 특성을 이해하지 못한 채 마치 메신저와 비슷하게 여겨 욕설이나 과도한 정치적 소신까지 표출하는 등 잘못 사용되고 있다는 것이다.
배운철 소셜미디어전략연구소 대표는 "SNS에 남기는 본인의 정보는 언제든지 공개ㆍ검색이 가능한 정보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며 "SNS를 사용할 때 목적을 분명히 해야 하며, 나에 대한 오해나 잘못된 판단을 할 수 있게 만드는 정보는 올리지 않는 등 철저한 자기 정보 관리 노하우를 익혀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봉수 기자 bs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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