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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정명원 코치, 23년 고향 왜 떠났나(인터뷰)

최종수정 2012.02.03 09:18 기사입력 2012.02.03 0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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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정명원 코치, 23년 고향 왜 떠났나(인터뷰)

[성남=스포츠투데이 이종길 기자]정명원 코치는 ‘기록의 사나이’다. 통산 성적은 75승 142세이브. 특히 평균자책점은 역대 3위(2.56)를 자랑한다. 1996년 해태와의 한국시리즈 4차전에서는 노히트노런을 작성하기도 했다. 눈부신 기록들은 모두 현대와 전신인 태평양 유니폼을 입고 세워졌다. 단 한 번의 이적 없이 프랜차이즈 스타로 선수생활을 매듭지었다.

지도자 변신 뒤에도 팀은 10년 동안 바뀌지 않았다. 수원, 목동, 원당, 강진 등을 오고가며 젊은 투수 양성에 주력했다. 그런데 정성껏 길러낸 제자들의 행보는 스승과 사뭇 달랐다. 장원삼, 마일영, 이현승 등은 구단의 이적 추진으로 모두 둥지를 옮겨야했다. 정 코치는 짐을 꾸리는 제자들을 그저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정 코치의 최측근 A씨는 “키운 정도 낳은 정 못지않은 법”이라며 “선수들의 잇따른 이탈에 정 코치가 무척 원통해했다”라고 전했다. 이어 “계속된 허탈함은 23년 동안 머물렀던 팀과의 이별을 불러일으킨 시초가 됐다”라고 말했다.

정 코치는 올 시즌 넥센 2군 감독으로 내정돼 있었다. 하지만 지난해 11월 그는 다소 의외의 선택을 내렸다. 안정된 직장과 승진 기회를 포기하고 두산으로 유니폼을 갈아입었다. 23년 동안 쌓은 선수단과의 정은 추억으로 묻어뒀다. 올해부터 두산 투수들의 육성에만 주력할 계획이다. 넥센을 나오게 된 배경에 대해 정 코치는 직접적인 언급을 피했다. 계속된 질문에 “고향을 떠나는 것처럼 마음이 아팠지만 어쩔 수 없었다”라는 답변만 반복했다. 정 코치는 야구인들 사이 송죽같이 굳은 절개로 유명하다. 그는 “누구를 원망할 문제가 아니다. 주어진 길을 걸을 뿐”이라고 말했다.

정 코치를 바라보는 지인들의 생각은 조금 달랐다. 최근 유니폼을 벗은 B씨는 “넥센 구단은 2군 선수단이 위치한 강진에 다소 소홀하다”며 “정 코치가 무관심 속에서 투수들을 가르치며 많이 힘들어했다”라고 전했다. A씨는 “먼 타지에서 고충이 많은 듯 보였다”며 “그간 정 코치가 애써 키운 투수들이 다른 이들의 작품으로 언론에 비춰지고 타 구단에서 뛰는 현실이 무척 안타까웠다”라고 말했다.

사진=두산 베어스

사진=두산 베어스


정 코치는 주위의 걱정 어린 시선에 개의치 않았다. 오히려 두산 투수들의 육성을 놓고 거듭 고민했다.
“투수진만 제 몫을 해준다면 충분히 우승을 거둘 수 있을 텐데. 부담이 되지만 그래도 긍정적으로 생각해야겠죠?”

새로운 선수들과의 호흡은 어떤 결과를 불러일으킬까. 정 코치를 만나 올 시즌 두산 투수진의 면모를 미리 살펴봤다. 또 넥센을 떠나게 된 말 못할 사정에 함께 귀를 기울였다.

다음은 정명원 코치와의 일문일답

▲ “두산 마운드 더 강해진다”

스포츠투데이(이하 스투) 올해 우승을 노리는 두산의 투수진을 맡았다.

정명원(이하 정) 사실 두산은 투타 모두가 안정됐던 2, 3년 전 우승을 거둬야 했다. 올 시즌은 뭐라 말하기 어렵다. 잘했던 선수들이 부상에 신음한다. 중간계투진도 많이 약해졌고. 하지만 회생 가능성은 충분하다. 개인적으로 무척 기대되는 시즌이다.

스투 기대를 거는 투수를 굳이 꼽는다면.

왼손투수는 그간 두산 전력의 약점으로 자주 지적돼왔다. 김창훈, 진야곱, 정대현 등이다. 올해는 다른 모습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한다. 관건은 4월 한 달을 어떻게 버티느냐다. 김창훈은 붙박이 원 포인트로 기용할 방침이다. 정대현과 진야곱은 개인적으로 기대하는 바가 크다. 중간계투만을 생각하지 않는다. 선발 기용을 함께 고민한다.

스투 진야곱과 정대현을 눈여겨보는 이유가 궁금하다.

진야곱은 그간 허리 부상으로 부진했다고 들었다. 그런데 직접 확인한 결과 원인은 따로 있었다. 자신감의 결여였다. 스트라이크를 제대로 던지지 못할 만큼 제구가 엉망이었다. 역전의 기반은 마련돼 있다. 기본적으로 좋은 볼을 던진다. 조금만 기를 살려주면 상승기류를 탈 것으로 기대한다. 그래서 4월 한 달 동안 적잖게 기회를 제공할 계획이다. 정대현은 중간보다 선발에 더 어울린다. 경험만 쌓는다면 충분히 놀랄만한 성적을 뽐낼 수 있다. 선수단의 필요에 의해 중간에서 뛸 가능성이 높지만 선발 교육을 함께 병행해 더 큰 투수로 키워내고 싶다.

스투 지난 신인드래프트에서 데려온 윤명준과 변진수는 어떠한가.

윤명준은 미국 전지훈련에서 더 지켜봐야 한다. 투구를 조금 더 확인하고 어울리는 보직을 정하겠다. 변진수는 경기를 풀어나가는 능력이 무난하다. 올 시즌 성적은 시즌 초반 부딪히는 고비를 어떻게 넘기느냐에 달렸다.

[피플+]정명원 코치, 23년 고향 왜 떠났나(인터뷰)

스투 변진수는 지난해 고교야구에서 혹사 논란을 겪었다.

고교무대에서의 많은 투구는 우려의 대상으로 보기 어렵다. 중심타선을 제외하면 70~80% 수준의 힘으로 경기를 풀어나가는 까닭이다. 아까도 언급했지만 변진수는 경기 운영 능력이 나쁘지 않다. 후유증을 겪을 가능성은 그만큼 적다고 볼 수 있다. 이보다 현실적인 문제는 새 무대에서의 적응이다. 매 경기 120%의 힘을 쏟으며 7개월여를 버텨야 한다. 갑작스런 무리는 근력에 문제를 가져올 수 있다. 다른 선수들보다 몸 상태 체크에 조금 더 신경을 쓸 생각이다.

스투 스프링캠프를 떠나기 전 선수들에게 따로 주문한 사항이 있다면.

웨이트 트레이닝을 꾸준히 해달라고 했다. 몇몇 선수들에게는 아령 등을 이용한 어깨 강화훈련을 따로 주문했고. 근력은 많은 볼을 던지기 위한 필수요건이다. 부상 발생도 최소화시킬 수 있다. 팀 내 자신의 몸 상태를 정확하게 파악하는 투수는 김선우 밖에 없다. 나머지는 꾸준하게 근력을 유지할 수밖에 없다. 이전에 부상을 당했던 투수들은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할 테고.

스투 스프링캠프에서도 따로 당부하는 요소가 있을 것 같은데.

보직을 둘러싼 경쟁에서 100% 이상의 투구를 선보이지 말라고 했다. 과열된 경쟁은 자칫 부상으로 연결될 수 있다. 그간 비슷한 이유로 낙마하는 사례를 많이 목격했다.

스투 넥센 코치 시절 맡고 싶던 두산 투수가 있었다면.

노경은이다. 이전부터 눈여겨봤다. 지난 시즌 두산에서 가장 좋은 공을 던지더라. 올해 역시 다르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

스투 투수들에게 강조하는 구질이 있다면.

스플리터다. 두산 투수진 대부분은 빠른 볼을 던질 줄 안다. 다양한 변화구도 갖췄고. 그런데 그 주는 떨어지는 커브나 변화 폭이 큰 슬라이더로 한정돼있다. 공의 무빙을 이용한 변화구는 거의 드물었다. 변화구 대부분이 스트라이크존을 크게 벗어나는 셈이다. 빠른 구속에 변화 폭이 작은 스플리터는 이를 보완할 수 있는 효과적인 무기다. 불리한 볼카운트에서도 언제든 구사가 가능하다. 개인적으로 빠른 시일 내 프로야구에 ‘스플리터의 시대’가 도래할 것으로 전망한다.

스투 투수들에게 직접 스플리터를 가르칠 계획인가.

조금 더 생각해볼 문제다. 당장은 좋은 역량을 심어주는 게 더 중요하니까.

스투 생각하는 좋은 역량에 대해 보다 구체적으로 알고 싶다.

직구, 변화구, 제구력 세 가지 가운데 한 가지는 보유해야 한다. 단시간 내 세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는 없다. 욕심을 부리면 평범한 선수로 전락하기 쉽다. 두산에서 두 가지 기량을 갖출 수 있는 투수들을 적잖게 확인했다. 배움에는 왕도가 없다. 반복적인 훈련을 통해 이들이 좋은 역량을 키우도록 힘쓰겠다.

김진욱 두산 감독

김진욱 두산 감독


▲ “소통의 야구, 문제없다”

스투 함께 호흡을 맞추는 김진욱 감독은 어떠한가.

항상 책임의식을 강조한다. 선수단과의 소통에도 꽤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스투 김진욱 감독은 선수들에게 97%의 권한을 내주겠다고 공언했다. 당신은 넥센에서 스파르타식 훈련으로 유명했다. 자율훈련과 다소 궁합이 맞지 않아 보이는데.

아무래도 큰 틀에 맞춰야하지 않겠나. 배는 선장의 말에 귀를 기울여야 순항하는 법이다.

스투 선수들을 어떻게 훈련시킬 계획인가.

특별한 간섭 없이도 잘하는 투수들은 컨디션 조절에만 신경을 기울일 생각이다. 멘토 역할을 맡는다고 보면 된다. 대상이 교정을 필요로 한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잘못된 점을 고쳐나가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도입할 것이다. 투구 폼 등에까지 변화를 가할 생각은 없다. 근력 운동과 반복 피칭을 토대로 선수와 함께 효과적인 방법을 찾아나갈 계획이다.

스투 당신의 다소 엄격한 훈련은 어디에서 비롯되었나.

아무래도 김성근 감독의 영향 아닐까. 선수들은 의무적으로라도 기본 이상을 해줘야 한다. 직원들이 기본 업무를 소홀히 한다면 어찌 회사가 돌아갈 수 있겠는가. 내가 요구하는 수준은 지극히 단순한 업무다. 더구나 선수는 코치가 돕는 과정에서 조금 힘들다고 불만을 토로해선 안 된다. 돈을 받고 뛰는 프로들이다. 기본 훈련을 소화하고 주위에 유세를 떠는 선수들은 결코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

스투 집에서도 엄한 아버지인가.

그런 것 같다. 코치로서 강조하는 그대로를 실천한다. 공부를 못한다고 나무란 적은 없다. 아이들에게 항상 기본적으로 해야 할 몫만 소화하라고 강조한다.

스투 이토 쓰토무 수석코치와의 교류는 어떠한가.

요미우리 자이언츠에서 1년 동안 코치 연수를 받은 덕에 기본적인 대화는 문제없다.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어느 정도 알아들을 수 있다. 앞으로 자주 의견을 주고받으며 선수들을 이끌어나갈 생각이다.

[피플+]정명원 코치, 23년 고향 왜 떠났나(인터뷰)

스투 두산 코치진은 김진욱 감독이 지휘봉을 잡으며 새롭게 바뀌었다.

큰 걱정은 없다. 수장이 지난해까지 이곳에서 코치로 일했다. 팀 컬러가 많이 바뀔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뜻이다. (잠시 말을 멈춘 뒤)선수단에서 코치의 영역은 그리 크지 않다. 중요한 건 선수들이다. 코치들은 그들을 바꾸기보다 먼저 적응할 줄 알아야 한다. 개인적으로 선수들에게 바라는 건 열정, 한 가지다. 그것만 있으면 어떤 상황에서도 통할 수 있다.

스투 두산과의 인연은 이번이 처음인데.

아직까지 큰 문제는 느끼지 못한다. 단언컨대 두산 유니폼을 입으며 한 번도 흑심을 품은 적이 없다. 나는 이곳에 야구를 하러 왔을 뿐이다. 넥센에서 그랬듯 열정 하나만을 가지고 일할 생각이다. 그 마음만 변하지 않는다면 문제로 불거질 요소는 없다고 본다.

스투 그래도 새로운 선수들을 지도하는 과정에서 어려움이 있을 텐데.

선수들이 나에 대해 잘 알지 못하다보니 어려워하는 것 같다. 나 역시 낯선 지도 방식에 오해가 생기는 건 아닐까 적지 않게 고민한다. 선수들에게 맞춰가며 천천히 지도방식을 녹일 생각이다. (잠시 말을 멈춘 뒤)애제자인 이현승이 군에 입대하지 않았다면 한결 수월했을 텐데. 그 점이 무척 아쉽다.

▲ “넥센을 떠난 이유는...”

스투 두산 유니폼으로 갈아입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투지가 넘치는 구단 아닌가. 투수진만 잘 다듬으면 우승을 거둘 수 있다고 생각했다. 두산에는 잠재력을 지닌 투수들이 많다. 이들을 모두 멋지게 키워보고 싶다.

스투 결정을 내리기까지 고민이 많았을 것 같은데.

물론이다. 고향을 떠나는 기분이었다. 인터넷 관련 게시판에서 ‘이제는 코치까지 빼앗기느냐’, ‘프랜차이즈 스타도 몰라보냐’ 등의 글을 보며 무척 마음이 아팠다.

스투 넥센 구단에서 제의한 2군 감독직까지 포기했다.

그래서 구단, 선수단에 많이 미안하다. 기대를 저버린 사람이 된 것 같다. 사실 2군 감독이 내부적으로 확정된 상태였다. 끝까지 좋은 지도자로 남았어야 했는데. (잠시 말을 멈춘 뒤)넥센에서 선수들을 지도하며 참 행복했다. 어린 선수들이 1군으로 승격돼 호투를 할 때마다 얼마나 흐뭇했는지 모른다.

사진=넥센 히어로즈

사진=넥센 히어로즈


스투 두산에서 처음 제의를 받은 건 언제인가.

10월 30일경이다. 구단 고위관계자의 전화를 받고 남몰래 끙끙 앓았다. 그렇게 혼자 3일을 고민했다. 괴로움이 깊어질 즈음 김진욱 감독으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같이 해보자”라는 말에 마음이 흔들렸다.

스투 바로 제안을 승낙했나.

일본 마무리훈련을 떠난 김시진 감독과 상의해보겠다고 했다. 김진욱 감독은 “잘 생각해보고 전화를 주세요”라고 했고.

스투 김시진 감독과는 어떤 대화를 주고받았나.

김시진 감독은 “남았으면 좋겠다”라고 했다. 그래서 솔직한 심정을 털어놓았다.

스투 솔직한 심정?

“이제는 1군 선수들을 가르치고 싶다”라고 했다. 그 말에 김시진 감독은 “두산에 가서 잘해”라고 했다.

스투 아쉬움이 무척 컸을 것 같다.

23년 동안 정붙인 구단을 떠난다는 게 생각처럼 쉽지 않더라. 인생의 전환점을 맞는 기분이 들었다. 한 팀에서 좋은 성적을 내며 정말 오래 머물고 싶었는데.

스투 이후 김시진 감독을 따로 만난 적이 있나.

일본 마무리훈련 캠프에서 마주쳤다. “그 곳에서의 생활은 괜찮냐”라는 물음에 “아직 어색하다”라고 답했다. 이 역시 솔직한 심정이었다.

스투 선수들의 반응은 어떠했나.

가장 먼저 연락을 준 건 송신영이었다. 대뜸 전화를 걸어와 “난리 났네요”라고 했다. 김수경, 손승락 등 넥센 투수들은 서운함을 감추지 못했다. 장원삼, 마일영 등 애제자들도 “어떻게 보면 잘 된 일”이라며 위로해줬다. 이현승은 “잘 오셨다”며 환영의 뜻을 내비쳤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그는 군에 입대했다. 얼마나 당황스러웠는지 모른다(웃음).

[피플+]정명원 코치, 23년 고향 왜 떠났나(인터뷰)

스투 이번 이직과 관련해 미안한 사람을 한 명 꼽는다면.

최창호 코치다. 넥센에서 함께 좋은 투수들을 길러내자고 약속했는데 아쉽게 됐다. 강진에 있는 넥센 구단 직원들에게도 미안하다. 고생이 많은 친구들이다. 앞길에 좋은 일이 가득했으면 좋겠다.

스투 함께했던 넥센 2군 선수들에게도 하고 싶은 말이 많을 것 같은데.

스파르타식 훈련을 펼쳤던 건 순전히 그들의 성공을 위해서였다. 타지에 발이 묶여 가족, 애인, 친구들과 떨어져 지내는 현실을 깨뜨려주고 싶었다. 그래서 채찍을 들었다. 어떻게든 1군으로 올려 보내려고 속에 있는 울분을 격하게 끌어냈다. 앞으로도 그런 마음가짐으로 훈련에 임해줬으면 한다.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 법이다.

스투 두산 선수들도 이 같은 훈련을 경험했나.

아직 보여주지 않았다. 대신 잔소리를 조금 했다. “초심을 잃지 마라. 힘들 때는 부모님 얼굴을 떠올려라”라고 몇 차례 말했다. 부모의 얼굴에 웃음을 선사하는 것보다 더 큰 효도가 어디 있겠나. 기술적인 부분은 조금만 가르치면 누구나 따라할 수 있다. 중요한 건 근성이다. 정신적으로 얼마나 강하느냐가 프로에서의 승패를 좌우한다.

스투 당신의 부모님은 꽤 많이 웃으셨을 것 같다.

그렇지 않다. 독한 아들이었다. 2000년 아버지가 세상을 떠나신 와중에도 마운드에 올랐다. 젊은 친구들의 선전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서였다. 그해 5승 2패 평균자책점 3.98을 기록했는데 현대 구단에서는 코치 3년 계약을 제시하며 은퇴를 권유했다. 그래서 유니폼을 벗었다. 지금 생각하면 바보 같은 짓이었다.

스투 그렇게 평생을 바쳤던 구단과의 이별이 아직도 믿기지 않을 것 같다.

이제는 그렇지 않다. 두산 투수들에게만 집중하고 있다. 태평양, 현대, 넥센에서 보낸 23년의 기억은 잠시 추억 속에 묻어뒀다. 그저 주어진 길을 열심히 걷겠다.

스포츠투데이 이종길 기자 leemean@스포츠투데이 정재훈 사진기자 roz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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