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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이용래 "풀타임 신화는 계속된다"(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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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이용래 "풀타임 신화는 계속된다"(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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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투데이 김흥순 기자]거침없이 달렸다.

수원 삼성의 ‘중원사령관’ 이용래(26)의 2011년은 특별했다. 1년의 절반을 푸른 유니폼, 나머지 반을 대표팀 멤버로 동분서주했다. 쉼 없이 그라운드를 누볐고 겁 없이 휘저었다. 정규리그와 챔피언십 28경기를 소화했고 A매치와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FA컵을 포함 60경기에 이름을 올렸다. 출전 횟수 뿐 아니라 거의 모든 게임을 풀타임 활약하며 강철 체력을 과시했다. 한 게임 12km 안팎의 활동량을 자랑하는 미드필더 포지션을 감안한다면 그가 1년 사이 내달린 거리는 600km가 넘는다.
부지런히 이름 석 자를 남겼음에도 세간의 평가는 만족스럽지 못했다. ‘마라톤 선수’라는 비아냥을 감수해야했다. 그러나 주위의 냉혹한 평가절하에도 소속팀과 대표팀 감독의 전술운용에서 그의 이름은 빼놓을 수 없다. 스포트라이트는 없었지만 묵묵하게 달렸다. 제2의 전성기였던 2011년은 이용래에게 어떤 의미를 남겼을까. 최근 시즌을 마치고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는 이용래를 만나 진솔한 얘기에 귀를 기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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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파도 경기장이 좋았다

지난 해 수원에서의 첫 시즌은 이용래에게 숨 막히는 일정이었다. FA컵과 정규리그 AFC챔피언스리그까지 3관왕 타이틀에 도전하면서 출전기회는 급격히 늘었다. 간간이 대표팀 멤버로 국·내외를 이동하면서 이틀 간격으로 경기에 나서는 일도 비일비재했다. 정규리그가 막바지에 돌입하면서 윤성효 수원 감독은 이용래와 관련한 질문을 많이 받았다. 대부분이 그의 체력을 걱정하는 내용. 윤성효 감독은 “항상 체크하고 있지만 본인이 워낙 출전 의지가 강하다”고 귀띔했다. 이용래 스스로도 “게임에 많이 나가면서 몸이 피곤하고 머리도 아팠는데 막상 경기장에 나가면 괜찮았다”고 했다. 주전들의 줄부상으로 미드필더 대체자원이 자취를 감추면서 이용래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졌다. 그는 “후반기 때는 거의 혼자 중원을 커버했다”며 “시차 적응이 안된 게 가장 힘들었다”고 전했다.

그가 기억하는 가장 아쉬운 경기는 성남과의 FA컵 결승. 사상 첫 ‘트레블’에 도전했던 수원은 지난 해 10월 열린 FA컵 결승에서 아쉽게 우승컵을 내줬다. 이후 AFC챔피언스리그와 정규리그에서도 소득을 올리지 못하며 ‘무관의 제왕’으로 시즌을 마감했다. 이용래는 “FA컵 결승은 프로 데뷔 후 첫 우승 기회였는데 오심 때문에 무너졌다”고 아쉬움을 털어놨다. 이어 “FA컵을 놓치면서 운이 안 따라줬다. AFC챔피언스리그 난투극도 그렇고 준플레이오프에서는 울산이 워낙 잘했다”라며 “수원이 3개 대회에 모두 집중했는데 흐름이 좋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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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때 이름 난 유망주

이용래는 학창시절 고향 대전에서 소위 잘 나가던 축구신동이었다. 대전 중앙초등학교 3학년 때 축구화를 처음 신은 그는 6학년 때 상비군 멤버로 연령별 대표 팀에도 이름을 올렸다. 중학교 때는 아르헨티나로 1년 간 축구 유학을 다녀오면서 기술 축구에도 눈을 떴다. 이용래는 “아버지는 내가 축구를 시작 한 후로 회사도 그만두고 뒷바라지에 몰두하셨다”며 “아르헨티나 유학도 부모님의 열성적인 지원이 있어서 가능했다”고 말했다.

고등학교 진학을 앞둔 이용래에게 수도권 명문학교에서 스카우트 제의가 쏟아졌다. 그러나 그는 지인들의 조언을 받아들여 대전유성농업고(현 대전유성생명과학고)로 진로를 결정한다. 고등학교 1학년 때 그는 대한축구협회가 지원하는 해외 유학프로그램 유망주로 뽑혀 프랑스 FC메츠에서 두 번째 유학 생활을 경험한다. 그는 “아르헨티나에서는 기술적인 면을 배웠고 프랑스에서는 거친 축구를 경험하며 수비력이 많이 늘었다”고 평가했다. 이어 “원래 공격만 하던 미드필더였는데 프랑스 유학 시절이 지금 내 포지션을 가능하게 한 밑바탕”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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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치명적인 부상과 잊혀진 축구 신동

FC메츠 입단 제의를 뿌리치고 한국으로 돌아 온 이용래는 17세 이하(U-17) 대표팀부터 20세 이하(U-20)까지 연령대별 대표팀에 차례로 이름을 올렸다. 그는 “올림픽대표팀만 빼고 다 경험했다”고 떠올렸다. 화려한 경력을 자랑하던 그는 한 순간의 부상으로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했다.

2005년 고려대 1학년에 재학 중이던 이용래는 네덜란드 U-20 세계청소년대회를 앞두고 자체 연습경기 도중 발목 골절을 입게 된다. 그는 “당시 파주에서 훈련을 하는데 연습 게임 상대가 없어 주전-비주전으로 나눠 게임을 진행했다”며 “비주전 소속으로 뛰면서 의욕이 너무 앞섰다. 태클을 시도했는데 잔디에 걸리면서 발목과 인대가 완전히 손상됐다”고 말했다. 갑작스런 부상을 입고 이용래는 “가장 먼저 부모님을 뵐 면목이 없었다”고 했다. 그는 “부모님이 장사를 하시면서 내 뒷바라지를 하셨는데 너무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전화 통화를 하면서 계속 울기만 했다”고 털어놨다.

부상의 후유증은 생각보다 깊었다. 6개월 만에 그라운드에 돌아왔지만 예전 그의 기량은 없었다. 그는 “발목을 다치면서 몸 전체 밸런스가 무너졌다”며 “예전에는 경기에 나가면 스스로 골 넣고 해결하던 선수였는데 부상 이후로는 평범한 11명 가운데 1명으로 묻혔다”고 했다. 부상으로 대학 4년 내내 제 역할을 못하던 이용래는 갈 곳을 잃었다. 프로 데뷔를 앞두고 있었지만 손을 내미는 구단은 없었다. 주위에서 들리는 “이용래는 한 물 갔다”는 수근거림에 심한 마음고생을 견뎌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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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번외지명, 그리고 부활을 위한 몸부림

우여곡절 끝에 이용래는 2009년 경남 유니폼을 입고 프로무대에 데뷔한다. 드래프트에서 선택받지 못한 그는 번외지명, 소위 연습생 신분으로 불리는 버려진 카드로 전락했다. 한 때 잘나갔던 그에게 번외지명은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겼다. 그는 “예전에 청소년 대표에 뽑히지 않았다면 연습생으로 프로에 간다고 해도 영광이었을 것”이라며 “부모님도 잘못된 길로 빠질까봐 걱정하셨고 마음을 못 잡았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이용래는 당시 조광래 경남 감독과 U-17대표팀 시절 지휘봉을 잡았던 윤덕여 코치의 설득으로 경남에서 마음을 잡기로 결심한다. 경남 입단과 함께 그를 괴롭히던 고질적인 골반 통증도 사라졌다. 그는 “경남에서 1년 동안 휴대폰도 안 쓰고 열심히 운동만 했다. 4년 동안 괴롭히던 골반 통증도 프로로테라피 주사 한 대로 씻은 듯이 나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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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려한 부활과 다시 찾아 온 기회

경남에서 두 시즌 동안 이용래는 소위 잘 나가는 신인으로 변모했다. 데뷔 첫 해 개막전부터 꾸준히 출전기록을 쌓아나갔다. 이용래는 “경남에서 첫 전지훈련 때 조광래 감독님이 공개적으로 칭찬을 해 주신 게 큰 힘이 됐다”며 “막상 프로에 와보니 연습생이나 입단 순위는 중요하지 않았다”고 고백했다. 첫 시즌 30경기에 나선 그는 6골 6도움을 기록하며 깊은 인상을 남긴다. 이용래는 2010년 경남에서 두 번째 시즌을 가장 인상적인 해로 꼽았다. 그는 “조광래 감독님 스타일을 빨리 파악했고 압박과 심플한 공격 전개가 마음에 들었다”며 “윤빛가람(성남)도 있었고 정규리그 1위도 올라봤다”고 기억했다.

한 번 불붙은 상승세는 꺾일 줄 몰랐다. 2010년 시즌이 끝나고 윤성효 감독에게 이적 제의를 받은 이용래는 2년 만에 연습생 신분에서 국내 최고 구단으로 손꼽히는 수원으로 둥지를 옮긴다. 월 79만원이던 몸값도 수직 상승했다. 기회는 한 번 더 찾아온다. 지난 해 초 아시안컵을 앞두고 생애 첫 국가대표에 발탁된 것. 연습 경기부터 두각을 나타낸 이용래의 거침없는 질주가 시작되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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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직 못다한 이야기

이용래는 조광래 감독을 가리켜 “생명의 은인”이라는 표현을 썼다. 절망의 순간 그를 다시 일으켰고 풀백과 수비형 미드필더 등 다양한 포지션으로 잠재력을 끌어올렸기 때문이다. 새롭게 대표팀 수장이 바뀌면서 이용래도 새로운 출발선에 섰다. 그는 “솔직히 다시 대표팀에 뽑힐 수 있을지는 확신이 없다”면서도 “주변 지인을 통해 최강희 감독님도 기동력이 좋고 많이 뛰는 선수를 선호한다고 들었다. 열심히 하다보면 기회가 다시 오지 않겠냐”고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이어 “지난 해는 대표팀에 발탁되면서 수원과는 연습을 제대로 못하고 시즌을 시작했다. 라돈치치 등 새로운 선수도 오고 서정원 코치도 오시니까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고 각오를 밝혔다.

이용래가 올 시즌 가장 무게를 두는 건 공격 포인트. 더불어 전 경기 풀타임을 목표로 삼았다. 그는 “너무 열심히만 뛰고 실적이 없어서 평가가 나빴던 것 같다”며 “올 해도 전 경기 풀타임을 목표로 공격 포인트를 올리는 데 집중하겠다”고 의욕을 불태웠다.



스포츠투데이 김흥순 기자 sport@
스포츠투데이 정재훈 사진기자 roz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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