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새벽이었지만 박 시장의 지지자들도 보였다. 대학생 조유진(24세·서강대)씨는 "강원도가 주소지라 투표권이 없어서 아쉬웠다"며 "앞으로 시장으로서 SNS 소통을 해달라"고 당부했다. 박 시장은 "서울에 사는 사람만 서울 시민이 아니다, 서울에서 일하고 공부하는 사람들 모두를 챙기는 시장이 되겠다"고 대답했다.
박 시장은 이어 오전 7시 30분께 동작구 국립현충원으로 이동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 묘소와 학도의용군 무명용사들의 묘를 참배했다. 국립 현충원의 방명록에 박 시장은 '함께 가는 길'이라고 적었다. 박 시장은 "여기에 계신 분들과 함께 한다는 의미도 있고, 서울 시민 모두와 함께 간다는 뜻"이라고 부연 설명했다.
이동 차량 안에서 푸른색 넥타이에 정장차림으로 갈아입은 박 시장은 8시 40분께 4호선 동작역에 나타났다. 이어 지하철을 타고 서울시청 서소문 청사로 향했다. 정장 왼쪽 주머니에는 선거운동기간을 함께한 푸른색 볼펜도 꽂혀있었다.
어제 잠은 잘 잤냐는 직장인 최재은(29세ㆍSK)의 질문에 박 시장은 "걱정이 태산 같다"며 "보통선거가 아니라 재보궐 선거가 되다보니 , 얼마나 많은 시민들이 기대를 하고 있어 깊은 고민이 된다"고 털어놓았다. 시민들 앞에선 보다 솔직해진 박 시장이었다.
서울시청에 들어간 박 시장은 곧이어 시청 4급 이상 간부들 앞에 섰다. 박 시장은 "나는 뿔 달린 사람이 아니다"며 "시민의 입장에서 본다면 모든 게 합리적으로 풀릴 것"이라고 말했다. 박 시장은 또 "순종하는 조직문화를 바라지 않는다"며 "항상 현장으로 돌테니, 새로운 서울시의 변화에 동참해달라"고 당부했다. 시민시장 박원순의 서울시 시대가 열리는 순간이었다.
김승미 기자 ask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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