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컴한 터널 속에 갇힌 건설업계에 희망의 빛이 보이기 시작했다. 살생부 명단에 오르며 절망의 늪에 빠졌던 중견 건설사들이 포기하지 않고 강력한 구조조정과 체질개선 등을 통해 경쟁력을 강화한 결과다.
특히 올해로 워크아웃 3년차에 접어든 1차 구조조정 대상 건설사들이 공공공사와 민자사업 수주에 집중하며 워크아웃 졸업에 본격 시동을 걸었다.
'제2의 전성기'를 위한 발판 마련에 가장 앞선 곳은 경남기업이다. 이 회사는 대다수 건설사가 4차 구조조정을 앞두고 전전긍긍하고 있을 때 공공사업 및 해외 신시장 개척 전략 짜기에 여념이 없는 모습이다. 그동안 워크아웃이란 이유로 참여하지 못했던 재건축ㆍ재개발사업에 대한 검토 작업에도 들어갔다. 회사 관계자는 "이제 채권단 도움 없이 홀로서기에 나서야 하는 상황"이라며 "해외 시장 다변화와 공공수주 확대로 수익성을 높이고 리스크 관리에 더욱 매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2010년 1월 워크아웃에 돌입한 금호건설 건설부문(금호건설)은 해외사업과 공공수주에 적극적이다. 지난 4월 베트남 호찌민에서 2700만 달러(약 300억원)규모의 '시티플라자(C.T Plaza Nguyen Dinh Chieu)' 프로젝트를 수주하는 등 올들어 지난 4월까지 4500억원을 수주했다. 지난해에는 공공부문에서 수주액 1조원을 돌파하며 업계 7위로 뛰어오르기도 했다. 회사 관계자는 "워크아웃 기간이 2014년말이지만 이 정도 속도라면 2013년말로 앞당겨 조기졸업이 가능할 것 같다"며 "워크아웃 기간 베트남에 치중된 해외사업을 중동 등 다른 지역으로 넓히고 건축 중심의 공공사업에 집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밖에 남광토건은 최근 552억원 규모의 수도권 고속철도(수서-평택) 제9공구 건설공사를 수주, 워크아웃 졸업의 희망을 다지고 있다. 풍림산업도 지난 4월 인천 용현동 용현4구역 주택사업 시공권을 따낸 데 이어 최근 부동산 신탁사업에도 진출하며 재기에 나섰다.
이은정 기자 mybang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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