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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익성만 강조하다 기술인력들 냉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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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 전문가들, “프랑스 연수 인력 거의 사라졌는데 국산화 욕심이 화 불러”…“코레일과 철도공단 통합해야”

[추락하는 KTX] 대책은 없나(하)

“수익성만 따지다가...기술은 뒷전”
기술직들은 사기 저하, KTX 운영과 유지보수 기술력 완벽하지 못해
[아시아경제 이영철 기자] KTX-산천 354호 열차가 김천구미역 인근에서 ‘기관출력 이상’으로 연착했고 경기 화성에선 ‘열감지센서 오·작동’으로 멈춰 섰다. 개통 7년 만에 처음 ‘탈선사고’도 났다. 부산역에선 ‘배터리 고장’으로 다른 열차로 바꿔 운행했고 며칠 전 금정터널에선 ‘모터블록’ 고장으로 회차까지 했다.

국토해양부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가 사고조사를 하고 있지만 워낙 많은 일이 벌어져 조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사고조사위 관계자는 “한 달이 걸릴지 얼마나 더 걸릴지는 모른다. 어느 상황이 나타날 지도 모르는 것이고…”라며 조사의 어려움을 전했다.
편성중정비중인 KTX. 고속열차의 핵심부품을 분해·검사·조립하는 것으로 고속차량 중정비업무의 핵심기술에 해당 된다.

편성중정비중인 KTX. 고속열차의 핵심부품을 분해·검사·조립하는 것으로 고속차량 중정비업무의 핵심기술에 해당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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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레일은 고장사고가 날 때마다 원인을 찾아 발표했고 ‘다시는 문제가 나지 않게 점검을 철저히 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러나 시리즈 고장·사고에 국민들은 못 믿는 분위기다. 철도이용서비스 민원으로부터 고속철유지관리시스템에 이르기까지 언제 어디서 ‘큰 일’을 당 할지 몰라 불안해하고 있다.
그러면 이런 일이 다시는 되풀이되지 않게 하는 해법은 없는 것일까. 전문가들은 근본해법으로 ‘기술인력 확보’를 들었다. 고속철도운용기술이 아직까지 부족해 이런 일들이 벌어진다는 견해다.

김기화 가톨릭상지대 철도전기과 학과장은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건 점검을 늘리는 것밖에 없다. 경영합리화 등으로 인력이 빠지고 기술자가 부족하게 됐다”면서 “자연히 점검주기가 길어져 정비시간이 많지 않았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김 교수는 “지금부터라도 점검인력과 장비를 늘리는 게 중요하다. 기술부분을 외주 로 준다고 해도 외주업체 일손이 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예비부품을 많이 준비하는 것도 중요하다”면서 “부품교체주기를 빨리하면 그만큼 사고를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코레일이 경영합리화를 하다 보니 문제점을 알고서도 예산에 발목이 잡혀 못하는 부분이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철도노조에서도 비슷한 대책을 내놨다. ▲수익중심보다 안전에 최우선을 두면서 ▲신규 사업 인력충원 ▲차량정비주기 줄이기 중단 및 재검토 ▲무리하게 외주화된 유지보수업무 환원 ▲KTX 차량 및 고속선로 정밀진단 및 정비대책 마련 등이 그것이다.

배준호 한신대 교수(고속철시민모임 대표)는 ▲고속철도 운영과 국산화 욕심 ▲코레일의 수익성 강조 ▲이에 따른 기술직 인력부족 등을 주된 이유로 들었다.

배 교수는 “130~140km 속도체제에서 300km로 올렸지만 기본적으로 그 기술을 우리 것으로 소화하지 못한 모두의 원죄”라고 지적한다. 그는 “성장통을 겪는 과정”이라면서 “욕심을 내 열차를 국산화했지만 기술력이 의욕만큼 뒤따르는 게 아니다”고 말했다.

초기 프랑스에서 KTX연수를 받은 기술직공무원들이 코레일과 한국철도시설공단으로 나눠지면서 철도공단 쪽에 많이 갔고 현대로템으로 간 이들도 적잖다는 것.

현재 코레일 직원들 상당수가 충분한 외국연수경험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경력이 짧은 사람들은 원천적으로 기술수준이 떨어지고 이해도마저 부족해 사고가 날 수밖에 없는 구조로 돼있다는 분석이다.

게다가 코레일이 철도공단과 나눠진 뒤 많은 빚을 갚기 위해 수익성에 중점을 둬 이에 따른 후유증도 적잖다는 견해다. 상대적으로 정비?보수?유지 등 기술 쪽의 관심이 낮아지고 감독관을 비롯한 직원들 근무자세도 해이해졌다는 시각도 있다.

배 교수는 “기술이 강조되는 공단과 달리 영업을 중시하는 코레일의 기술 분야 직원들은 상대적으로 외면 받아왔다”고 설명했다. 그는 “사장, 부사장이 KTX를 그리 잘 아는 사람이 아니고 기술 쪽 고위직도 없어 사기가 많이 떨어졌다”고 덧붙였다.

1998년 100여명의 희생자가 생긴 독일고속열차 ICE1(이체1)의 탈선사고는 기술 부족이 어떤 결과를 낳는지 잘 보여주는 사례다.

ICE1의 모든 열차차량바퀴가 프랑스 떼제베(TGV)나 일본의 신칸센(新幹線)처럼 일체형차량이었다. 그러나 바퀴가 굴러가면서 생기는 진동을 없애기 위해 1996년 이를 개량해 바퀴를 외륜과 내륜으로 나누고 그 사이에 고무링을 끼운 것을 전체객차의 약 3분의2에 달아 문제가 생겼다. 1998년 이들 바퀴 중 외륜 하나가 깨져 비극적 참사가 난 것이다.

결국 모든 열차에 원래의 일체형바퀴를 달아 진동을 없애보려는 독일철도기술자들의 노력은 끝내 물거품으로 돌아갔다.

전문가들은 기술인력확보를 위해 코레일과 한국철도시설공단 통합을 주장하고 있다. 그런 뒤 건설부분을 따로 운용하더라도 전문기술인력은 현장중심으로 배치해서 더 이상의 고장·사고가 나지 않게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영철 기자 panpany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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