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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대 때면 늘 고사···“전경련 회장은 어떤 자리?”

최종수정 2011.02.17 17:26 기사입력 2011.02.17 17:26

‘재계 총리’로 불려···1961년 이후 13명 거쳐가

[아시아경제 채명석 기자]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은 흔히 ‘재계 총리’라 불리며, 한국경제를 실질적으로 이끄는 재벌 계열사들이 주축을 이루고 있다.

지난 1961년 8월 16일 재계가 정부와의 관계 개선을 위해 자발적으로 설립한 모임으로, 대통령과 경제 5단체장이 회합할 때에는 대한상공회의소 회장과 함께 선임 역할을 맡아 재계의 의견을 전달한다. 업종별 단체 67개와 한국경제연구소, 대기업 435개사로 구성되며, 외자계 기업도 포함됐다.

전경련 회장은 재계의 불화나 정치권과의 관계를 조정해야 하는 어려운 자리로 알려졌다. 비상근이라 월급은 물론이고 판공비도 없으며, 오히려 회장이기 때문에 전경련에 회비나 기부금을 더 많이 낸다. “하고 싶다고 할 수 있는 자리도 아니고, 하기 싫다고 안할 수 있는 자리다”라는 말은 그래서 나온 것이다.

전경련은 삼성 창업주 이병철 회장을 초대회장으로 선임한 후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까지 13명이 회장을 맡았다. 인물 면면이 한국경제를 대표하는 인물로 손색이 없다.
하지만 역대 회장중 자신의 뜻에 의해 회장을 맡은 사람은 거의 없었으며, 대부분 상당한 진통을 거친 끝에 새 회장이 선출됐다. 이병철·구자경·손길승 회장을 제외하고는 모두 2차례 이상 연임했다. 회장 임기는 2년으로 무제한 연임할 수 있으며, 김용완 회장과 정주영 회장은 각각 10년 장수 기록을 갖고 있다.

이병철 초대 회장은 단 1년만 자리에 있었다. 그룹 일을 제외하고는 생전에 가졌던 유일한 대외직함이기도 하다. 경제 재건에 필요한 재원 조달을 위한 민간 외자도입 교섭단을 미국과 유럽지역에 파견해 민간경제협력의 첫 장을 열었다.

이정림 대한유화 회장(2~3대)은 개성상인 출신으로 경제 재건과정에서 소외됐던 기업인들을 적극 유치했다.

김용완 경방 회장(4, 5, 9~12대)은 10년간 회장을 맡으며 정치권과 전경련간 밀월관계를 이뤄냈다. 연임하지 않으려고 2개월간 피해다니거나 회장으로 추대된 다음에도 한 달 이상 자택에 머물며 버티기도 했다.

홍재선 쌍용양회 회장(6~8대)은 오너가 아닌 첫 전경련 회장으로, 금융인이자 전문 경영인 답게 종합무역상사 설립 등을 정부에 건의해 수출 주도형 경제 성장에 견인차 역할을 담당했다.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13~17대)이 재임한 10년은 전경련의 전성기로 불린다. 소신껏 밀어붙이는 스타일로 전경련의 위상과 자율성을 한껏 높였으며, 재계의 힘을 한데 모아 88서울올림픽 유치라는 대성과를 이뤄냈다. 숙원사업이던 전경련 회관을 여의도에 건립했다.

구자경 LG그룹 회장(18대)은 1987년 노사분규의 와중에 재벌에 쏟아지는 비난을 한 몸에 받으며 취임했다. 노사 대립이 극심한 사회 분위기 속에서 오너 체제가 전경련을 끌고 가기는 쉽지 않았다. 정주영 회장의 부탁을 마다할 수 없어 회장직을 맡았으나 “꼭 2년만 하겠다”던 약속대로 단임으로 임기를 마쳤다.

유창순 회장(19, 20대)은 관료(국무총리) 출신으로는 처음 회장직에 올랐다. 노사분규가 극심하던 1989년 취임해 자유시장 경제 이념을 전파하는 데 주력하는 한편 정부측과 원만한 관계를 정립해 나갔다는 평가를 받았다.

최종현 SK그룹 회장(21, 23대)은 YS정부 출범과 함께 취임한 오너 출신. 재계의 목소리를 대변하면서 세계화를 통한 국가 경쟁력 강화와 규제개혁 사업에 역점을 뒀다. 최 회장이 신념을 갖고 강조해 온 글로벌라이제이션, 시장경제주의 정착 등의 이념은 이제 재계의 상식이 됐다.

김우중 대우그룹 회장(24, 25대)은 DJ정권에서 전경련을 이끌며, 기발한 아이디어와 왕성한 활동으로 전경련을 다시 재계의 중심으로 부상시켰다. 하지만 대우그룹 해체라는 풍랑을 겪으며 전경련 창설 이후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스스로 물러나는 첫 불명예 사례가 됐다.

김각중 경방 회장(26, 27대)은 김용환 회장의 아들로 2대에 걸쳐 회장을 맡은 첫 인물이다. 회장직을 완강히 고사했으나 결국 연임했다. 대정부 활동보다는 흐트러졌던 재계 분위기를 추스르는 내치에 주력했다.

손길승 SK그룹 회장(28대)은 비오너 중에서는 세 번째, 전문경영인으로는 두 번째 전경련 회장에 취임했으나 9개월을 채우지 못한 채 중도하차하는 불명예를 안았다. ‘노블리스 오블리주’를 주창하며 재계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고 국민소득 2만달러 달성을 위해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만들자고 역설했다.

강신호 동아제약 회장(29, 30대)은 재벌개혁의 기치를 높이 든 노무현 정부가 전경련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가운데 중책을 맡아 시장경제 원칙을 확고히 주창하는 등 재계의 목소리를 반영했다.

조석래 회장(31, 32대)은 강신호 회장의 3연임 시도에 불만을 품은 일부 회장단 오너들의 반발 및 전경련 회장단 탈퇴 등 창사이래 가장 큰 위기를 겪은 끝에 자리에 올랐다. 취임 후 조직을 추스르고 노후화 된 여의도 전경련 회관을 새로 지었으며, 지난해 G20 정상회담 기간 열린 비즈니스 서밋의 성공적인 개최에 큰 역할을 했다.

지난해 7월 건강 악화로 조석래 회장이 자리에서 물러난 후 차기 회장 인선작업은 많은 진통을 겪었다. 재계의 위상을 다시 세우기 위해 경영일선에 복귀한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을 추대했으나 거절당한 후 수면 아래로 인선작업을 한 끝에 17일 허창수 GS회장을 제33대 회장으로 추대했다.


채명석 기자 oricm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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