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산림과학원, 나뭇잎 물들이는 ‘안토시아닌의 비밀’ 밝혀…예년보다 10일 늦게 물들어
[아시아경제 왕성상 기자] 가을이 깊어가면서 전국의 주요 산에 단풍놀이 인파가 넘쳐난다. 주말을 맞아 산을 찾는 사람들이 이번 주도 예외가 아닐 전망이다.
올해는 평년보다 높은 기온과 잦은 비로 단풍이 10일 이상 느리다는 게 22일 국립산림과학원의 분석이다.
◆단풍의 6단계 잎 색소 함량 변화=국립산림과학원은 다채로운 단풍색의 비밀을 안토시아닌으로 풀어냈다. 왕벚나무, 화살나무, 산철쭉을 대상으로 단풍의 6단계 잎 색소 함량 변화를 측정한 결과 그 원리를 알아냈다.
나무 종류별로 색소 함량 변화의 속도가 달랐다. 공통적으로 엽록소가 카로티노이드계 색소보다 빠르게 부서지면서 색이 달라졌다. 특히 단풍색의 핵심물질로 주목한 붉은 색의 안토시아닌 양의 증가 정도가 단풍색 변화를 이끌었다.
이처럼 단풍시기에 따른 여러 색소함량 변화가 다채로운 단풍 색을 준다. 나무 종류마다 잎이 가지고 있는 색소 종류와 양이 달라 특색 있는 단풍 빛깔을 나타내는 것이다.
안토시아닌의 역할은 강한 햇빛으로 인한 세포파괴를 일으키는 활성산소 생성을 억제시켜 잎의 늙음을 늦춰준다. 나무 한 그루에서도 나무 꼭대기나 빛이 잘 드는 쪽의 잎이 먼저 또는 더 붉게 단풍이 든다.
◆단풍이 되기 위한 조건과 원리=가을 단풍의 아름다움을 결정하는 환경적 조건은 온도, 햇빛, 수분이다. 단풍이 아름다우려면 뭣보다 낮과 밤의 온도차가 커야한다. 영하로 내려가면 안 되고 하늘은 맑고 햇볕 양이 많아야 한다.
특히 붉은색을 띠는 안토시아닌은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지 않는 범위에서 온도가 서서히 내려가면서 햇빛이 좋을 때 단풍색이 가장 좋다. 때문에 알맞은 습도를 유지해야 아름다운 단풍을 볼 수 있다.
갑자기 추워지거나 비가 오는 날엔 나뭇잎이 충분히 물들기 전에 떨어지고 너무 매 마르면 단풍물이 들기 전에 잎이 타게 돼 아름다운 단풍잎을 보기 어렵다.
◆단풍 색깔별 대표나무들=단풍 색깔로 나무 종류를 나누면 몇 가지가 된다. 단풍나무, 신나무, 옻나무, 붉나무, 화살나무, 복자기, 담쟁이덩굴 등은 붉은 색 단풍으로 꼽힌다.
노란색 단풍은 은행나무를 비롯해 아까시나무, 피나무, 호도나무, 튜립나무, 생강나무, 자작나무, 물푸레나무 등이 낸다.
단풍나무과의 고로쇠나무는 맑은 갈색을 보여준다. 또 감나무의 붉고 노란색이 섞여 있는 단풍은 한 단어로 아름다움을 말하기에 어려울 정도로 아름답다.
늦가을에 절정을 맞는 상수리나무, 신갈나무 등 참나무류나 너도밤나무의 노란갈색(Tannin 성분)은 황혼의 가을 맛을 물씬 느끼게 해준다.
국립산림과학원 관계자는 “이달 하순과 11월 상순 날씨가 평년보다 높고 변동 폭이 큰 기온이 이어지면서 건조한 날이 많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기상청 발표를 바탕으로 볼 때 늦어진 단풍 색이 기대만큼 곱지 않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아름다운 단풍을 즐기는 가을철 날씨는 마르고 산에선 바람이 많이 불어 조그만 불씨라도 큰 산불로 번질 위험이 높아 각별한 주의가 요구 된다”고 강조했다.
왕성상 기자 wss4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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